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천왕봉

[지리산 천왕봉] 두번의 황홀한 선물

산안코 2010. 11. 7. 10:22

□ 언       제 : 2010. 11. 06 ~ 11. 07 (1박 2일)
□ 어  디  를 : 지리산 천왕봉 (1,915.4m)
□ 누       가 : 고집통, 산타나
□ 날       씨 : 맑음
□ 산행 시간 : 11시간 50분
         1 일차 백무동(11:15)→장터목(14:45)
         2일차 장터목(5:40)→천왕봉(6:30)→장터목(7:50)→세석평전(10:40)→백무동(14:30)
□ 산행 거리 : 백무동→장터목→천왕봉→장터목→세석평전→백무동(20.1Km)
  

□ 백무동 지도 : 백무동 - 장터목 - 천왕봉 - 장터목 - 세석 - 백무동

 

 한꺼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양손에 거머잡았습니다. 장터목 벤치에 앉아 최상의 기분으로 붉게 불타오르는 반야봉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대한민국 남단 최고봉 천왕봉에서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수 있다는 지리 제1경 천왕봉 일출을 가슴 벅찬 감동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가야산 만물상을 가기로 두달 전부터 약속한 모임이 펑크나는 건 채 5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비워져 버린 시간을 내 좋아하는 지리산으로 발길 돌려 이 가을 제대로 맛보지 못한 단풍도 즐길겸 지리산 천왕봉 일출도 생각하며 장터목 대피소 예약에 들어갔습니다. 일이 풀릴려고 그러는지 주말이면 스케쥴 한번 빼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우리의 산타나에게서 전화벨 소리가 울려옵니다. 산타나도 스케쥴이 빵꾸 났으니 주말에 같이 행동을 하잡니다. 나야 뭐 그냥 밥상이 아닌 금밥상에 꽃까지 올려놓은 셈이지요. 무거운 고통들을 산타나의 어깨가 해결해줄 것이니 배낭무게가 훨씬 가벼워지니까요. 장터목 산장도 때 맞추어 대기자리 2개 올라옵니다.
주말이면 마눌님 진주병원에 치료 받으러 가는 날로써 내가 하는 착한일이라야 병원 데려다 주는 일인데 이번주에는 자동빵으로 그 착한 일도 해결됩니다. 백무동 가는 길목에는 요즘 한창 떠오르는 지리산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로 시골마을이 시끌벅적합니다 . 1박 2일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힘입니다. 우리의 산타나 배가 너무 고프다길래 마천의 식육식당에 들러 김치찌개로 만땅 채우고 산상 만찬을 위해 흑돼지 삼겹살 1근 끊어 놓았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지리산 백무동은 울긋불긋 때늦은 단풍잔치판이 벌어졌습니다. 오늘 내가 잔치판에 합류했다는 것이 너무 기쁩니다. 장터목과 세석으로 나뉘는 삼거리에서는 생각할것 없이 장터목을 해 방향을 잡았습니다. 오층폭포와 가내소폭포가 있는 한신계곡의 멋진 풍경은 아껴두었다가 내일 내려올 때 여유 있게 감상하기로 하였으니까요.
여기서 산타나의 입에서 뜻밖의 명언 한마디가 틔어 나옵니다. 지리산은 수수하면서 포근한 느낌을 주는 조강지처요 설악산은 울긋불긋 화려하게 유혹하는 애첩이랍니다. 줏어 들은 이야긴지 쌈빡한 머리에서 나온 이야긴지 몰라도 정말 공감이 가고도 남는 명언입니다. 이번주는 지리산이고 다음주는 설악산 가는 나는 졸지에 마누라와 애인 사이를 일주일새 왔다갔다하는 바람둥이 한량 산꾼이 되어버렸습니다.
하동바위에서는 아들또래의 학생들 셋이 땀 뻘뻘 흘려가며 올라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자기들끼리 지리산을 오르겠다고 마음먹었는지 참 착하고 이쁩니다. 참샘에서 라면 끓이는 산님들의 모습은 결코 아름답진 못하지만 오죽 배가 고팠으면 저러겠느냐고 애써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요즘 다리에 힘이 많이 올랐는지 산 오름에는 그다지 용을 쓰지 않아도 쉽게 잘 올라갈 수 있습니다. 예상보다 속도가 빨라 장터목산장 도착하여 시간이 너무 많을것에 은근히 걱정도 됩니다. 소지봉 근처에서 나와 연식이 비슷한 세사람을 만났습니다. 끊임없이 조잘거리는 성격 좋은 아지매 한분과 어릴적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하지만 전국의 산이란 산은 거의 다 올랐다는 전문 산 꾼과 서울에서 지리산 산행을 동참하기 위해 기꺼이 내려와준 절친한 친구라는 이분들은 안동의 한 초등학교 동창들이랍니다. 그분들과는 여기서 단감 한 조각으로 시작하여 하산주를 마시고 헤어지기까지 이틀 동안 다섯번씩이나 만나는 희귀한 우연이 따라 다녔습니다.
소지봉에서 장터목까지는 멀지만 완만한 능선길입니다. 장터목산장 벤치에 앉자마자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이 지글지글 노릿하게 익어갑니다. 누가 이 맛을 알겠습니까? 소주 한잔이 목구멍을 통과하기도 전에 안동 동창들 도착합니다. 소주랑 돼지 목살을 많이 준비했다는 자랑치기를 들었기에 얼른 손짓하여 합석하였습니다. 골고리 채소, 집 된장등 배낭에서 별의별것들이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산상 최고의 만찬장이 만들어지고 얼굴이 붉어지면서 다들 말수가 많아집니다. 결정적으로는 서문식당 농주가 기분을 최고조로 올려줍니다. 돋구어진 기분에 플러스 알파는 지리산이 줍니다. 왼종일 바쁜 일과를 끝낸 태양이 온통 서녘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반야봉 머리 위를 넘어 잠자리에 들어갑니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 취사실로 자리를 옮겨 마지막 여운까지 마시고 산장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물론 잠이 잘 올리가 없지요. 억지로 시간을 돌렸습니다. 다시 돌아올 것에 대비하여 배낭은 산장에 잘 모셔두고 천왕봉을 향해 캄캄한 밤길을 걸었습니다. 분명 멋진 일출이 연출되길 기원하면서 말입니다.
