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0. 05. 15 토요일(당일)
◈ 어 디 를 : 지리산 거림에서 천왕봉 들렀다가 중산리로 하산
◈ 누 가 : 고집통 홀로
◈ 날 씨 : 맑음
◈ 거리/시간 : 내대리 거림(4:40)→중산리 버스주차장(12:55) (18.0 Km, 8시간 15분)
◈ 산행 코스 : 내대리 거림→천팔교→세석산장→촛대봉→연하봉→장터목산장→제석봉→ 천왕봉→로타리산장→망바위→중산리탐방안내소→중산리 대형버스주차장
무슨 놈의 교육이 이렇게 어럽습니까? 지리산 연수원에서 6시그마 PBB교육을 3박 4일 동안씩이나 받으랍니다. 그냥 편하게 앉아 있다가 오면 된다는 말에 맑은 공기 좀 쐬고 끝나고 나면 천왕봉에나 한번 갔다 올 요량으로 배낭도 함께 챙겼습니다. CTQ가 어쩌고 저쩌고 통계니 확률이니 어차피 알아 먹지 못하는 것들이니 그냥 쉬긴 잘 쉬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평가라는 놈을 하는데 머리 쥐가 나며 짜증이 물 밀들 듯 몰려옵니다.
시천면 계곡에 찜질방 찾아보니 없습니다. 한참을 내려와 황토방이란 곳에 들어가 땀 좀 빼고 새벽 3시에 문 열어 달라니 할매가 여관도 아닌데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도 목초액 한 병을 공짜로 손에 잡혀줍니다.
간댕이가 아무리 커도 혼자 산속을 들어가기 찜찜해 최대한 천천히 거림에 도착(4:30)하니 먼저 온 관광버스에서 5명의 산님이 내립니다. 혼자 온 내게「 대단하십니다」라고 합니다. 아따 난들 왜 겁이 없겠습니까? 산에는 가고 싶고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이지요.
거림(4:43)을 출발하여 약 1.2Km 지점까지는 같이 가다 오이 한 쪼가리 얻어 먹고 추월하여 천팔교(5:50)를 지나고 북해도교(6:00)에 도착하니 어김없이 또 아랫배가 살살 꼬여옵니다. 물소리 우렁찬 계곡에 앉아 단팥빵과 새벽부터 맥주 한 깡통 비우고 있으니 한 사람의 산님이 살살 올라가고 있습니다. 백두대간으로 다져진 다리가 금방 그 산님을 따라 잡습니다. 광주의 전문대학에서 얘들 가리키는 것이 직업이라는 산님인데 보기보다 젊어 보입니다. 그 분은 천왕봉까지 동행하고 헤어져 대원사로 하산하였습니다.
삼천포를 찾아보라는 전망대(6:45), 청학동 삼거리(7:05)를 지나고 나니 하늘이 열리고 멀리 촛대봉도 보입니다. 세석산장(7:15)은 쓰레기 천국이 되어버렸습니다. 단속을 않는 건지 허술한 건지 알 수 없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산에 올라와서 버리는 행락꾼이지 국공의 문제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은 산님이 아니고 분명 행락꾼들입니다. 여기도 기온 탓으로 철쭉은 아직 멀었고 진달래가 막 몽우리만 맺고 있습니다.
촛대봉(7:45)과 연하봉(8:40)을 지나는 길은 비록 눈은 없지만 나뭇가지 앙상한 아직 겨울입니다. 그렇지만 지리산은 지금 변신 중입니다. 아래 중산리계곡과 한신계곡은 이미 연녹색으로 갈아입고 정상으로 살살 색깔이 변해올라 오고 있습니다. 여름 찾아갈 종주능선과 반야봉도 보입니다. 장터목산장(8:55)에 들러서는 생막걸리 한 통과 맥주 두 깡통을 내놓으니 광주 산님은 이과두주와 소주를 내놓습니다. 김밥 안주에 아침부터 네 가지 술로 알딸딸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올 때마다 새벽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올랐던 제석봉(10:00)을 오늘은 상쾌한 아침에 오릅니다.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이제 고사목도 많이 드러누웠습니다. 천왕봉(10:33)에 올랐을 때는 이미 정상석은 엄청난 산객들로 가로막혀 구경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어디서 온 단체인지 모르지만 한 명씩 줄을 세워 단독 사진으로 인증샷을 날립니다. 법계사로 올라오신 어떤 산님이 내게 물어옵니다. 『천왕봉정상 표지석이 어디 있습니까? 』 『사람 많은데 저기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많았으면 정상에서 그 큰 정상석을 찾지 못할까요? 조만간 천왕봉 내려 앉겠습니다.
광주 산님과는 뜨거운 인사를 나누고 법계사 방향으로 하산했습니다. 올라오는 산님들과 부딪혀 하산도 어렵습니다. 남강 발원지라는 천왕샘(10:56)에서 물맛을 보고 개선문을 지날 때 엄청 반갑게 맞이하는 고등학교 동문 형님을 만납니다. 그리고 자전거 바퀴 한 개를 어깨에 짊어지고 올라오는 젊은 친구를 만나 사진 한 장을 남겼습니다. 법계사 바로 위 암반지역에서 갑자기 쾡~~~~~쾡 소방 헬기 소리가 굉음을 내고 있습니다. 누군가 응급대위에 누워있으며 헬기로 끌어 당겨 올리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올라오던 지리산 중턱에서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모습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로타리산장(11:38)을 조금 통과한 지점에서 할머니 세분 내려가는데 「안녕하십니까?」 인사하니「우시로(ぅしろ) 우시로(ぅしろ)」합니다. 언제 중산리까지 내려 가실지 그것도 걱정입니다. 망바위(11:56) 지나 칼바위삼거리(12:17)에서 쉬고 앉았으니 다람쥐 10마리 정도 몰려듭니다. 내가 먹고 있는 단팥빵이 먹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러면 안 되는데 몇 조각 던지니 몰려왔다 사라지고 몰려왔다 사라지곤 합니다. 다람쥐 게으름 필까 걱정입니다.
중산리 주차장(12:53)의 동동주와 파전에 군침이 돌지만 아무래도 나를 위해 버스가 기다릴 것 같아 대형버스주차장까지 단숨에 달려 내려가 봅니다. 매표소 할머니 오후 1시에 거림 가는 버스가 있는데 왔다 갔는지 잘 모르겠다며 일단 표를 먼저 사랍니다. 15분씩이나 지났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니 고놈의 이쁜 버스가 주차장으로 쏙 들어옵니다.
난 지리산이 너무 좋습니다. 6시그마가 뭐냐고 물어보면 그것은 지리산입니다. 내 이론에 의하면 지리산 올라가는 것 3시그마, 지리산 내려오는 것 3시그마 합이 6시그마이니 지리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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