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거제지맥 종주

[거제 동서지맥 - 2] 날씨는 아직 봄 아니란다

산안코 2010. 3. 30. 13:37

◈ 언           제: 2010. 3. 27 토요일(당일)
◈ 어    디    를: 거제 동서지맥 첫번째 구간(36.5Km 중 13.2Km)
◈ 누           가: 고집통 단독
◈ 날           씨: 흐렸으며 바람 많았음
◈ 거리  및 시간: 구 거제대교 은성사 입구(11:50)→팔골재(17:30) (13.2Km, 5시간 40분 )
◈ 산 행    코 스: 은성사 입구→시래산→폐왕성→우두봉→거치→ 418봉→개금치

                       →백암산→팔골재(옥산고개)
 

지난 3월 7일 두번째 구간을 시작해 놓은 거제동서지맥 첫번째 구간을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아침밥 먹고 나니 10시 반이 지나있습니다. 부랴부랴 배낭 챙기고 장평에 들어가 충무김밥 2인분을 준비하고 거제대교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리니 11시가 되어 나타납니다. 요놈의 버스는 거제도 들어 온지 30년이 된 내가 한번도 못 가본 그런 길로 뺑뺑 돌아다닙니다. 결국 대교초등학교 앞에 날 떨어뜨려 놓은 시간이 11시 50분입니다.
은성사 입구라는 간판을 보고 올라가는 길은 목조건물 공사장과 통하는 길입니다. 짚차를 타고 내려오던 어떤 사람이 날보고 현장소장이냐고 물어옵니다. 생긴 모습이 현장 소장감인가? 손사래를 치고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르니 기계톱의 앵앵 거리는 소리가 심기를 상하게 만듭니다. 거제도의 모든 산속 나무를 다 자르는 모양입니다. 지난번엔 계룡산, 옥녀봉 등등을. 이번엔 시래산을. 거치 넘어갈 때까지 끊임없이 톱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주 작살들을 내는 모양입니다.
은성사(12:00)에는 할머니 한 분이 사람이 그리우셨나 반갑게 맞이하며 이런저런 이야기, 하물며 바람난 강아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내 발길을 붙잡습니다. 끊임없는 할머니 말씀을 마냥 듣고 있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어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남기고 출발합니다. 은성사 바로 위에는 평상이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신,구 거제대교가 조화를 잘 이룬 견내량 바다가 멋있고 너머 통영시가 잘 조망됩니다.
모처럼 흘려보는 이마의 땀방울이 눈을 타고 들어가니 따갑습니다. 시래산 정상(12:15)은 운동기구가 준비되어있고 둘 무더기 두가 우뚝 서있습니다. 답자의 시그널을 보고 따라 내려가는 길이 제법 미끄럽습니다. 임도(12:32)를 따라 줄곧 가면 폐왕성이 나올 것이라 생각은 되지만 편하자고 산에 온 것이 아니기에 산 능선을 타고 올라가니 제법 등로가 잘 정돈 되어있습니다. 길이 안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괜한 걱정을 했구나 생각하는 순간 그만 길을 놓쳐버렸습니다. 길을 놓친 건지 아니면 길이 없는 건지 가시밭길로 내가 가고 있습니다. 느낌으로 그냥 앞만 보고 헤치고 나가봅니다. 잘 다듬어진 산소 몇 기가 있는 곳에서 위쪽을 바라보니 나무 사이로 거무튀튀한 무엇인가 시야에 잡힙니다. 폐왕성(13:07) 돌 성곽입니다. 고려시대 의종이 무신의 난 때 위배된 곳입니다. 약 15년 전에 내가 왔을 때는 방치되었던 성곽이 지금은 많이 복원되었고 산정상에 집수장도 깔끔하게 복원되어 있습니다. 둔덕 방면에서 한 무리의 산님들이 폐왕성을 향해 올라옵니. 

