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신백두대간[진행중]

[신백두대간 - 1] 산죽과 사투하다

산안코 2019. 9. 30. 23:57

■ 언              제 : 2019. 9. 29 (당일)

■ 어      디     를 : 신백두대간1구간 (영신봉 ~ 고운동재) – 영신봉, 삼신봉, 외삼신봉

■ 누             가 : 대간팀 7명과 앙코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5시간 55분 (1구간 : 5시간 55분), 접근시간 2시간 40분

                         영신봉 (9:10) → 고운동재 (15:05) 5시간 55분

■ 정맥 산행거리 : 13.3 Km (1구간 : 13.3 Km)

                         접근거리 : 거림 → 영신봉 약 6 Km

■ 총   산행거리 :  거림→영신봉→음양수→삼신봉→외삼신봉→묵계재→고운동재 (약 19.3Km)

 

신백두대간이 있습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을 시작으로 지리산 천왕봉을 기점으로 알고 있으나 천왕봉은 백두대간의 상징적인 기점이지 그 끝자락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유인즉슨 백두대간은 국토의 물줄리글 동서로 나뉘어야 하며 초종 기점이 바다로 들어가야 한다는 견해하에 지리산 천왕봉에 도착 전 영신봉에서 우회전하여 지리남부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 하동 금오산에서 산줄기 끝을 남해대교 앞 노량 앞바다에 들어가는 맥이 진정 백두대간이므로 그것을 신백두대간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그런고로 우리 대간팀에서는 3년여의 백두대간 남진을 마치고 이곳 신백두대간을 이어가기로 하였으며 그 대열에 나 앙코도 당당하게 동참하기로 하였습니다. 실로 오래간만에 대간팀과 장거리 산행에 발걸음을 맞추기로 합의 하였습니다.

새벽 3시, 거리와 체력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사곡삼거리14번 국도에서 일행들을 기다렸습니다. 25인승 미니버스에 올라보니 오랜 기간 동안 정맥길을 함께 했던 정겨운 얼굴들이 반겨주니 더할 나위 없이 기분 좋습니다. 이번 산행은 앙코 포함 8명입니다. 산청 덕산에서의 흑돼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로 아침 뱃속을 든든하게 채웁니다. 오늘 하루 힘들게 산행해야 하는데 확실한 에너지 공급원이 된 것 같습니다.

출발지 거림에서 간단이 체조로 몸을 풀고 있자니 갑자기 뱃속이 요동을 치기 시작합니다.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 어느새 일행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내 이럴 줄 알았습니다. 대간팀과 산행 할 때는 크든 작든 화장실은 금물임을 익히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간만의 장거리 산행인데 갑자기 앙코의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천만다행으로 요즘 몸이 많이 불은 산타나 만수가 시야에 잡힙니다.불과 2개월전에도 난 이 길로 오른 적이 있습니다. 내가 생각할 때 지리산 주능선에 오르는 등로 중에서 가장 오르기 편한 길이 이곳 거림 코스인 것 같습니다.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세석을 오르고 잠깐 숨을 돌린 후 영신봉에 오릅니다. 계절은 아직 이른 가을이건만 지리산의 고도가 워낙 높다 보니 세석은 벌써 단풍잔치가 시작되어 있습니다. 일부 몇몇 일행들은 영신봉 정상을 궁금해 하지만 올라가지 말라는 곳이니 그냥 주능선 길가에서 신백두대간 산행을 시작한다는 작은 퍼포먼스를 거행하고 곧 바로 신백두대간 종주를 위해 정상 맞은 편 방향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음양수에서 잠깐 물맛을 봅니다. 신기하게도 양수는 따뜻하고 음수는 차갑습니다. 음양수를 합쳐 마시면 어딘지는 모르지만 몸에 좋다고 하니 한잔 가득 마셨습니다. 다들 집에 돌아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약 3년 전, 신랑각시 바위라는고 생각되는 내리막길에서 앙코가 앞으로 고꾸라지며 촛대뼈가 벗겨져 아파도 너무 아파서 엉엉 대성통곡을 한적이 있습니다. 조심조심 내려갔습니다. 남부능선길가의 산죽이 많이도 말라 죽어 있습니다.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운 후 이렇게 죽는다니 혹시 오늘 지나갈 묵계재 산죽밭도 이렇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생각보다 길고 지루한 남부능선을 달려 삼신봉에 도착합니다.

