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2011. 3. 27(당일)
▣ 어 디 를: 구병산, 신선대
▣ 누 가: 솔바람산악회 따라 고집통
▣ 날 씨: 맑음
▣ 산행 시간: 서원교 (10:30)→구병산(15:03)→신선대→적암휴게소(17:25) 6시간 55분
▣ 산행 거리: 서원교→527봉→백지미재→구병산→신선대→적암휴게소(약 12.6Km)
충청북도 보은의 구병산은 아홉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 쳐졌다고 이름 지어진 산이랍니다.
구속과 틀에 얽매이는 것이 싫어 나 홀로 산행을 고집하던 내가 언제부턴가 벼룩시장과 교차로를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거제 관내라면 천 원짜리 두어 장이면 해결날 일이지만 거제대교를 벗어날 경우 경비의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입니다. 자유보다는 실속을 택하기로 하였습니다. 지리산 천왕봉 산행 때 한번 경험이 있는 솔바람에 오늘도 동승하기로 하였습니다.
딱 한번 밖에 사용하지 않은 멀쩡한 도시락이 찬장 속에 얌전히 앉아 있는데 똑 같은 놈이 집으로 택배가 날라더니 내 마눌님은 귀가 막히는 모양입니다. 내가 집안의 가재도구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나요 뭐? 가끔 사랑스런 애교로 봐줘야지 않겠습니까? 학교 다닐 때 이후로 도시락 들고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등 뒤에 따뜻한 밥을 짊어졌다 생각하니 마음은 포근합니다.
날이 풀렸을까요? 가벼운 차림의 산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버스를 기다립니다. 정원을 둘씩이나 초과시켜 배를 가득 채운 항공이란 놈이 북쪽을 향해 신나게 달립니다. 속리산 휴게소 너머 보이는 산이 삼각뿔이 많은 것으로 보아 구병산일거라 생각됩니다. 충북알프스 43.9Km의 시작점 보은의 서원리교에서 배부른 항공이가 산님들을 마구 토해냅니다.
솔바람 산행대장님의 스트래칭법은 거의 돌리기가 일색입니다. 돌리고 돌리다 마지막으로 숨 고르기로 깔끔하게 마무리 짓습니다.
출발과 동시에 계단이 길을 안내하고 얼마 후 약간의 암벽과 로프도 우릴 맞이합니다. 그다지 반갑지 않지만 내가 찾아온 길이니 그냥 감수합니다. 아직도 약간의 눈과 얼음이 발걸음을 긴장시키지만 그렇게 심각한 지경은 아닙니다. 아홉 개의 봉우리가 줄지어 섰다기에 구병산이라는데 신통하게 봉우리 하나 넘을 때 마다 정확하게 1Km의 거리가 줄어듭니다. 약간 지루할라치면 오르막이 나오고 또 약간 힘들라치면 내리막길이니 그다지 지겹지는 않은 멋진 산입니다. 솔바람이 왔을까요? 소나무 사이로 신선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옵니다. 솔바람을 타고 봄기운이 묻어납니다.
어느 산악회를 막론하고 산행대장님 배낭 속은 먹을 것이 많습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주위를 맴돌다 대장님 근처에 자리를 깔았습니다. 당연 배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고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는 풍혈 네 곳이 있습니다. 손을 집어넣어 의심해 보았는데 내 감각이 무딘 탓인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없는 얘기를 만들어 냈을 리는 만무하니 나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구병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멋들어진 소나무가 정상을 오랜 세월 동안 지켜서인지 세월의 아픔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습니다. 먼발치에는 속리산의 위성통신센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구병산 삼거리에서 잠깐의 혼선으로 후미 일행들은 적암휴게소를 향하고 내가 언제 다시 구병산을 찾을지 모르니 기왕 올라온 김에 계획된 신선대 코스를 따라 부리나케 달려가 봅니다. 정상에서부터 신선대까지는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코스가 험한 만큼 경치는 일품입니다.
능선을 따라 쭉 가면 갈령이 나오고 갈령에서 속리산 천왕봉, 신선대, 문장대 길은 크게는 백두대간 길이면서 충북알프스와 우복동천 길이 걸쳐져 있습니다. 이곳에는 정말 매력적인 산들이 많이 펼쳐져 있습니다. 신선대를 바로 지나 갈림길에서 적암휴게소 방향으로 발길을 돌려 한참 내려가는 왼쪽 골짜기 첩첩 산중에 파란색 지붕의 성황당이 보입니다. 그리고 제법 넓은 임도 길과 835봉 가는 삼거리길이 나옵니다.
이내 적암리에 도착하게 되고 적암 휴게소에는 항공이가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뒤풀이 마당에서 호남정맥과 백두대간을 두 번씩이나 완주하셨다는 거제산사람의 김태현님을 만났습니다. 차량 이동 중에 줄곧 옆에 앉아 계셨는데 몰라 뵈었습니다. 한 번에 보아도 산에 대한 연륜과 내공이 쌓인 것이 확연이 보입니다. 다음부터는 잘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나 고집통은 솔바람을 타고 봄바람을 맞아가며 산바람이 제대로 났습니다. 신바람 좀 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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