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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아직도 저만치의 가을 - 자굴산 [897m]

산안코 2010. 10. 31. 09:20

□ 언       제: 2010. 10. 30 (당일)
□ 어  디  를: 의령 자굴산(897m), 한우산(830m)
□ 누       가: 상생회 회원 24명과 고집통
□ 날       씨: 맑고 바람 약간
□ 산행 시간: 내조마을(10:00)→자굴산(12:00)→한우산(14:15)→쇠목재(14:50) 4시간 50분
□ 산행 거리: 내조마을→자굴산→쇠목재→한우산→쇠목재 (약 9.0Km) 

  

□ 자굴산 / 한우산 지도 : 내조마을-자굴산-쇠목재-한우산-쇠목재

     
서로상(相), 날생(生)이 합하였는데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자는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서로 태어난 곳과 시간은 비록 다르지만 지금부터라도 죽을 때까지 같이 부비작 거리며 살아보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상생회랍니다. 그래서 명단 올릴 때는 엿장수 마음이지만 나갈 때는 저 마음대로 못 나간답니다.
상생회가 무슨 모임이냐고요? 삼성중공업에서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하여 어느정도의 기량과 연륜이 쌓이면 반장, 직장을 거쳐 기장이라는 직급을 받을수 있는 자격이 부여됩니다. 물론 모범이라는 이름표가 따라다녀야 하고요. 그렇게 해서 기장이 되면 노란 안전모에 까만 띠를 하나 올리는 영광이 주어지고 삼성중공업의 간부대열에 오르는 신분상승의 효과가 약간 나타납니다. 신분상승이라해서 이조 시대의 그것처럼 상놈이 양반 되면서 순식간에 팔자고치는 그런 상승은 아니며 더더구나 아주 높은 흔들의자가 주어지는 그런 자리를 부여 받는것도 아닌것이 하고 있는 업무만 약간 달라집니다.
참 아이러니 하게도 많은 기장 분들이 일생에 한번 주어지는 승진에도 불구하고 승진과 동시에 급 우울해 합니다. 사람이 기분 먹고 사는 건 하루면 충분하지만 그 다음에 엄청나게 많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세명만 모이면 무슨 계, 무슨 회 등등 조직 결성하는데 천부적인 자질을 신으로부터 타고 납니다.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일들을 조직이라는 굴레가 쉽사리 해결도 해주고 테두리 안에서 서로 돕고 의지하며 애경사를 함께 나눌 줄 아는 따뜻한 민족들이 사는 나라의 국민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모인 기장, 기성들의 모임이 상생회이며 그 구성원들은 보통 반백이 훌쩍 넘은 할아버지급 남자들의 단체입니다.
나도 내일 모레면 오십줄에 명단 올리고 직장생활 삼십년이 홀랑 넘어버렸거늘 회원 중 그래도 쓸만한 영계라며 날보고 상생회 총무를 맡아야 한답니다. 총무가 하는 일 이래야 회비 통장으로 자동이체 받고 술자리 마련해주고 카드 긁어 계산하면 되는 일들인데 이 가을에 영감님들 동부인하여 산행을 겸한 단풍놀이를 가잡니다.
자리 그것 내가 미리 콱 정해놓고 형식상 날짜와 장소를 설문조사 했습니다. 결론은 당연이 내 마음대로 미리 찜한 의령 자굴산으로 확정해 버렸습니다. 그래도 누구 한 사람 가타부타 말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스물다섯명의 회원과 싸모들이 버스에 자리 잡고 앉았습니다. 처음 해보는 버스 써빙이 낯짝 부끄럽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되는 팔자입니다. 내조마을 주차장에서는 자굴산을 뒤 배경으로 단체사진도 한번 박아봅니다. 나중에야 어찌될지언정 지금은 다들 표정이 해맑아 보기에 아주 좋습니다.

