■ 언 제 : 2016. 5. 31 ~ 2016. 6. 4 (4박5일)
■ 어 디 를 : 백두산 천지 (북파 / 천문봉 ~ 서파 / 조중37호 경계)
■ 누 가 : 고집통 홀로
■ 이동 경로 : 부산→심양→북릉공원→통화(1박)→서파→장백폭포→이도백화(2박)→북파→금강협곡→통화(3박)→집안→광개토대왕비→장수왕릉→압록강→심양(4박)→부산
당장이라도 하늘을 뚫고 승천할 것 같은 거대한 용이 고집통의 두발에 의해 그려졌습니다. 고집통의 무서운 집착이 일궈낸 일생일대 최고 걸작품입니다. 바로 백두대간과 9정맥 완주입니다. 한반도 산줄기의 골격을 이루는 백두대간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진부령까지 2년 6개월이 걸렸고 금남호남정맥으로 올라 한북정맥으로 내려선 9정맥은 5년여의 시간이 걸렸으니 도합 7년 6개월에 걸쳐서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1대간 9정맥을 무사히 완성하였습니다.
화룡점정(畵龍㸃睛), 백두대간의 시작점이면서 민족의 정기가 발원하는 백두산 천지를 찾아보지 않고는 긴 세월 힘들게 그린 그림도 결코 완성작품이라 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백두대간의 시작과 끝을 지키는 민족의 두 영산인 지리산과 백두산을 찾아 영험한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무모하게 도전했던 고집통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고집통 생애 최고로 바쁜 2016년 5월입니다. 낙남정맥 졸업과 지리산 화대종주에 이어 한북정맥 마저 완성시키고 드디어 백두산 북파 천지에 올라섰습니다. 가슴이 폭발해 버릴 것 같은 심한 감동에 머리가 찌릿찌릿합니다.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백두산 천지를 향해 목이 터져라 고래고래 고함쳤습니다. 한번은 내가 서 있는 곳이 중국 땅이라서, 또 한번은 백두대간의 시발점인 백두산에 올라 화룡점정(畵龍㸃睛)을 남겨서, 나머지 한번은 거제에 몰려오는 암울한 구름의 늪에 빠져버려 답답해진 가슴을 뻥 뚫어 보고자 그렇게 세 번 악다구니를 썼습니다. 가슴이 후련해 졌습니다.
맑았던 백두산 하늘이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고 눈보라를 날립니다. 6월의 눈은 첫 경험입니다. 광활한 만주 벌판은 고집통을 위해 쌍무지개를 띄웠습니다. 무지개는 꿈일까요? 희망일까요? 꿈이 아닌 희망이었으면 좋으련만 멀리 백두산까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한 통의 문자가 찾아 들었습니다. 내가 여태까지 누리지 못한 자율과 희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답니다. 어떻게 보낸 청춘인데... 갓 오십을 넘긴 남자에게는 웃으며 돌아서고 싶은 작은 소망마저도 과욕이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떠날 때 아름다운 뒷모습이란 것은 꿈 속 무지개처럼 애초에 없었나 봅니다. 지난 연말에 이어 동고동락을 했던 많은 사람들이 또 주위를 떠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고집통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조중경계비 37호가 있는 백두산 서파 천지(天池)에 올라 천지(天地)를 알아갑니다. 백두산의 금강대협곡도 역사를 잘 못 지켜 잃어버린 아름다운 금수강산이었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보너스로 집안에 들러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호연지기 위업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찹찹한 압록강 물에 손을 담그며 민둥산으로 변해버린 북한의 산하들을 바라보고 안타까운 마음도 가졌습니다.
이제 용의 눈도 완벽하게 그려졌습니다. 눈을 가진 용은 고집통에게 많은 것을 남기고 하늘로 승천했습니다. 세상은 많이 넓었고 많은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제 뭘 할 것인지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과 함께 의논해야겠습니다.
지금의 내가 있도록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면서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 소중한 해향부터.... 그리고 멋진 친구 산타나.... 긴 세월 동고동락한 산이 좋은 산님들…. 그리고 주위의 많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