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2. 6. 23 ~ 24 (1박2일)
■ 어 디 를 : 지리산 주능선 종주
■ 누 가 : 대성, 정희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1일차-맑음, 2일차-흐림
■ 산 행 여 정 : 거제→백무동→성삼재→노고단→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1박)
→천왕봉→장터목→백무동→거제
■ 산 행 시 간 : 19시간 10분
1일차 성삼재(3:20)→장터목대피소(18:00) 14시간 40분
2일차 장터목대피소(7:30)→백무동 탐방안내소(12:00) 4시간 30분
■ 산 행 거 리 : 약 37.2Km
1일차 성삼재→노고단→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대피소(28.0Km)
2일차 장터목대피소→천왕봉→장터목→백무동 탐방안내소(9.2Km)
3연짱으로 장거리포를 쏘아 올립니다. 호남정맥 15구간, 낙동정맥 2구간에 이어 지리산 주능선 종주까지 3주 연속으로 달린 거리의 합이 무려 100Km를 육박합니다. 세월 지나 늙어지면 관절이란 놈이 무작스런 주인님을 나무라지 않으려나 모르겠습니다.
화대종주가 아닌 주능선만의 종주는 실로 오래간만이며 옛날 추억을 되살려 성삼재를 출발하여 장터목대피소에서 1박하고 다음날 천왕봉 일출을 본 후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확정하였습니다. 이번 종주길은 현파트, 최대리, 나 고집통 이렇게 세 사람이 마음을 맞췄습니다.
백무동의 야심한 새벽 3시에 장터목펜션 사장님이시면서 백무동 택시기사이신 이봉수님의 단잠을 깨웠습니다. 펜션에 주차를 하고 백무동으로 내려오면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바로 하산이 되며 무엇보다도 이틀 동안의 주차비가 무료이므로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습니다. 택시가 성삼재에 도착하니 밤을 잊은 산님들로 북적입니다. 그들 틈 속에 우리 세 사람도 지리산 종주의 뜻을 품고 이마등 불 밝히고 보무도 당당한 발걸음으로 성삼재를 출발합니다.
화엄사에서 올라오는 무넘이재를 통과하지 않는 지름길 계단을 올라가니 금세 노고단대피소입니다. 새벽산행을 서두르는 산님들로 이 곳 또한 북새통입니다. 배고프지 않으나 그래도 허전함 이라는 놈을 달래려고 바나나 한 개로 입가심을 하고 노고단을 넘습니다. 돼지령쯤에서는 날이 밝았고 혹시 지리십경의 하나인 노고운해를 볼 수 있으려나 기대했는데 자욱한 안개로 인해 돼지령 일출은 꿈이 되고 말았습니다. 임걸령 샘물은 언제나처럼 꿀맛입니다. 노루목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삼도봉 에서는 처음으로 단체사진을 한 장 남기고 충무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매번 토끼봉 오르는 일은 참말로 힘듭니다. 순천 효천고등학교 강형순선생님과 앞서거니 뒤처지거니 하면서 안면을 익혀갑니다. 명선봉 오름길에는 거의 녹초가 됩니다. 연하천대피소에서 약간의 휴식 과 함께 물통을 채우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형제봉 소나무는 아직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고 천왕봉을 찾아보라는 간판이 있는 전망바위에서는 희뿌연 안개구름이 시야를 방해합니다.
벽소령에서 먹는 떡라면과 거제 행운막걸리 맛은 일품 그 자체입니다. 하기야 뭔들 맛이 없겠습니까? 순천 강 선생님께서 막걸리 두 잔의 신세를 꼭 갚아주겠노라며 명함을 건네주시며 반야곰 닉네임 을 사용하신다고 알려줍니다. 효천고등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아주 인자하신 얼굴과 달리 학생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학생부장님이십니다. 백두대간을 완성하셨다니 산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계신분입니다.
난 개인적으로 지리산 주능선 중에서 덕평봉 오르는 일이 가장 길면서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세상에서 가장 시원하고 맛있는 꿀샘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선비샘입니다.