세 분 산님이 있어 단체사진도 남겨 봅니다. 그리고 비지정탐방코스인 외삼신봉 방향 등로로 진입합니다.외삼신봉 아래 험난한 암벽코스가 있습니다. 임시방편으로 누군가 가느다란 밧줄을 설치해 놓긴 했지만 사실 너무 위험합니다. 지난 낙남정맥 시절에도 이곳에서 애를 먹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때나 별반 달라진 건 없습니다. 이제 서서히 산죽밭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바로 아래 묵계마을 주민들이 그랬는지 산죽밭 한가운데로 넓게 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앞서 세 사람의 대간팀 일행이 지나갔기에 무심코 그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그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게 거미줄이 얼굴에 착착 감깁니다. 이상하면 바로 빽 입니다. 약 30미터 전 먼저 간 일행이 나뭇가지로 막아놓은 것을 무시한 채 그 밑으로 통과 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지금부터 정리 안된 어마어마한 산죽 밭이 나옵니다. 머리를 처박고 앞으로 앞으로 진행합니다. 얼굴이며 목, 팔 할 것 없이 완전 생채기를 당합니다. 또 먼지는 왜 그리 많이 날리는지? 산죽 잎이 모가지를 타고 들어갑니다.

오랜 산행으로 다리 힘은 풀려 산죽을 밟으면 자꾸자꾸 미끄러집니다. 신백두대간은 세 번째 구간인 낙남정맥 길에서 돌고지재 조금 지나 하동 방향으로 빠지는데 그때 시작할걸 괜히 영신봉까지 따라왔다 싶습니다. 그래도 한발 두발 발걸음을 옮겨 천신만고 끝에 고운동재에 내려서면서 신백두대간 첫 구간을 마무리 했습니다.항상 그렇듯이 산행 중에는 힘이 들어 온갖 생각들이 다 떠오르지만 막상 산행을 끝내놓고 나면 뿌듯하고 흐뭇합니다. 그러면 정말 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습니다.

산죽밭에서 사투하며 오래간만에 대간팀과 발걸음을 맞춰가며 장거리 산행에 감각을 익혀 이제 자신감이 슬슬 붙습니다. 다음 구간 또한 엄청난 산죽이 발걸음을 붙잡겠지만 잘 해낼 것 같습니다. 그때가 기다려집니다.

 

■ 신백두대간 출정을 위해 거림에 도착한 꼬마한려

 

■ 세석을 향해 거림 출발

 

■ 천팔교를 지나는 일행

 

■ 북해도교를 지나는 일행

 

■ 전망장소에서 지리남부능선을 뒤로하고 선 앙코

 

■ 세석교를 지나는 일행들

 

■ 세석대피소 전경

 

■ 세석에 찾아 온 가을

 

■ 영신봉으로 향하는 일행들

 

■ 영신봉 1

 

■ 영신봉 2

 

■ 영신봉에서의 일행들 - 신백두대간 첫 번째구간 들머리

 

■ 영신봉 바로 아래에서 이대장

 

■ 지리남부 능선의 가을

 

■ 지리남부 능선 경관

 

■ 음양수가 흐르는 바위

 

■ 음양수 맛보는 앙코

 

■ 신랑각시 바위라나?

 

■ 남부능선의 개선문

 

■ 남부능선에 본 세석과 촛대봉

 

■ 100년만의 꽃을 피운 후 생을 마감한 산죽

 

■ 죽어 천년의 고사목과 외삼신봉

 

■ 삼신봉에서의 대간팀 일행

 

■ 삼신봉에서의 앙코

 

■ 막아 놓은 외삼신봉 등산로 - 지금부터 비지정탐방로

 

■ 외삼신봉에서의 앙코

 

■ 외삼신봉 1

 

■ 외삼신봉의 위험구간 - 로프를 타는 일행들

 

■ 외삼신봉 2

 

■ 외삼신봉에서 본 천왕봉 방면

 

■ 바위 밑 동굴 - 반달곰 서식처인가?

 

■ 묵계재 위 산죽터널을 지나는 앙코

 

■ 산죽터널 1

 

■ 산죽터널 2

 

■ 끝 없는 산죽터널을 지나며 지쳐버린 앙코

 

■ 고운동재에 도착한 앙코 - 신백두대간 첫 번째구간 날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