예의 어제 익숙했던 안동 동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낭랑하게 들려옵니다. 천왕봉 일출을 보고 중산리로 하산하겠다며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죽으라 올라가고 있습니다. 천왕봉 정상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올라 아침 찬바람을 피해 구석구석 웅크린 채 동쪽하늘만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습니다. 동부능선 너머 산 또 그 너머 산이 있고 사이사이 구름을 깔아놓은 새벽풍경 이것 하나만으로도 잠 설쳐가며 천왕봉에 올라온 값을 받습니다. 멀리 구름 수평선을 따라 붉은 띠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많은 환호성과 함께 새날의 태양이 솟아 오릅니다. 지리산에 수태 올랐지만 오늘같이 멋있는 태양은 처음입니다. 어떤 이는 열번째 올라 처음으로 일출의 멋진 광경을 본다며 소원을 빌어야 된다는 둥 너무 감격해 합니다. 지리산이 내린 새로운 선물하나를 가슴에 담고 어둠으로 보지 못한 제석봉의 경치를 감상하며 천천히 장터목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산타나의 회심작 김치볶음찌개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출발하려는데 안동 동창이 웃으면서 내려옵니다. 중산리로 하산했어야 할 이들 또한 어둠 속 구경 못한 지리산 멋진 풍경들을 보기 위해 계획을 바꾸어 되돌아왔다고 합니다. 인연되면 다음에 또 만나자며 악수하고 우린 세석을 향했고 그들은 아침식사 후 백무동으로 하산 한답니다. 그 인연 그다지 먼 곳에 있지 않았고 바로 아래 백무동에 있었습니다.
연하봉에서의 천왕봉은 언제 보아도 웅장합니다. 반야봉은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남쪽으로는 사량도 지리산이 구름 위에 떠 올라 있습니다. 연하선경이 지리십경에 들어오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오늘은 세석산장을 들러지 않고 곧바로 한신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엄청난 가꼬막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내려가는 우리야 약간의 조심만 하면 되지만 올라오는 부부는 죽을 지경인 모양입니다. 오만상을 찌푸리는 아내의 얼굴은 다시는 신랑을 따라 산에 오지 않겠다는 표정입니다. 2년 전 여기로 올라오다 양다리 쥐라는 놈을 만나 식겁 먹은 적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본격적인 한신계곡이 시작되었는지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점점 계곡이 깊어집니다. 드디어 경쾌하게 물줄기가 쏟아지는 오층폭포가 나타나고 계곡을 건너는 나무 다리들이 여럿 나타납니다. 그냥 걷기만 한다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계곡이지만 경치에 조금만 관심 갖는다면 정말 아름다운 계곡입니다. 수심을 가늠하기 힘든 가내소폭포는 한신계곡 최고의 명소이거늘 어느 생각없는 부부의 돼지고기 굽는 냄새가 천지를 진동해 서둘러 자리를 떠났습니다. 첫나들이폭포를 지나고나니 아직 끝내지 않은 백무동의 가을단풍 잔치판이 어제처럼 벌어져 있습니다. 시인의 마을에서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이 설문조사를 요청하여 동참하려고 펜을 들었는데 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질긴 인연이 이렇게 징그럽도록 따라 다닌단 말입니까? 안동동창들이 또 거기에 있었습니다. 전혀 다른 시간에 다른 길로 걸었는데 일부러 약속이나 한듯이 딱 맞아 떨어진 겁니다. 참 별일이 다 있다 생각했습니다. 그냥 헤어지면 섭섭하니 하산주를 같이 하기로 하였습니다. 당연 꿀맛이었습니다.
늦가을 지리 품에 안겨있는 1박 2일이 꿈같이 행복했었습니다. 많은 선물을 가슴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눈 덮인 겨울지리를 다시 상상해 봅니다.

  

□ 백무동 곶감 말리기

 

□ 한신계곡 삼거리

  

□ 또 곶감 말리기

   

□ 하동바위

   

□ 참샘

   

□ 겨우살이가 있는 나무

    

□ 소지봉 단풍

   

□ 장터목 산장 전경

  

□ 장터목 산장에서 본 반야봉 석양

   

□ 반야봉 석양 1

   

□ 반야봉 석양 2

   

□ 제석봉의 새 생명

   

□ 천왕봉에서 본 여명

  

□ 천왕봉에서 본 운무

  

□ 천왕봉 일출 1

    

□ 천왕봉 일출 2

   

□ 천왕봉 일출 3

  

□ 천왕봉 일출 4

   

□ 천왕봉 일출 5

   

□ 천왕봉 고사목

  

□ 제석봉 고사목

  

□ 천왕봉에서 본 중산리 계곡

   

□ 연하봉 고사목

 

□ 연하봉의 생과 사

    

□ 세석산장 전경

  

□ 한신계곡 시작점의 얼음

        

□ 오층폭포

      

□ 한신계곡 전경

      

□ 가내소폭포

   

□ 백무동 계곡 단풍 1

   

□ 백무동 계곡 단풍 2

   

□ 백무동 계곡 단풍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