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23. 8. 19 ~ 8. 20 토/일요일 (1박 2일)
■ 어 디 를 : 지리산 천왕봉 (1,915.4m)
■ 누 가 : 안코
■ 날 씨 : 8/19 비 그리고 흐림, 8/20 맑음
■ 산행여정 : 거림탐방안내소→세석→장터목대피소(1박)→천왕봉→치밭목→유평→대원사주차장
■ 산행시간 : 14시간 20분
거림탐방안내소(10:15)→세석대피소(13:05)→장터목대피소(15:55)
장터목대피소(4:00)→천왕봉(4:40)→치밭목대피소(7:50)→대원사주차장(12:40)
장터목 대피소에서의 반야봉 석양과 천왕봉 정상에서의 장엄한 일출의 즐거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불과 나흘 전 천왕봉을 다녀왔었지만 그 즐거움 찾기의 간절함이 있어 또다시 집 나서기로 했습니다.
거제에 비가 옵니다. 대전-진주간 고속도로 상에 소나기성 장대비가 내리 붓습니다. 단성 IC 통과할 즈음에는 언제 비가 왔었느냐며 도로 바닥에 물방울 한 점 없어 일단 한시름 놓았습니다.
오늘 산행은 거림을 출발하여 세석을 지나 장터목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아침 천왕봉 일출을 영접한 후 대원사로 하산하는 1박 2일의 제법 긴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대원사로 하산하여 원활한 차량 수거를 위해 덕산버스터미널 인근에 꼴레를 주차시킨 후 9시 10분발 거림행 농촌버스를 탔습니다. 1,000원입니다.
거림 가는 길 중간지인 내대마을 보건소 앞에서 하차하여 지인의 세컨하우스에 들러 한잔의 커피로 여유를 가진 후 계획한 산행을 위해 거림 탐방안내소까지 태워달라 요청했습니다.
거림 탐방안내소에서 탐방로 현장 접수를 마치고 배낭을 둘러메는 순간 배낭 어깨 끈이 툭 떨어집니다. 요행이 여유분의 끈들을 보유하고 있어 응급조치로 어려움은 면할 수 있었으나 산행이 끝나면 배낭과의 아쉬운 이별을 해야겠습니다. 백두대간과 9정맥을 함께한 배낭인데 배낭도 이제 지쳤나 봅니다. 산행 중에는 언제 돌발 상황이 찾아올지 모르니 유비무한만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북해도교 근처에서 소나기를 만납니다. 어차피 비 맞을 각오로 집을 나섰기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습니다. 우의 대신 우산을 펼쳤습니다. 바짓가랑이가 약간 젖을 뿐이지 산행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세석대피소 앞 마당에 거대한 포크레인 2대가 나무심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전국의 명산에서 하얗게 말라가고 있는 구상나무를 복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도 촛대봉은 운무에 갇혔습니다. 다행이 연하봉 근처에서는 하늘이 살짝 열려 야생화들이 천상화원을 이룬 연화선경을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아주 느리면서 힘들지 않은 걸음으로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며 살포시 걸었습니다.
장터목대피소에서 잠자리를 배정받고 야외테이블에 앉아 여유로움 속에 서쪽하늘 해넘이를 기다렸습니다. 하얀 운무가 춤 추며 파란하늘을 열었다 닫기를 하더니 야속하게도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아쉬움을 뒤로 내일 새벽 천왕봉 일출을 기약하며 대피소 딱딱한 마루바닥에 몸을 뉘었습니다.
지리산 하늘에 별들이 총총합니다. 오래간만에 천왕봉 일출을 영접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설렙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천왕봉 정상에 올라서고 동쪽하늘만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는 천왕봉 일출은 그리 쉽게 내어주지 않는 법입니다. 오늘도 나 안코 탓이 아닌 천왕봉에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 중 한 사람 탓일 것이리라 돌리고 중봉으로 아쉬운 발길을 돌렸습니다.
치밭목대피소까지는 성대(성삼재-대원사)종주를 하고 있는 서울 총각과 유평까지는 화대(화엄사-대원사)종주를 하고 있는 대전 젊은 부부, 100대 명산 산행을 하고 있는 친구분과 함께 재미있는 지리산 이야기를 나누며 힘들지 않게 산행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안코는 거대(거림-대원사)종주를 한 셈입니다.
유평마을 앞 대원사 계곡 속에 물보다 사람이 더 많습니다. 대원사 버스주차장 매표소 사장님께서 버스주차장에 관광버스가 꽉 차버려 계곡 입구 마을에서 시외버스가 돌아가므로 그곳 까지 가야 한답니다. 무지막지한 땡볕을 맞으며 죽으라고 걸었습니다. 평촌마을 버스승강장에 도착하니 서울 총각도 더위에 지쳐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있습니다.
서울 총각이 덕산까지 택시요금을 지불하고 서울 가는 버스가 오는 인월까지 안코가 데려다 주겠다는 윈윈 전략을 제안했습니다. 협상은 흔쾌히 진행되었고 이로써 장터목의 추억을 찾아 떠난 지리산 산행을 깨끗이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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