우두봉으로 오르는 길은 참 잘 꾸며져 있습니다. 435m나 되니 만만하게 볼 산은 아니고 거제도의 숨은 명산이라 생각됩니다. 헥헥 거리며 우두봉(13:25)에 오르니 아직 시멘트가 마르지도 않은 비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일제시대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하신 곽붕석 선생님을 기린답니다.  정상에서 산불감시를 하시는 분의 작은 할아버지이신데 안중근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춰 비문을 세웠다는데 인터넷 조회해보니 그런 분은 안 계신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없는 일을 만들어 공덕비를 힘들게 세울 리 만무하니까 믿기로 했습니다. 저 아래 둔덕마을에는 청마 유치환 선생의 생가가 보이고 바로 뒤 산방산도 뚜렷하게 보입니다. 충무김밥을 끄집어 내니 아저씨께서는 바람이 너무 세차고 추우니 감시초소 안으로 들어와서 식사를 하라하십니다. 전기가 누전이 되어 TV가 나오지 않는다며 거제시에 고쳐달라고 신고를 했는데 고쳐주지 않아 할 수 없이 라디오를 가져다 놓았다는데 거제시에서 쉽게 전기를 고쳐주지 않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팔골재까지는 남은 길이 너무 많아 마음이 바쁩니다. 누군가 소사나무 분재 한답시고 땅속을 많이 뒤집어 놓았습니다. 아직도 기계톱 돌아가는 소리가 산을 쩌렁쩌렁 울립니다. 오늘 거제 대금산에는 진달래 축제를 시작하고 여기 우두봉에도 진달래 꽃과 산수유 꽃도 빼꼼이 고개를 디밀고 봄이 왔는지 확인 하는데 강원도에는 아직도 폭설이 내리고 있다 하고 구름 잔뜩 머금은 거제의 하늘은 세찬 바람을 보내 봄을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심한 경사길을 내려서니 거치(14:26)에 도달합니다. 

418봉을 지났습니다. 거제도 산에서 많이 보는 광경은 산성이라 생각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돌들이 끊임없이 연결된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날 무기가 그리 발전하지 못한 시절에 무기가 돌이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것도 합니다. 둔덕에서 사등을 넘는 개금치(15:40)에는 차량들이 쌩쌩 지나갑니다. 철망이 막힌 지맥길을 찾는다고 여러 번을 왔다 갔다 하다 작은 통로를 찾아내고 언덕배기를 밧줄을 타고 올라섭니다. 왜 쌓았는지 모르지만 산 꼭대기에 최근 돌담을 길게 축조 해놓았는데 그래야만 될 이유를 전혀 모르겠습니다. 폐왕성에서부터 줄곧 우측 편에 보이던 산방산이 아직도 옆에 그대로 있습니다. 그렇지만 좌측 편에서는 청곡마을도 지나고 성포도 지나고 사등도 지났습니다. 선답자 중 길게 매달아 놓은 노란 리본이 촘촘하게 있어 산행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백암산(16:25)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리본도 길도 잃어 버려 멀리 보이는 삼성중공업만 보고 무조건 아래로 길 없는 길을 헤매고 내려오니 임도를 만나고 요행이 또 다른 리본을 만나 잠깐 안심하였으나 몇 발자국 가지 못해 또 길을 잃어 버렸습니다. 결국에는 가시넝쿨이 얼굴에 피를 보게 만듭니다. 오늘 얼굴이며 목이며 가시넝쿨에 많이도 할큄을 당해가며 혼자서 산속 원 없이 헤매고 다녔습니다. 또 시멘트 임도가 나오고 이내 팔골재(17:30)에 도착함으로써 거제 동서지맥 첫번째 구간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이번 구간은 겨울이었기에 힘은 들어도 가능했지 만약 여름이었다면 가시 넝쿨로 인하여 틀림없이 중도 하차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팔골재의 날씨는 참 쌀쌀합니다. 이미 봄 축제가 시작되었고 꽃 나무들도 꽃망울을 터뜨렸는데 날씨는 봄이 오지 않았답니다. 꽃이 계절을 잊었는지 날씨가 계절을 잊었는지 내가 헷갈힙니다.  야속한 버스는 꼭 30 분을 기다려서야 나타납니다.

  

◈ 구 거제대교 앞 은성사 입구

 

◈ 은성사 오르는 길목의 목조건물 공사현장

 

◈ 은성사 전경

 

◈ 은성사 전망대에서 본 신구 거제대교

 

◈ 은성사 전망대에서 본 견내량

 

◈ 시래산에서 본 견내량

 

◈ 시래산에서 본 통영시

 

◈ 시래산 정상

 

◈ 시래산 진달래

 

◈ 잘려나가는 소나무

 

◈ 폐왕성 졸 성벽

 

◈ 폐왕성 집수지

 

◈ 폐왕성에서 본 우두봉

 

◈ 폐왕성에서 본 청마 유치환선생 고향이 있는 둔덕마을

 

◈ 아직 시멘트가 마르지 않은 곽붕석선생 공적비

 

◈ 우두봉 돌 장기판

 

◈ 소사나무 분재 만들려는 사람의 해꼬지

 

◈ 고로쇠나무와 소나무의 불편한 동거

 

◈ 생강나무 꽃의 봄 마중

 

◈ 소나무 부엉이방구

 

◈ 거치 전경

 

◈ 435봉 전경

 

◈ 나무두릅의 봄 마중

 

◈ 사등과 둔덕을 이어주는 개금치

 

◈ 산꼭대기 왠 담벼락

 

◈ 거제 동서지맥 선답자들의 발자취

 

◈ 저~~기 삼성중공업

 

◈ 거제 동서지맥 첫번재 구간 마무리 팔골재(옥산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