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2010. 5. 04 일요일(당일)
◈ 어 디 를: 거제 남북지맥 첫 번째-1, 2구간(48.5Km 중 15.0Km)
◈ 누 가: 고집통과 용순
◈ 날 씨: 아주 맑음
◈ 거리 및 시간: 명사마을(9:30)→물기고개(학동고개)(17:10) (15.0Km, 7시간 40분)
◈ 산 행 코 스: 명사마을→망산→호연암→래봉산→각지미→저구고개→다대산성
→학동재→가라산→ 망등→진마이재→뫼바위→마늘바위→그물기고개(학동고개)
허구한날 잔뜩 찌푸리다 기분 내키지 않으면 냅다 쏟아 붓던 하늘이 5월이 되니 언제 그랬냐며 쾌청한 날씨를 보여줍니다. 이미 대지는 골병 들어 버렸고 채소랑 과일농사는 망쳐놓았습니다.
주차장 근처 충무김밥 집에 들러 1인분 두 묶음을 주문하니 반찬을 따로 포장해야 된다며 못 팔겠답니다. 4,000원씩이나 하는 김밥을 1인분을 팔지 않는다니 거제도 상인들은 참 배가 불러도 너무 불렀습니다. 30년을 살아도 통 정이 안가는 동네입니다. 홍포 가는 첫차(7:45)를 타기 위해 시내버스에 오르니 등산복 차림의 용순님이 나를 알아보고 반깁니다. 우연의 일치 치고는 참 희한한 일입니다. 내가 갈려는 그 길을 생각하고 버스를 탔다니 엉겁결에 단독산행이 둘의 산행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무래도 막걸리가 필요할 것 같아 저구 막걸리 2통을 배낭에 담고 거제 동서지맥에 이어 명사마을을 시작으로 하는 거제 남북지맥(9:30)도 발길을 주게 되었습니다.
결혼기념일이라 저녁 늦게까지 마눌님에게 공들인다고 영화관, 닭갈비랑 소주, 노래방과 맥주등 너무 무리했나 몇 발자국 오르지 않았는데 이마빡에 식은 땀이 나면서 아랫배가 살살 꼬여옵니다. 급한 것 해결하고 망산(10:20)정상에 올라서니 천하일경 한려해상 국립공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명사해수욕장, 매물도, 비진도, 대소병대도, 장사도 어느것 하나 절경 아닌것이 없습니다. 홍포 앞 바다에는 낚시꾼 실어 나르는 배들 이섬 저섬으로 왔다리 갔다리 하얀 줄을 그어대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호연암(10:40)까지 내달려 대소병대도가 잘 보이기에 내가 찜 한 망산 최고 전망대에 자리 깔고 여태까지 해결하지 못한 막걸리 한 통을 곁들인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래봉산(11:40)에는 산님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어 눈팅으로 휘 둘러보고 가파른 너들길을 타고 내려 여차등(11:50)에 도착하고 몰려오는 반대 방향에서 몰려오는 엄청난 산님들과 인사를 주고 받고 누구랄 것 없이 얼마나 가면 되느냐는 한결 같은 질문도 받습니다. 각지미(12:25)까지 이어지는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니 머리에 직사하는 햇살로 인해 온몸에 땀방울이 줄줄 흘러 내립니다. 남부주유소가 있는 저구고개(12:45)까지가 거제 남북지맥1구간인 망산 구간이고 약 3시간 15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별다른 휴식 없이 그냥 건너편의 가라산으로 올라갑니다. 엊그제 까지만 해도 4월의 추위에 떨었건만 어느새 여름 날씨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정말 봄은 우리 곁에서 사라진 것일까요? 정오를 지난 시간이라 태양빛은 더욱 강렬해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눈 속을 파고들어 매우 따갑습니다. 가다 쉬기를 수 차례 용순님이 땀 수건을 짜는데 땀에 절은 수건에서 물이 줄줄 흐릅니다. 웬만한 밥그릇 한 공기는 나오겠습니다.
그늘이 시원한 다대산성(13:33)에서 막걸리 한 통을 깨끗이 비우고 쌍근마을과 다대마을을 잇는 학동재(14:15)를 지나고 전망 좋은 바위 길을 올라서니 위에서 산님들의 소리가 시끌벅쩍 들려옵니다. 2층으로 만들어진 가라산 전망대(14:50)입니다. 고현, 옥포에 떨어져 살고 있지만 산을 좋아하는 친한 친구이기에 자주 만난다는 마음씨 좋은 거제도 아주머니 두 분이 술 떡이랑 매실주, 곰취 잎 쌈을 권합니다. 이런 것을 두고 횡재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정상 헬기장을 지나고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학동으로 하산 하신 다기에 우린 가라산 정상(15:20)에서 먼저 출발합니다. 진마이재(15:37)를 지나 암릉 길을 타고가며 바라보는 학동 해안선이며 멀리 바람의 언덕과 해금강, 외도등 어느곳 하나인들 절경이 아닌 곳이 없습니다. 어느덧 가라산, 노자산을 연결하는 이곳은 녹음이 짙은 여름산으로 변해 있습니다. 뫼바위(16:17), 마늘바위(16:40)를 지날 즈음 버스시간이 걱정되어 발길을 조금 빨리 재촉해 봅니다. 노자산 전망대 삼거리 갈림길에서 산나물을 채취하는 남, 녀가 있어 거제신문에 국립공원에서의 산나물 채취는 금지되어 있다고 하니 여기 지역사람이라 괜찮다고 합니다. 참 이상한 논리입니다. 나는 국립공원을 마음대로 해도 되고 다른 사람은 안 된다는것입니다. 이제부터 학동 자연휴양림을 왼쪽에 두고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하산길입니다. 학동고개(17:07)에 내려서 보니 2시간에 한번씩 있는 버스가 막 지나가버린 후였습니다. 하염없이 퍼지고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해금강에서 출발한 버스가 6시 40분경에 도착하고 버스에 오르니 가라산에서 헤어졌던 두분 아주머니들께서 아까 그 아저씨들이라며 반갑게 맞이합니다.
5월이 초여름 날씨면 당연지사이거늘 올 봄 유난이 추운 날씨로 보냈기에 갑자기 찾아온 더운 날씨에 익숙하지를 못해 아직 몸이 적응이 덜 된 모양입니다. 거제 남북지맥 1,2구간을 시작했으니 나머지 구간도 날씨 더 더워지기 전에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참 좋은 거제도입니다. 언제든지 보따리 짊어지고 나가면 어디든지 천하절경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산을 알고부터 이런 행복이 곁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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