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2016. 12. 6 ~ 12. 18 (11박 12일)
□ 어 디 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 누 가: 황사장님(두철), 이대장님(병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맑음
□ 산행 여정: 나야폴→티케둥가(1박)→반탄티→고라파니(2박)→푼힐(일출)→반탄티
→타다파니(3박)→촘롱→시누와(4박)→도반→데우랄리(5박)→MBC→ABC(6박)
→히말라야롯지→밤부(7박)→촘롱→지누단다(온천/8박)→킴체(택시)→나야폴
□ 산행 시간: 7/8일차 12시간 40분(6시간 30분/6시간 10분)
7일차: ABC(8:30)→히말라야롯지(13:30)→밤부(15:00)
8일차: 밤부(8:10)→촘롱(11:40)→지누단다(14:20)
샹가이 점! 함께 갑시다!
ABC의 밤은 깊어갑니다. 야심한 밤 롯지 안이 부산스럽습니다. 우리 이대장님 화장실 갔다 오는 길에 달빛에 비친 안나푸르나가 너무 아름다워 대포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야겠는데 카메라 다릿발 부품 한 개가 보이지 않는다며 배낭 뒤적거리는 소리였습니다.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어제 저녁 석양의 주역이 마차푸츠레였다면 오늘 일출의 주연은 단연 안나푸르나1 봉입니다. 안나푸르나가 우리에게 마지막 선물로 거대한 황금 덩어리를 내어줍니다. 영화 히말라야에서 조난당한 박무택(정우)이 황홀하게 바라 본 아침 태양이 분명 오늘의 이 태양일 것입니다. 어제 찾아보지 못했던 박영석, 신동민, 강기석 추모탑을 찾아갔습니다. 추모탑 앞에 서자 갑자기 마음이 울컥해지고 눈가에 이슬이 맺힙니다. 조금 전 그렇게 황홀함을 선사해 주었던 저 안나푸르나의 품속에 세분이 잠들어 있다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의 영면을 두 손 모아 기원했습니다. 추모탑을 지나 크레바스 지대를 보기 위해 위치를 조금 더 이동하니 어제처럼 손과 팔이 또 저려옵니다. 얼른 뛰어 내려왔습니다.
롯지에 내려오니 예쁜 한국 아가씨가 생글생글 인사를 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자라고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다는 명랑한 아가씨 아영입니다. MBC 롯지에서 잠을 잔 후 아침식사도 하지 않은 채 일찌감치 ABC로 올라온 대단한 아가씨입니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있는것 같습니다. 젊은 아가씨 혼자 가이드와 함께 트래킹을 하다 보니 가이드가 자꾸 선을 넘는 말과 행동으로 치근대어 아주 곤란한 지경이며 남은 트래킹을 같이 할 일이 걱정이라고 토로합니다. 샹그리아 롯지 안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가이드를 보니 네팔인구의 80%정도로 주류를 이루는 인디아 아리아계이며 그냥 순진하게 생겼습니다. 상황이 이럴진대 그냥 두고 떠날 수가 없게 되었고 ABC를 출발하면서부터는 일행이 두명 불어난 아홉명이 되어 샹가이 점(함께 가다)을 하여 포카라 시내까지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안나푸르나를 등 뒤에 두고 돌아보고 또 돌아봐가며 아쉬움의 발길로 ABC 를 떠납니다. MBC로 내려오는 길에 뱀바가 다른 가이드와 포터들을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며 반가워합니다. 알고 보니 한국인 11명의 단체손님이 올라오는데 한국 음식을 조리할 주방팀까지 포함해 네팔인 23명이 동원되었다고 합니다. 주방팀은 가스통, 주방기구 그리고 김치를 포함한 각종채소와 한국 쌀까지 총동원하여 짊어지고 올라온다고 하니 돈의 위력이 엄청남을 보여줍니다. MBC 롯지에서 아영의 짐을 챙기는 동안 아침식사를 하지 못한 가이드가 식사를 하고 우린 그들을 기다려주기로 했습니다. 이곳 MBC 롯지 마당에서는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안나푸르나3봉과 강가푸르나도 조망됩니다. 그리고 깎아지른 절벽에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산양의 모습도 봅니다.
올라올 때는 보지 못했던 오르막 계단길이 있습니다. 그때는 내리막 계단길이라 느끼지 못했는데 이렇게 내려가는 길에 오르막 계단길을 만나니 힘듭니다 . 명랑한 아가씨 아영은 입이 잠시라도 쉴 새가 없습니다. 한국말, 중국말 그리고 영어로 스치는 모든 사람들이 친구가 되어 이야기 하는 것을 보니 글로벌이란 것이 뭔지를 아영이 내 눈앞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은 말은 낳아서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낳아서 서울로 보낼 것이 아니라 영어하는 나라로 보내야겠습니다.
