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남북지맥 종주 3일차 (국사봉, 대금산)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만수 사모님이 얼굴을 비칩니다. 문동마을에서 단체사진 한 컷을 눌러주고는 능수능란한 운전 솜씨로 시야에서 멀어져 갑니다.
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7:30)에 쓰레기를 버리면 망신당한다는 팻말을 세워놓아 웃으며 지나갔는데 보란 듯이 계곡 속의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 평상 위에 소주병이랑 각종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이번에는 상옥이 빠지고 새 식구로 바뀌었습니다. 2년 전 월출산을 마지막으로 산 근처에 가보지 않았다는 기동입니다. 만만찮은 길 일 텐데 조금 걱정입니다.
명재쉼터로 올라가는 길에 “D”사에서 야간근무를 하고 산을 걸어서 넘어 퇴근하신다는 분을 만났습니다. 약 1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돈도 벌고 운동도 하고 복 받은 직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일기예보는 저녁 쯤에 비가 올 것이라는데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기동의 호흡소리가 고르지 못합니다. 오늘 하루 기동이 고생께나 했습니다.
명재쉼터(7:55)를 지나 국사봉을 오르기 전 임도 까지는 울창한 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은 상쾌한 아침 산보길입니다.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립니다. 상옥이 한 시간 빨리 우리들이 갈 길을 먼저 가고 있는데 국사봉에서 길이 조금 헷갈린다고 합니다. 그렇게 같이 가자고 부탁했건만 무슨 심사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국사봉에 오르는 길이 장난이 아닙니다. 오늘 아침 제대로 땀 한번 흘려봅니다. 정상 부근에는 바위로 어우러져 있는 국사봉(8:55)은 거제도 모든 산들이 그렇듯이 경치 하나는 일품입니다.
거제도 양대 산맥인“S”중공업과 “D”조선해양이 양쪽에 버티고 있어 거제도의 경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내가 이 거제도에 머물게 된 동기도 이“S”사의 영향이며 아직까지도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내가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게 됩니다. 작은고개(9:45)를 지나니 세 갈래길을 만나고 잠시 헷갈려 지맥 길을 놓쳐 임도로 들기도 했습니다.
거제 남북지맥 4구간의 마지막인 봉송마을(10:25) 구간까지는 인적이 드물어 산길이 많이 흐려져 있으며 아침 거미줄로 인해 산행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옥포로 가는 14번 국도에는 차량들로 붐빈다. 옥포고등학교 정문 바로 옆을 통과하는 5-1구간(10:40)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통로를 찾았습니다. 벤치가 잘 꾸며져 있는 개미골 상단(11:10)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발길을 재촉하는데 산길이 이상합니다. 자꾸 올라왔던 길을 돌아가는 느낌이 들며 산을 내려가고 있습니다.
느낌이 안 좋아 돌아갈까 망설이다가 계속 나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깊은 계곡을 지나가고 있었나 봅니다. 대밭삼거리(11:45), 억새풀평원(12:20)을 지나 약 30분간에 걸쳐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12:45) 자갈길을 지나는 자동차 바퀴 소리가 들립니다. 배나무골(13:30) 임도입니다. 오늘도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차를 몰고 산에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조금 지나니 또 차 소리가 들립니다.
여기는 바로 대금산 아래의 정골재(13:45) 임도입니다. 대금산에는 승용차 타고 산에 올라오는 곳인가 봅니다.
가파른 산행이 시작되고 기동이 가다 쉬기를 계속 반복합니다. 드디어 거제지맥의 마지막 봉우리이면서 꽃 피는 춘삼월에 진달래 축제로 유명한 대금산 정상(14:20)입니다. 감개가 무량합니다. 뒤를 돌아 3차에 걸친 거제지맥 종주의 발자취를 확인해보니 오늘 걸은 길 조차도 너무 멀어 보이지 않습니다. 누가 하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가슴이 뿌듯합니다. 대금산 정상에는 방목해 놓은 염소들의 변으로 뒤덮어 놓았습니다. 자연스런 모습이긴 하지만 산이 너무 지저분합니다. 이제 산을 내려가는 것 만이 남았습니다. 시루봉(15:05)에서 바라보는 어촌 상포마을이 정겹습니다.
누군가가 시루봉 봉수대 돌멩이에 낙서를 심하게 해 놓았습니다. 그 옆 나무에는 어림잡아 60 여개의 각종 단체들이 다녀갔음을 알리는 리본이 매달려있습니다. 그 또한 그림입니다. 길 옆에 딱 한 송이의 산딸기가 철 없이 열러 있습니다.
거제 남북지맥 마지막을 알리는 상포마을 표지가 산 중턱 임도(15:30)에 꽂혀 있습니다. 조금 많이 서운합니다. 그렇게 긴 여정을 헐떡이며 달려왔는데 보일 듯 말듯한 이곳에 거제지맥의 마무리라는 그 무엇 하나도 없어 아쉽습니다.
상포마을 어귀에 도착(15:50)하고 고현으로 돌아오는 버스(16:00)에 몸을 맡김으로써 3차에 걸친 거제남북지맥 50.45Km, 6개봉(망산, 가라산, 노자산, 북병산, 옥녀봉, 국사봉, 대금산) 종주를 마무리했습니다. 마음으로 한없이 가고 싶었고 언젠가 가보고 싶었던 길을 오늘 마지막으로 걸어 개인적으로 새로운 족적을 남겼습니다.
“D”사의 산악회에서 지맥을 개척하고 잘 가꾸어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주어 아낌없는 찬사와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습니다. 계속적으로 거제지맥을 잘 관리해 훼손된 표지판도 고쳐주고 새로운 길도 개척하여 거제를 찾는 많은 산님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도록 부탁하고자 합니다.
내가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한번도 불만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준비를 하고 동행해주신 창식, 만수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좋았겠고 상옥, 기동도 이번을 계기로 계속 같이 좋은 산행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거제도의 11대 명산 중 나머지 산방산, 계룡산, 선자산, 북병산을 잇는 동서지맥에 관심을 기울여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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