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2010. 3. 07 일요일 (당일)
◈ 어 디 를: 거제 동서지맥 두번째 구간(36.5 Km 중10.4Km)
◈ 누 가: 고집통 단독
◈ 날 씨: 흐렸다 맑았고 바람 많았음
◈ 거리 및 시간: 팔골재 (13:22)→배합재(16:54) (10.4Km, 3시간32분 )
◈ 산 행 코 스: 팔골재(옥산고개)→동물농장→김현령재(산림욕장)→434봉(전망대)
→계룡산정상→절터→통신탑→고자산치→선자산 삼거리→청수목장→배합재
올해 목표로 정한 거제지맥 동서남북 종주를 아직 간도 못 봤기에 애가 탑니다. 동서지맥 구간은 풀 나면 숲이 우거져 가기 어려우니 빨리 발을 들여 놓아야 될 건데 매일같이 하는 일 없이 우째 이리도 바쁜지 나 원 참....
어제까지 봄비가 치적치적 내리더니만 창 밖이 고요합니다. 이리 저리 뒹굴 거리다 점심 먹고 났는데도 시간이 많이 남습니다. 얼른 보따리 챙겨 시내버스 주차장으로 향해봅니다. 동서지맥 첫 구간은 시간상 허락지 않으니 길을 잘 아는 두 번째 구간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버스주차장에 들어서니 버스가 직빵으로 눈앞에 들이댑니다. 옥산고개(13:22)에서 동물농장으로 올라가는 시멘트길을 따라 쭉 올라갑니다. 옛날의 OK목장(13:40)이 지금의 동물농장입니다. 사슴들이 목을 쑥 내빼고 왠 사람이 오나 구경하고 있습니다. 남의 사유지로 들어가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주인 아저씨에게 정중하게 목례를 하고 지나칩니다.
바로 위 산림욕장(13:46)에는 몇몇 사람들이 운동기구에 몸을 맡긴 채 전신을 비틀고 있습니다. 몇 일 동안 비가 제법 왔건만 등산로는 뽀송 뽀송합니다.
간만에 맑은 날씨이니 고현만에는 날 먹여 살리는 삼성중공업 전경이 선명합니다. 사진 한 장 담아볼까 생각하고 구도를 잡는데 앵글 속에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트려 놓았습니다. 어제가 경칩이라 했는데 거제에는 이미 봄의 전령사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좀 이른 것 같은데. 조것이 아마 후회할 것입니다. 434봉 전망대(14:22) 올라서니 노랑머리 갈색 눈동자 남자 2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뭘 알고 왔는지 계룡산 좋은 것은 알아 가지고서리....
제법 쌀쌀하고 바람 많은 계룡산에 발걸음 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띕니다. 그만큼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입니다. 계룡산 정상석(14:37) 위엔 까마귀 한 마리 지가 주인인양 버티고 있습니다.
절터(14:44)에 앉아 바나나 한 개 해치우고 통신탑(15:00)까지 한달음에 도착하고 6.25 시절 미군부대 통신대로 사용했던 건물이 있는 그 곳에 도달하니 몇몇 산님들이 거제 백 병원 방향으로 하산해 버립니다.
계룡산 바위산의 끝 부분 고자산(15:18)에서 고자산치로 내려서는 길은 무슨 놈의 차가 산중턱에까지 기어 올라왔는지 바퀴 자국이 산을 다 까뒤집어 놓았습니다. 그것이 취미 생활이라면 큰일입니다.
고자산치(15:28)에서 선자산 가는 길에는 아무도 나랑 같은 길을 가지 않습니다. 그래도 등로는 귀가 차게 잘 다듬어 놓았습니다. MTB를 위한 배려라는 느낌이 듭니다.
선자산 삼거리 팔각정(15:55)까지 가는 길에 어린이를 동반한 한 가족과 지나쳤습니다. 팔각정에서 90도로 좌회전하여 한참을 내려가는 길에 길이 아닌 나무에 각종 시그널이 매달려있습니다. 먼저 간 산님들의 산행기에서 길을 잘못 들어 상동지역 아파트단지로 하산하였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기에 아무 미련 두지 않고 길 없는 그 길로 발길을 들여 놓았습니다.
가끔 눈에 띄는 시그널만 따라 내려가는데 성곽일까? 돌 무더기가 담벼락처럼 조성되었고 그 위에 철조망(16:09)이 발길을 막습니다. 그냥 넘어서고 또 내려갑니다. 넓은 목초지가 나오고 소똥 천국이 펼쳐졌고 엄청 많은 개미집이 보입니다. 개새끼 몇 마리 놀다가 날 보고 도망 가더니만 내가 지나고 나니 동네가 떠나갈 듯 짖어 댑니다. 아마도 똥개들인가 봅니다.
철조망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청수목장이 나오고 이번엔 소들이 왠 사람인가 모가지 빼고 쳐다보고 있습니다. 혹시 민폐가 될까 봐 조용이 철조망 곁을 따라 걷다가 시그널 한 개를 보고 철조망을 넘어 목장을 탈출하고 제법 길 같은 길을 따라 가는데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눈 앞에 문동 저수지가 보입니다.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여 다시 왔던 길을 한참을 되돌아 가니 거제 422번의 표지석(16:44)이 있고 부산의 「같이하는 산사람들」과 「한백회」시그널이 길을 잘 안내해줍니다.
지금부터는 아는 길입니다. 지난 여름 배합재에서 역으로 선자산으로 올라 가볼까 생각다 길을 못 찾아 다시 내려왔던 길이니 만큼 배합재(16:53)까지는 순식간입니다.
거제지맥 두 번째 구간 산행을 마무리하고 배합재에서 비껴 앉아 칡즙 한 모금 하다가 입 조절을 잘못하여 옷에 다 부어 버렸습니다. 바나나나 한 개 먹는다고 껍질 벗기다 알맹이 통째로 길바닥에 떨어뜨려 버렸습니다. 그냥 퍼져 앉아 있는 내 앞을 젊은 친구 한 명 뛰어갑니다. 엉겁결에 눈길을 주니 삼거마을에서 고현까지 하루에 세 번 있는 버스가 때 맞추어 오고 있습니다. 오메 고맙고 반가운 것. 배낭 들고 무조건 뛰었습니다.
오늘 거제 동서지맥의 맛을 보았으니 앞으로는 행복하게 남은 구간 걸으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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