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2010. 4. 05 월요일(당일)
◈ 어 디 를: 거제 동서지맥 세번째 구간(36.5Km 중 12.9Km)
◈ 누 가: 고집통 단독
◈ 날 씨: 흐렸다가 아주 맑음
◈ 거리 및 시간: 배합재(11:58)→양지암 등대(16:40)(12.9Km, 4시간 42분)
◈ 산 행 코 스: 배합재→옥녀봉 사거리→옥녀봉→두모→느태재→양지암 조각공원
→양지암 등대
이젠 봄이겠지 생각하면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리고 거제도엔 어김없이 비가 내립니다. 강원도는 마당에 눈 녹는 날이면 여름이 되어 있겠습니다. 3월 한달을 보냈지만 도저히 햇볕 구경을 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피었어야 할 진달래, 벚꽃들이 피지 않아 지방자치들의 봄 축제를 망쳐버렸습니다. 백령도 앞바다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로 천안함이 침몰하였고 구출에 나선 금양호 마저 침몰하여 대한민국 전체가 슬픈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빠져 회사원들의 즐거움을 빼앗아 가버렸는데 회사에서 봄 농사를 잘 지었다고 휴무일로 지정해 준다고 합니다.
거제 동서지맥 세번째 구간을 위해 시내버스 주차장으로 가는 지금도 하늘은 무엇이 그리도 불만인지 잔뜩 찌푸리고 있습니다. 배합재까지는 버스시간이 맞지 않으니 고현에서 11시에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타고 문동에서 버스를 내리고 지방도를 따라 한참을 걸어 배합재에 도착(11:58)합니다.
지난 여름 옥녀봉 삼거리에서 배합재로 내려온 적이 있기 때문에 전혀 생소한 길은 아닙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거친 숲이 갈 길을 막았지만 지금은 등로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길을 잃지 않고 산행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하늘의 구름이 어느 정도 걷히고 하늘이 열리니 멀리 고현만과 시내가 조망되고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쟈켓을 벗어 배낭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옥녀봉 삼거리(12:56)까지 어렵지 않게 도착이 됩니다. 거제 남북지맥과 동서지맥이 교차하는 이곳을 이제 옥녀봉 삼거리가 아니라 엄연히 옥녀봉 사거리로 개명을 해야겠습니다. 어디선가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가 따~따~따 들려옵니다. 아무도 보고 듣는 사람 없으니 딱따구리가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따라 해봅니다.
옥녀봉을 향해 가다 전망대에서 멋진 지세포항을 잠시 감상하노라니 처음으로 산님을 만납니다. 소동고개 안부(13:16)에는 옥녀봉 400m의 이정목이 있습니다. 가파른 계단 길을 그냥 올라가면 힘드니까 몇 발자국이 나오는지 세면서 올라 갑니다. 헬기장을 지나치고 안테나 많은 옥녀봉 정 (13:30 에 올라서니 800보가 똑 떨어집니다. 2층짜리 팔각정에 올라 약간의 간식과 맥주 한 깡통을 비우고 있노라니 산불 감시초소에서 세분 아저씨 아줌마가 얘기 꽃을 피우며 아주 즐겁습니다. 정상 삼각점은 언제 다듬었는지 역사의 가치가 있네 어쩌느네 운운하며 알토랑 같은 우리 세금들을 산꼭대기에 발라 놓았습니다. 좌우 지간에 내 유리지갑에서 빼 간 세금이 엉뚱한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평일이라 산에 오르는 산님이 귀하긴 귀합니다. 집에서 볼 신문을 산 오르다 쉬면서 펼치고 있는 산님 한 분 스쳐 지나고 새벽양지(14:02)도 지나고 옥녀봉 봉수대(14:26)에도 올라 봅니다. 이어서 옥녀봉 끝자락을 따라 쭉 내려가니 장승포 애광원의 원예농원 하우스(14:44)가 나옵니다. 시멘트 길을 따라 내려갈까 생각다 좌측 편 밭 사잇길로 발길을 돌리니 애광원생들이 열심히 밭을 일구고 있어 얼굴이 약간 뜨거워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4번 국도 두모고개 사거리에 내려서게 되고 지하도(14:54)를 통과하여 거제 혜성고등학교 정문을 통과 하여 좌측 편 주차장을 따라 계속 오릅니다. 시멘트길이 끝나고 공동묘지가 있어 한 가운데를 통과하고 두번째 공동묘지도 가운데로 통과하고 나니 영타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나왔으며 여기가 느태고개(15:10)입니다. 능포 봉수대 안내판의 안내대로 봉수대(15:24)까지 올랐습니다.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며 바라본 양지암은 바다 건너편에 있어 앞으로 전진해서는 되지 않을 것 같아 왔던 길을 되돌아 가다 체육시설이 있는 왼쪽 편의 산길을 따라 타고 내려가니 옥수교회 시온 어린이집 마당으로 떨어집니다. 큰길로 나가 주위 상점에 들러 부산 생막걸리 한 통 장만하여 양지암 장미공원(15:47)에 들렀다가 잠깐 길을 찾아 헤매다가 양지암 조각공원(16:02)을 지납니다. 산책로를 따라 갈수도 있겠지만 거제 동서지맥을 타고 있는 몸이 편한 것을 추구할 수 없으니 여기서도 산길을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산길이래야 별 것이 있겠나 만은 낚시꾼들이 갯바위로 접근하기 위해 다닌 길들이 멋진 산길이 되어있습니다. 발 아래 깎아지른 바위가 섬뜩한 절경이며 멀리 장승포 앞바다의 크고 작은 선박들 정박이 조선업 하는 우리네 마음을 아프게도 하고 나름 많은 생각을 갖게도 합니다.
산책로 군부대가 나옵니다. 살짝 밑으로 돌아가니 양지암 등대(16:40)가 나옵니다. 방파제 끝자락의 등대는 여러번 접근해봤지만 이렇게 육지 끝 바위 위의 등대는 처음입니다. 뭐라 말해야 될까? 느낌이 야릇합니다. 한참을 등대 밑에 홀로 앉아 생각에 잠깁니다. 아까 장만한 부산 생탁 앞에 두고서리 청승맞게 잔을 기울여 봅니다. 시간이 어째 가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에 돌아가야 되는 줄도 잊고 멍하니 바다를 보고 별 세상에 빠져 있노라니 품속의 기계가 깜짝 나를 깨웁니다. 「저녁에 술 약속 잡자고 친구에게서 전화 왔으니 우짤까? 」 내 사랑 마눌님 연락이 왔습니다. 술이라면 마다할 내가 아니니 「금방 갈 테니 자리 잡아 놓으라」고 했지만. 이후 한 시간 반도 더 지나서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고놈의 꾸물탕 거리는 버스 땜에.
이로써 거제대교를 출발하여 양지암 등대까지 연결되는 거제 동서지맥을 세 번에 걸쳐 혼자서 사리살짝 걸어 보았습니다. 하늘의 특혜를 입은 관광도시 거제도는 거제 동서지맥이라는 또 다른 멋진 산길이 있었습니다. 그 길은 아직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 그다지 없지만 만약 그 길에도 한번 빠지면 그 황홀경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내가 그랬으니까요.
아주 더디게 가고 있는 징글징글한 이 봄, 빨리 지나가고 서쪽 바다에서의 아픔이 치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들의 슬픔이 너무 오래갑니다. 이 봄 참 많이 아픕니다. 슬픈 계절은 짧았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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