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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삼십 년을 모르고 산 큰 죄 – 매화산 남산제일봉 [1,010 m]

산안코 2013. 5. 13. 16:44

□ 언          : 2013. 5. 11 (당일)

□ 어       : 매화산 남산제일봉(1,010 m)

□ 누        : 일곱집회 중 여섯 집 사장님 부부

□ 날        : 맑음

□ 산행  여정 : 청량사매표소→청량사→전망대→남산제일봉→해인관광호텔→치인지구

□ 산행  시간 : 5시간 10

                청량사매표소(8:50)→남산제일봉(11:50)→해인사 치인집단시설지구(14:00)

 산행  거리 :  6.6 Km

  

□ 남산제일봉 지도:청량사매표소-청량사-전망대-남산제일봉-치인집단시설지구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얼굴 마주보는 부부라 해도 서로를 다 알고 이해하기는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30년을 같이 살았어도 직접적인 당사자의 아픔이 아니라면 심증만 있을 뿐 그 정도의 깊이는 절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대다수 사람들은 극소수가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으며 그 아픔을 안다 손 치더라도 쉽사리 이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세계 최대, 최고, 최초 등 세계1등을 표방하며 무한도전으로 목표달성을 이루어 내고 그 결과에 흡족해하며 또 그보다 높은 자리를 갈구하고 그 이상을 지향합니다. 당장 우리들의 일상에서 즐기는 등산만해도 그렇습니다. 일단 산행을 시작했다 하면 어떠한 역경과 악조건이 막아서더라도 무조건 정상을 밟아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우리가 매화산 언저리에 왔으니 남산제일봉에 오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청량사 주차장에서 등로가 시작되고 약간의 돌계단을 제외하고는 산행에 크게 무리가 따르지는 않습니다. 건너편 가야산 우두봉이 훤히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서니 한마디로 경치가 끝내줍니다. 파란하늘의 날씨까지 도와주어 기분이 한층 업그레이드 됩니다. 우리가 가야 할 남산제일봉 방향에는 삐쭉삐쭉 솟은 기암괴석들로 입이 쩍 벌어집니다.

기암괴석이란 것이 그렇습니다. 멀리서 쳐다 볼 때야 그 모습에 매료되겠지만 내 가는 길에 그 기암괴석이 막아 선다면 또 다시 입이 쩍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살짝 건드려도 넘어질 것 같은 일자형 사다리가 걸쳐져 있고 그것을 타고 넘어야 한다면 말입니다. 일행들은 룰루랄라 앞서 가버리고 이때부터 뒤따르는 마눌님에게서 심각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땅을 밟고서야 아무리 높은 곳에 올라서도 문제가 없었는데 발 아래 구멍이 숭숭 뚫린 계단이라든지 허공을 가르는 출렁다리나 철제 구조물에서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고소공포증이라는 놈이 마눌님 몸 속에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되돌아 내려가자니 너무 멀리 올라와버렸기에 약간의 무리를 무릅쓰고 남산제일봉을 향해 그냥 진행해보기로 했습니다. 30년을 같이 살았지만 아직 한번도 직접적으로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사실 그렇게 심한 공포증이 있는지 나는 몰랐습니다. 암릉을 오르는 일은 산 좋아하는 평범한 산님들에게는 기쁨이요 즐거움이겠지만 마눌님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두 번에 걸친 어려운 난코스를 지난 끝에 가까스로 남산제일봉 정상에 올랐지만 마눌님에게는 정상에 오른 기쁨보다는 공포의 정상을 오락가락하는 고통을 경험하고 말았습니다. 철제 계단난간을 부여잡은 손에 얼마나 힘이 들어갔으면 멀쩡한 면장갑이 닳아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참 못할 짓을 하고 말았고 다음부터는 절대로 이렇게 무모한 도전으로 마눌님을 시험에 들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천만다행인 것은 하산길은 등산길과는 달리 완전히 정반대 형태의 산세를 이루고 있어 오를 때 그렇게 많던 바위들은 전무하며 밋밋한 흙 길로 이어져 있어 약간 거리만 멀 뿐이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계곡의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는 여유까지 누려가며 치인리 탐방안내소에 도착함으로써 마눌님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길고 고통스러운 등산을 마쳤습니다.

시간이 흘러 오늘 일이 잊혀질 때쯤 마눌님에게 또 산에 갈 생각이 없는지 살짝 물어보아야겠습니다. 전혀 안 갈수는 없는 노릇이니 무섭지 않으면서 간단하게 산행할 수 있는 그런 곳을 찾아 추천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좌우지간 30년 동안 같이 살았으면서 모르고 산 죄가 아주 큽니다. 대오각성합니다.

  

□ 청량사 문화재 관람료 매표소 - 매화산 남산제일봉 산행 들머리

 

□ 천불산 청량사 표지석

 

□ 청량사 전경

 

□ 매화산 남산제일봉 산행 들머리에서 본 청량사

 

□ 부러진 나무 - 마눌님은 용머리라 하는데

 

□ 매화산의 바위들 - 하나

 

□ 매화산의 바위들 - 둘

 

□ 전망대에서 가야산을 배경으로 선 마눌님

 

□ 전망대에서 가야산을 배경으로 선 고집통과 마눌님

 

□ 매화산의 바위들 - 셋

 

□ 매화산의 바위들 - 넷

 

□ 매화산 오르다 만난 철쭉꽃

 

□ 매화산의 바위들 - 다섯

 

□ 매화산의 바위들 - 여섯

 

□ 매화산 남산제일봉을 배경으로 선 고집통

 

□ 세상에 이런 일이 - 바위에서 피운 진달래꽃 한 송이

 

□ 매화산의 바위들 - 일곱

 

□ 매화산의 바위들 - 여덟

 

□ 매화산의 바위들 - 아홉

 

□ 매화산의 바위들 - 열

 

□ 매화산 남산제일봉에 오른 고집통

 

□ 매화산 남산제일봉에 오른 일곱 집 사장님들 부부

 

□ 매화산 남산제일봉을 뒤돌아 보며

 

□ 세월 속에 몸통은 짓뭉개졌지만 가지에 싹을 틔우는 강인한 생명력

 

□ 돼지골로 하산 중인 사장님들

 

□ 죽기보다 힘들고 고통스런 산행을 마치고 치인리 탐방안내소 앞에 선 마눌님

 

□ 치인리 탐방안내소

 

□ 치인리 탐방안내소의 고집통 - 매화산 남산제일봉 산행 날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