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2010. 11. 20 (당일)
□ 어 디 를: 합천 미타산(661.9m)
□ 누 가: 고집통 홀로
□ 날 씨: 맑음
□ 산 행 시 간: 유학사(12:37)→미타산(14:31)→유학사(16:47) 4시간 10분
□ 산 행 거 리: 의령 유학사→칠공마을→미타산→유학사(약 5.0Km)
불경의 아미타불에서 나온 미타라면 충분이 신비감이 있습니다. 그 신비한 미타산이 내 고향 합천 앙진의 뒷동산입니다. 국민학교, 중학교 교가 속 미태산이 집뒤에 있는 아주 높은 산인 그 미타산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고향 가는길에 그곳에 한번 올라보기로 마음먹고 의령군 여배리로 향했습니다. 산행은 유학사를 출발하여 정상만 살짝 찍고 원점회귀하기로 하였습니다.
천년고찰이라는 유학사 극락전에 인사차 들렀더니 내부 정리하시던 보살님께서 시루떡 공양을 듬뿍 주십니다. 미타산 오르는 길을 보살님께 여쭸더니 바로 앞 계곡을 건너 올라가면 된답니다. 보살님이 산 오르는 길을 어찌 알겠습니까?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치지만 길을 모르니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낡은 시그널 하나가 안내를 하고 있어 그나마 위안을 삼아 따라 가지만 옳은 길은 아니고 이조시대때 나무꾼이 다닌 그런길입니다. 그래도 가지 않으면 안되겠기에 가시넝쿨 헤치며 앞으로 진행해 갑니다. 바지에는 온통 도깨비들이 달라 붙어 잔치를 합니다. 그 시그널을 계속 따르니 산중턱 마을의 폐 마구간 속으로 안내합니다. 경작하기를 포기한 밭이 있으나 이미 도깨비들이 점거하여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가까스로 인적이 있는 동네어귀에 도착하니 묵방리 칠공마을이랍니다. 지도상에는 묵방분교가 있으나 지금은 불관사라는 사찰로 변해 있습니다. 남새밭에 소일 하시는 어르신께 유학사로 내려 갈수 있는 등산로를 물어보니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던지 아니면 신반으로 내려가야 한다는데 돌아갈 길이 막막합니다.
1Km 거리에 미타산 정상이 있다는 팻말을 보고 내려가는 것은 나중에 걱정하기로 하고 임도길을 무조건 오르기로 합니다. 마지막 민가에서 유학사로 갈수 있는길을 다시 한번 물어보니 옛날에는 미타산 정상에서 등산로가 있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약간의 희망을 얻었습니다. 꼬불꼬불 정상까지 참 멀기도 합니다. 9부 능선의 미타산성 안에는 작은집이 있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고 저들끼리 놀던 시커먼 도사견 두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한판 붙어보자는 식으로 왈왈 거리며 맹렬하게 달려옵니다. 눈을 응시하며 스틱을 탁탁 두드리니 알아서 깨갱 합니다.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미타산성은 인근의 대야산성과 더불어 신라시대 김유신장군이 백제와 한판 붙을때 무슨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거대한 정상석이 있는 미타산 정상에 올라서니 초계벌 넓은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정말 올라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정상은 행정구역상 합천군 적중면 땅입니다. 합천군은 높은 산을 너무 많이 보유하여 661.9m급은 관심 밖인가 봅니다. 합천 땅에서는 미타산 오르는 등산로 하나 제대로 없습니다. 다들 의령군 미타산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거제라면 명산 중의 명산으로 대접받을만한 산인데 미타산이 자리를 잘못 깐것 같습니다.
이정표는 없지만 국제신문 시그널을 보면서 정황상 유학사로 통하는 길일꺼라 생각하며 능선을 쭉 타고 갑니다. 등산로 상태가 양호하여 긴장을 좀 풀었습니다. 전망 좋은곳에 앉아 팔자좋게 맥주 한깡통, 배 한개를 해치웠습니다. 제법 높은 봉우리 두개를 넘었습니다만 아까 그 칠공마을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왠지 기분이 자꾸 요상해집니다.
언제부턴가 국제신문 시그널이 눈에서 사라졌습니다. 세갈래 길에서 오른쪽길을 택했습니다만 칠공마을로 가는길입니다. 다시 조금전 세갈래 길로 돌아가서 직진을 해봅니다. 한참 빡시게 올랐는가 싶더니 나중에 알고보니 가지 말았어야 할 시루봉이었습니다. 길은 없어졌습니다. 돌아서려니 왔던 걸음걸이도 아깝고 돌아간들 길을 찾는다는 보장도 없고 그냥 길 없는 길을 만들어가며 전진하기로 합니다. 가끔 길 비슷한 흔적이 보이긴 하나 산돼지 길인지 사람 길인지 구분은 되지 않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는지 스틱 자국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어 따라가 봅니다. 이전의 유학사가 있었던 터 흔적이라 생각되는 넓은 공간이 있고 샛대밭 사이로 사람이 통행한 흔적이 보입니다. 무조건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왜냐면 반대쪽은 여전히 칠공마을이 보이니까요. 등산로는 아니고 옛날 나무꾼 통행로 정도의 길이지만 길 비슷한 길을 걸으니 그래도 마음은 편안합니다. 약 50m 아래 시멘트포장길이 보이고 RV차량 한대 붕붕거리며 지나갑니다. 이것저것 볼것 없이 그냥 산비탈을 타고 내려 개울물도 건너 포장길 위에 올라섭니다. 이번에도 바지에는 도깨비들로 쑥시방탱이가 됩니다. 그 다음은 내 위치를 알수 없으니 무조건 아래로 내려갑니다. 갑자기 안면 있는 유학사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고맙게도 유학사를 끼고 도는 길로 내가 내려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산행을 마무리하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삼철이를 타고 올라가 보았습니다. 뜻밖에도 범죄 없는 마을 묵방마을이 그 뒤에 숨어 있었습니다. 난 칠공마을을 묵방마을로 착각하고 있었고 설마하니 유명 사찰보다 깊은 산중에 사람 사는 마을이 존재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지도를 유심히 분석해보니 묵방마을을 통해야만 제대로된 미타산 등산길이 있을것이라고 판단되는데 그다지 확신은 서지 않습니다. 다음에 국사봉, 천황산, 미타산을 연계산행하여 그 길을 찾아 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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