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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벌초길 자굴산에 꽂히다 - 자굴산 [897m]

산안코 2010. 9. 7. 09:16

◈ 언           제: 2010. 9. 4 (당일)
◈ 어    디    를: 의령 자굴산, 한우산, 합천 산성산
◈ 누           가: 고집통 홀로
◈ 날           씨: 맑음
◈ 거리 및 시간: 의령 내조마을(11:15)→합천 외초마을(17:40) (약 12.5Km, 6시간 25분)
◈ 산 행   코 스: 의령 내조마을→금지샘→자굴산(897m)→쇠목재→766봉→한우산(866m)

                      →찰비고개→산성산(741m)→큰재만당→합천 외초마을

     

◈ 자굴산 지도 : 의령 내조-자굴산-쇠목재-한우산-찰비고개 -산성산-합천 외초

         

마눌님 진주 병원 데려다 주고 합천 고향집으로 벌초하러 갑니다. 가는 길에 의령 명산 자굴산이나 올라보자는 심산으로 내조마을로 충실한 삼철이 머리를 돌렸습니다. 넓게 잘 만들어놓은 주차장의 자산루 옆에는 버스 한대 달랑 주차되어 있고 기사양반 휴대폰 쪼물딱 거리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습니다.

     

◈ 내조마을 주차장의 자산루

     
하늘의 청명함과 뙈약볕은 도를 넘어 피를 바싹바싹 말립니다. 오늘도 언제나 처럼 나 홀로 산행으로 의령 자굴산 품속에 살짝 안겨봅니다. 출발(11:20)과 동시에 이마빡에서 시작한 땀방울은 눈꺼풀에서 폭포수 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 자굴산 입구

     
분명 영지버섯이라 생각되는데 살아있는 참나무에 엄청 매달려 있습니다. 살짝 손대보니 폭신폭신합니다. 내가 아는 상식은 영지라면 죽은 나무에서 자라고 당연 딱딱 해야 되는데 우째 아닌 것 같습니다. 욕심은 동하지만 그냥 두고 떠나기로 합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누군가 따까마시 해버렸을것 같습니다.
벤치가 있고 완성된 돌탑도 지나고 쌓여가고 있는 돌탑 두를 지나면서는 정성을 담아 그 위에 돌맹이 몇 개를 얹어도 봅니다. 딱히 바라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두 손도 모아봅니다.

  

◈ 자굴산의 영지버섯

     
처음으로 앞서가는 산님 5명을 따라 잡았습니다. 여수, 순천의 팔팔산악회 카페 회원이십니다. 절터샘(12:30)의 물은 풍부하고 맛이 시원하여 갈증이 한 순간 확 해소됩니다. 절터의 정자에는 더 많은 팔팔 회원분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나무계단의 등로가 잘 정리되어 있고 가파른 바위에는 로프도 걸려있습니다.

  

◈ 절터샘

  

◈ 절터샘에서 나무계단 오르던 고집통

     
바위 틈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찰랑거리는 금지샘(12:45)은 식수로는 약간 께름직하고 손을 씻어보니 시원하기가 그만입니다. 팔팔회원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자굴산 정상이 눈앞에 있고 함께 점심식사 하기를 내게 권합니다. 딱히  내놓을게 없어 미안하지만 염치 불구하고 자리잡고 밥과 술로 배를 채웠습니다. 그 분들과 즐기고 있을 여유를 부릴 수 없기에 감사의 인사를 하고 출발하니 바로 위가 자굴산 정상(13:24)입니다.