올라올 때 하룻밤을 머물렀던 데우랄리를 그냥 지나쳐 내려오고 히말라야 롯지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제 2의 인생을 찾아 네팔로 왔다가 카트만두에 부인을 두고 홀로 ABC를 오르고 있는 60대 후반의 아저씨를 만납니다. 대단한 열정에 놀랍고 그 모습이 후일 내 인생에도 참고가 될 듯합니다. 도반도 그냥 지나치고 밤부(2,310m)에서 히말라야 트래킹 7일차 밤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오래간만에 따뜻한 물에 샤워라고 해보지만 샤워 꼭따리 물은 쫄쫄거리고 샤워실 지붕은 뻥 뚫려 온 몸이 달달 떨립니다. 뱀바가 이제 고도를 많이 낮췄으니 술을 마셔도 된다 합니다만 황사장님이 카고백 속에 소주가 없다며 아쉬워합니다. 이럴 때 나 고집통이 기지를 발휘해 소주 4홉들이 한 병을 내어 놓으니 마른하늘에 단비를 만난 황사장님이 너무 기뻐합니다. 무엇이든 있을 때 아끼고 저축해 두었다 필요할 때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몸에 밴 고집통의 평상시 습관입니다. 그리고 고생한 가이드와 포터를 위해서는 네팔 양주를 한턱 쏘아 주었습니다. ABC 롯지와 마찬가지로 밤부 롯지도 와이파이가 되지 않으니 억지로 눈을 감았습니다.
오늘은 히말라야 온천이 예정되어 있어 8일 동안 쌓인 묶은 때를 벗겨낼 수 있다는 생각에 상쾌한 아침을 맞이합니다. 마차푸츠레가 뒤로 점점 멀어져 갑니다. 시누와 롯지의 주인 아주머니와 나마스테로 인사하고 꼬맹이 너뎃 명이 놀고 있는 촘롱 유아원 옆도 지납니다. 촘롱계곡 다리를 건너고부터는 줄곧 오르막 돌계단길입니다. 이럴 때 고집통은 현명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만사 잊고 무념무상으로 계단 개수를 세면서 올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꼭대기에 올라가 있게 됩니다. 뱀바의 얘기로는 3,500개가 넘는다고 했는데 약 2,100개 정도입니다. 촘롱 돌계단에서 또 한 떼거리의 노새를 만납니다. 주로 가스통이나 공산품을 등짐하고 있는데 그들의 운명이 애처롭습니다.
촘롱롯지 마당 햇살 아래에서 점심식사를 합니다. 분명 따가운 햇살이건만 네팔 사람들은 햇살을 너무 좋아합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한 것은 보기에도 답답한 패딩옷을 한번 입었다 하면 절대 벗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제 히말라야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될 지누단다로 향합니다. 급경사 길을 꼬불꼬불 틀어가며 내려갑니다. 이런 첩첩산중인데도 양산을 쓰고 멋을 한껏 부린 아주머니와 짐을 이마에 무지무지하게 많이 짊어진 아저씨가 그 뒤를 따라 올라갑니다. 부부인듯한데 남자는 어느 나라든 괴롭습니다. 길가에서 네팔 오렌지를 팔고 있는 사람은 이 지역사람이 아니라는데 도대체 얼마나 먼 거리에서 오렌지를 짊어지고 왔는지 삶이 힘들어 보입니다. 지누단다(1,780m) 에버그린롯지에 도착하자마자 포터들과 샹가이 점(같이)하여 계곡의 노천온천을 찾아 내려갔습니다. 매표소를 지나고 30여분을 내려가야만 계곡 바닥의 온천에 도달할 수가 있었습니다.
전세계인들이 모두 들어앉은 글로벌 목욕탕입니다. 생각보다 물은 따뜻했고 히말라야에서의 여독이 싹 씻겨 나갑니다. 내친김에 계곡의 빙하수에도 몸을 담가보았습니다. 만년설이 녹아 내린 빙수여서인지 역시 물은 차가웠으며 온몸이 썰렁했습니다.
다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지누단다 롯지에 올라가니 뱀바가 닭도리탕을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맛과 비주얼 모두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환상적입니다. 이번 트래킹에서 가이드 하나는 기가 차게 잘 만났습니다. 오래간만에 한국으로 히말라야 소식을 전해주고 안나푸르나에서의 마지막 아쉬운 밤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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