칠선봉 계단은 175개입니다. 이제 이 정도쯤은 한방에 해결해 냅니다.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영신봉이고 세석대피소입니다. 장터목까지 14시간을 계획했었는데 계획대비 1시간 정도 지체될 것 같습니다. 약간의 물만 보충하고 바로 촛대봉으로 올라갑니다. 현파트 얼굴의 땀줄기는 거짓말 조금 보태 선비샘처럼 흘러내립니다. 지리산 첫 종주를 장거리포로 장전하였으니 당연히 힘이 들겠지만 대피소 예약을 장터목으로 했으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냥 밀어 붙여야 합니다. 그에 비해 최대리는 사정이 괜찮은 편입니다. 이미 지리산 종주를 서너 차례 경험 하였기에 지리산을 잘 알고 있는 아가씨입니다.
워낙 고산지대라 연하봉 근처에는 아직 야생화가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있지만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연하선경입니다.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여 주어진 잠자리 지정받고 담요 빌리고 산상만찬 들어갑니다. 제주도 흑돼지 삼겹살이라는데 하얀 털이 보송보송합니다. 흑돼지면 어떻고 백돼지면 어떻습니까? 해는 서쪽으로 넘어가고 소주랑 삼겹살은 목을 타고 넘어갑니다. 알콜에 취한 것이 아니라 분위기에 취합니다.
옆자리에 대책 없이 집 나온 부산의 자매 아지매들 버너 불 댕겨주니 날 보고 천사표랍니다. 난 천사 아닌데요. 어쨌든 내일 일출 봐야 하니 천사는 자러 갑니다.
12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귀밑에서 화물차 지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귀마개로 틀어막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코골이 아저씨는 추가 접수를 받아 침상이 아닌 방바닥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내 귀 바로 아래 아저씨 코가 있으니 아주 미칠 지경입니다. 어차피 잠자는 일은 글렀으니 천왕봉 일출이 가능할지 어떨지 하늘에 별을 확인하러 대피소 밖으로 나갔습니다. 태풍급 바람이 불어 날아가기 아니면 얼어 죽을 날씨입니다. 천왕봉 일출보기는 포기하고 날이 밝아지면 아침식사 후에 천왕봉에 오르기로 하고 부족한 잠을 채우기로 하였습니다.
장터목 취수장에는 감질 맛나게 물이 졸졸거립니다. 대한민국에 104년만의 6월 가뭄이 왔다 하니 지리산도 목이 많이 말라 있습니다. 배낭을 두고 맨몸으로 천왕봉으로 갔다 오는 일이니 펄펄 날아갑니다. 그것보다 바람세기가 워낙 강해 몸이 날아가 버릴 것 같습니다. 순식간에 천왕봉 정상에 올라 인증 샷을 남기고 지리산 주능선 종주를 완료한 후 대피소로 내려왔습니다. 이제 백무동으로 하산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망바위에서 천왕봉을 바라보니 안개 띠가 바람을 타고 천왕봉을 휘감고 도는 모습은 일대장관입니다. 소지봉은 하산 길의 절반이며 참샘은 또 절반이고 하동바위는 거기에서 또 절반 정도 되는 거리입니다. 백무동 탐방안내소 앞에서 지리산 주능선 무사종주를 기념하는 사진을 한 장 남겼습니다. 그리고 백무동계곡 물에 발을 담갔습니다. 개운합니다.
지리산은 언제 어느 때 찾아가도 마다하지 않으며 편안함을 제공해주므로 아주 중독성이 강한 산 입니다. 그래서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은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또 가고 싶어 애태우며 기회만 주어지기를 기다립니다.
지리산 주능선을 걸을 때면 그 행복감에 빠져 비록 몸은 고달프라도 마음은 숨 쉬는 일 다음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니 가지 않고는 배겨 낼 수가 없습니다. 조만간 시간 내서 화대종주 한번 다녀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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