  

◈ 금지샘

  

◈ 자굴산 정상

   

◈ 자굴산에서 쇠목재로 내려가다 고집통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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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루 위의 망루처럼 우뚝 솟아 있는 큰 산이라 하여 자굴산이라 하고 자굴, 저굴, 도굴등 이름 때문에 일부 지역 유지들이 의견이 분분하다고 합니다. 자굴산 유래 비 옆에 떨어진 방석을 줏어 드니 순천 밀레점 글자가 보여 정상 언저리 나무그늘에 쉬고 있는 팔팔카페 회원님께 돌려주니 복분자주 한잔을 또 가득 따라 주십니다. 이로써 복분자주 다섯잔이니 다리에 힘이 확 풀립니다. 건너의 한우산에는 2층 정자가 두 곳 눈에 띄고 무슨 놈의 승용차가 산꼭대기에 우글우글거립니다. 쇠목재(13:55)의 동물 이동통로를 지나고 급경사를 오르려니 조금 전 마신 복분자주가 아주 나를 죽여줍니다.

  

◈ 쇠목재 풍경

    
죽기로 걸어 첫번째 정자(14:17)에 오르니 산님 두분 얼마나 더웠으면 팬티 마저 홀라당 벗고 오침을 주무십니다. 거기서 또 막걸리 두 잔을 얻어 마시고 나니 취기가 나를 그 자리에 드러 누워 버리게 만듭니다. 한숨 맛있게 때리고 다시 출발하여 한우산 주차장의 전망대(15:51)까지 내달리니 그 거리는 그리 멀진 않았습니다. 오뉴월에도 찬비가 내린 대서 찰비산이라고도 하고 한자로는 한우산(16:00)이기에 의령 땅의 유명한 한우고기와 조화가 잘 어울립니다. 지금부터는 사람의 통행이 뜸해서인지 억새로 길이 선명하지 못합니다.

  

◈ 766봉의 정자 - 낮잠 한숨 때림

 

◈ 한우산 주차장에서 본 쇠목재

   

◈ 한우산(찰비산)

      
찰비골(16:18)까지는 내리막길이 계속되고 이후로 맞은 편 산성산을 향해 다시 오르막을 치고 오릅니다. 상투바위 전망대(16:23)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바로 군계를 넘어서 합천의 산성산정상(16:44)에 오릅니다. 정상은 사람의 발길을 받지 못해 토성인지 석성인지 구분이 되지 않고 정상석마저 우거진 수풀로 잘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 상투바위

  

◈ 산성산의 갈대

  

◈ 산성산 정상

     
고요 속 인기척이 들리고 낫을 든 할아버지 두분과 아저씨, 학생등 합 네사람이 올라오며 나를 보고 무척 놀랍니다. 혹시 내가 내려가는 길을 잃을까 노심초사 걱정도 태산같이 하시면서 상세하게 길을 일러주십니다. 벌초하러 다니시는데 산소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모양입니다. 헬기장에서 급 좌회전을 하고 한참 내려가니 굴샘(17:00)이 나옵니다. 벽계마을과 외초마을로 갈라서는 큰재만당(17:13)도 나오기에 벽계마을은 삼철이에게 돌아갈 길이 만만치 않기에 좌측 길을 택해 외초마을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오늘 길옆 밤송이가 영지에 이어 다시 한번 인내심 테스트를 합니다. 『손대. 말어. 손대. 말어.』몇 번이나 갈등하다 그냥 발길을 돌렸습니다. 나는 진정한 양심적인 산꾼이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 굴샘

  

◈ 밤 송이 - 욕심

     
파란 물 탱크가 있는 외초마을(17:32)에 무사 산행을 마무리하고 내려섰습니다. 마을 한 가운데를 지나 외초마을 버스 승강장(17:40)에서 까치 개인택시 오용술기사님께 전화 돌려 내조마을까지 데려 달라 부탁하니 2 만원으로 해결해 주십니다.
 어차피 벌초 가는 길이니 쇠목재로 삼철이 머리를 돌려 한우산 전망대에 올라보니 한우산 꼭대기의 붉은 노을이 너무 황홀합니다. 오늘 자굴산에 꽂혀 보길 너무 잘했습니다.

  

◈ 합천 외초마을 버스 승강장에서

  

◈ 승용차로 한우산 주차장에 올라 쇠목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