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0. 12. 19 (당일)
□ 어 디 를 : 지리산 천왕봉(1,915.4m)
□ 누 가 : 솔바람 산악회 따라 1일 산행 고집통
□ 날 씨 : 백무동-맑음, 천왕봉–흐림, 중산리–흐렸다 맑음
□ 산행 시간 : 백무동(9:00)→천왕봉(14:13)→중산리(17:10) 8시간 10분
□ 산행 거리 : 백무동→장터목→천왕봉→로타리→중산리 (12.9Km)
지리산을 간다는 생각만 갖고 있어도 행복해집니다. 세상 돌아가는 시간은 순식간이지만 지리산 가려는 날의 시계는 정말 더디게 움직입니다. 누군가 시간을 팡팡 돌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거제지역 카페 산악회의 1일 회원으로 등록했습니다. 솔바람이랍니다. 교통 여건상 해보지 않은 백무동에서 천왕봉을 찍고 중산리로 하산하는 산행길입니다.
허구한 날 들락거리는 지리산인데 시계 고장 났을까 염려스러워 잠을 설쳐가며 새벽 4시에 잠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24시 김밥 집을 찾아 종종거립니다만 오늘 김밥집 단체 야유회 가는 날인 모양입니다. 가까스로 찾았지만 버스 탈시간은 다가오고 우동국물은 식지 않고 「에라 모르겠다」그냥 후루룩 마셔버립니다. 목구멍을 타고 내리는 국물이 뜨거워 미치겠습니다. 반을 남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운이 10분을 넘겨서 도착하고 솔바람에서 따뜻한 떡도 준비했고 산청휴게소에서 아침식사 시간을 할애합니다. 이번에는 남긴 오뎅국물이 아까워 미치겠습니다.
한 달 전 백무동의 예쁜 감은 쪼글쪼글 맛있는 곶감으로 변한 채 매달려 있습니다. 처음으로 배낭에 노란 리본을 매달아보니 갑자기 소속감이라는 것이 팍 생깁니다. 오늘 하루 나 고집통은 말 잘 듣는 솔바람 산악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멋있는 산행이 기대됩니다.
소지봉을 지나고서부터 는 길바닥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해야하며 산 아래서는 그렇게 좋던 날씨가 상황이 완전 달라져 찬바람과 함께 운무가 춤을 춥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지리산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꽃이 피었습니다. 새로운 천 년을 꿈꾸는 고사목도 천만년을 한자리 지키는 바위도 하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농주와 복분자, 소주가 솔바람을 타고 장터목에 올랐습니다. 감성돔과 돼지족발은 왜 따라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짧지만 긴 만찬을 열었습니다.
제석봉 오르는 길은 하늘길이 맞습니다. 부드러운 하얀 카펫을 깔아 놓고 반짝이 옥구슬 매달린 흰 드레스 선녀들이 마중 나와 있습니다. 급기야는 하늘로 통하는 통천문으로 안내합니다.
여기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면 큰일 납니다. 감동과 환희는 얼른 가슴에 담고 내려서야 합니다. 하늘의 왕께서 돌아서는 발길을 자꾸 끌어당깁니다. 아직도 보여줄 꺼리가 많이 남았다고 놀다 가라 하지만 그러면 안 됩니다.
지리산이 나를 부른 또 다른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습니다. 천왕봉 하늘에 펼쳐놓은 하늘잔치에 날 초대한 것입니다. 구름 하늘이 순간 안개가 걷히면서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을 비추는 햇살을 보여주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지는 환상 쇼를 펼칩니다. 누가 이 기분을 알겠습니까? 맛 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겠지요.
어떤 쇼라도 재방송은 잘 안 하지요. 케이블 티브이라면 몰라도.... 하늘 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법계사 무량수전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깊진 않지만 마음이 좋아하여 법당 출입이 잦아졌습니다. 세월이 그렇게 만드나 봅니다. 놀이터가 산이 되었다는 것은 그곳이 자꾸 가까워져 온다는 것입니다.
눈이 없습니다. 법계사부터는. 그냥 탈랑 탈랑 걸어 내려갑니다. 중산리에서 막걸리 마시고 싶었으나 참았습니다. 버스 주차장에서도 막걸리 마시고 싶었습니다. 정운이 아저씨의 성의 없는 정보로 2Km를 더 걸었습니다. 솔바람이 정성으로 준비한 따뜻한 오뎅국물이 식은 몸과 가슴을 데워줍니다. 넘침보다 부족함이 완벽보다 서투름이 약간 애교가 있어 좋았습니다. 더 채울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솔바람 산악회 고마웠습니다. 무궁한 발전이 있길 기원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하루 겨울 지리와 함께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이러니 내가 지리산에 안 빠질 수가 있겠습니까? 머지않은 시간에 고집통 모습을 지리의 어떤 공간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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