  

□ 내조마을 주차장에서 자굴산을 뒤에 두고 상생회원 출발보고

   
자굴산으로 오르는 능선이 많이 가팔라도 혹시나 나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될까봐 다들 낑낑 잘도 오릅니다. 평소 체력관리가 잘된 사람들이야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높이지만 처음으로 등산이란 걸 해보는 분들도 있는 모양인지 많이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가다 쉬기를 반복해가며 최종국에는 한 사람도 낙오자 없이 자굴산 정상에 올라 정상정복의 기쁨을 표하기도 합니다. 당연 거대한 정상석과 함께 단체사진, 개인사진등의 인정샷을 팍팍 날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리곤 배낭 속 보물들을 하나 둘 풀기 시작하는데 그 종류들이 기가 막히도록 다양하면서 많기도 합니다. 산에 먹으러 오는 사람들 같습니다. 어디든 상관없이 배부른 행복 이상 뭐가 있겠습니까?
급경사 길을 내려가면 쇠목재가 있고 버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쇠목재가 아니라 바로 이웃의 한우산 정상까지 다녀오는 것입니다.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기에 일부 몇 사람들은 쇠목재에서 산행을 접었으면 하는 눈치지만 멈출 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너무 일찍 산행이 종료되면 나머지 시간을 즐겁게 때울 방법이 나로선 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한우산으로 밀어 부칩니다. 나 같으면 아름다운 한국말 찰비산을 고집하겠는데 뭣 한다고 한자로 한우산이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딴에는 좀 있어 보이기 위해서 이름을 그렇게 붙인것 같은데 오히려 더 없어 보입니다. 평소 같으면 거들떠보지 않을 돌덩어리들을 이름 붙여 산꼭대기에만 심어 놓으면 누구랄것 없이 내가 이곳을 다녀 갔노라고 카메라 셔트를 팍팍 눌러 댑니다. 너도 한판 나도 한판 찍긴 열심히 찍어 되는데 디카 속에만 남을 뿐 나중에는 사진 한장 손에 들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도 다들 좋아라 하며 카메라 앞에 섭니다.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버스는 쇠목재를 출발하여 꼬부랑 산길을 거의 다 내려갔는가 싶었는데 버스가 갑자기 머리를 돌리더니 처음의 그 자리로 부리나케 달려갑니다. 일행들 전체가 한우산을 오를 때 같이 오르지 않은 두분이 심심하여 인근에서 나물을 채취하고 있었는데 버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려 가버려 전화로 다시 불러 올린 것이랍니다. 까딱 잘못했다간 대형사고 칠뻔 했습니다 .
충효의 고장 의령에는 유명한 3대 음식이 있습니다. 의령 소고기국밥, 의령 망개떡 그리고 의령 소바입니다. 군청 앞 종로식당에서는 소고기 수육과 더불어 소고기 국밥 한그릇에 다시 한번 행복해집니다. 평소 우리 같은 서민이 쉽사리 접해볼 수 없는 음식이기에 그 맛 속에 깊숙이 빠져듭니다. 오늘 하루 상생회의 무궁한 발전과 회원님들의 건강을 위하는 『위하여』와 함께 여러 번 소주잔을 치켜 들었습니다. 그리고 시장통 속의 남산떡방앗간 망개떡 맛에 한번 더 홀려 들어갔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는 잠깐이지만 흥겨운 경로잔치가 벌어졌습니다. 빨리 돌아오는 버스가 야속해 아쉬워 보였습니다.
오늘 우린 확실하게 상생하였습니다. 영원이 상생하는 법도 연구를 해야겠습니다.
영감님들 모시고 가을 단풍놀이 나섰었는데 자굴산의 2010년 가을은 저만치 오고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 곁을 왔다 간것도 아니었습니다. 하루 종일 가슴속에만 활활 타오르는 가을 단풍이 물들어 있었습니다.

  

□ 내조마을 출발

 

□ 지난여름 찜 해 놓은 영지버섯 - 누군가 따까마시 해버렸음

 

□ 자굴산의 가을하늘

 

□ 절터샘 - 물맛 좋음

 

□ 자굴산이 주는 선물

 

□ 자굴산의 또 다른 선물

 

□ 금지샘 - 식수 금함

 

□ 자굴산 정상 - 897 m

 

□ 자굴산에서 본 충효의 고장 의령

 

□ 한우산 가기 전 첫번째 팔각정

 

□ 한우산의 억새

 

□ 한우산 정상 - 836 m

 

□ 한우산 정상에서 본 한우산 주차장

 

□ 한우산 정상에서의 상생회원

 

□ 한우산 팔각정에서 본 쇠목재 꼬부랑길

   

□ 쇠목재로 오르는 꼬부랑길

  

□ 의령 종로식당의 소고기 수육과 국밥 삶는 가마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