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백두대간[완]

[백두대간 - 22] 두타, 청옥 안개 품에 잠들다

산안코 2010. 10. 3. 08:33

◈ 언            제 : 2010. 10. 02 (무박 2일)
◈ 어    디     를 : 백두대간 20구간(댓재~백복령)
◈ 누            가 : 삼성중공업 산악회원 34명과 고집통
◈ 날            씨 : 10/2 (안개비 후 흐림)
◈ 대간 산행시간 : 299시간 38분(20구간: 12시간 36분)
                        30일차 댓재(00:24)→백복령(13:00) 12시간 36분
◈ 대간 산행거리 : 604.97Km (20구간: 29.1Km)
                        30일차: 29.1Km
◈ 총    산행거리: 댓재→두타산→청옥산→고적대→갈미봉→이기령→상월산→원방재
→1022봉→백복령(약 29.1Km)
 
저녁 7시면 대경이가 출발한다니 최소한 6시 반까지 공설운동장에 도착해야 합니다. 마음이 조급하니 퇴근 후 먹는 메마른 김밥이 목에 덜커덩 덜커덩거립니다.
10월의 둘째 날. 강원도 땅 해발이 800m급 댓재(00:23)의 새벽공기가 제법 쌀쌀합니다. 얼마 전 한가위를 밝혔던 그 달이 반쪽으로 오그라들어 볼품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주위의 별들과 함께 잘 어우러집니다. 모처럼만의 아침 일출의 장관을 꿈꾸며 산신각이 있는 두타산 방향으로 스물두번째 대간길 발걸음을 옮깁니다.

  

□ 댓재 - 백두대간 스물두번째 20구간 산행 들머리

 

□ 댓재 도로 개통 기념비

 

□ 통골재에서 잠깐 휴식하는 오렌지군단들

     

오르지도 않았는데 급격한 경사길로 끊임없이 추락합니다. 캄캄한 밤이라 딴에 조심한다고 했지만 순간 오른쪽 발목을 접질 버립니다. 앞 차수에서는 왼쪽 발목이었는데 번갈아가며 발목이 곤욕을 치릅니다. 처음에는 약간 시큰거릴 정도의 고통이라 걷는데 크게 지장은 없었지만 끊임없는 너덜지대를 지나자니 결국에는 이로 인해 내게는 큰 괴로움이었습니다.
수명을 다한 산죽이며 고사목이 가끔 손님을 맞이하지만 못본척 휙휙 스쳐 지나갑니다. 통골재(1:54)에서 바라보는 삼척시내의 불빛들은 불야성을 이루지만 이 또한 감상하고 있기에는 마음이 바쁩니다.
댓재에서는 그렇게 청명하던 하늘이 두타산(2:54)에 올라서니 안개 자욱하여 발 앞 한치가 보이지 않습니다. 두타산은 불교의 두타행(頭陀行)에서 나온 말로 실생활, 즉 의식주에서부터 탐욕을 버리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놈의 안개 땜시로 오늘은 일출을 보겠다는 작은 욕심마저도 버려야 될것 같습니다.
지난번 선달산 너머 박달령이 있었는데 이곳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 고개가 또 박달령(3:42)입니다.

  

□ 두타산 오르다 만난 산죽과 소나무

 

□ 두타산 정상 (1,357m)의 고집통

 

□ 박댤재 모습

       

대중가요의 『울고 넘는 박달재』가 내내 궁금했는데 천둥산의 박달재랍니다. 박달령에서 잠깐 호흡을 가다듬고 문바위재(3:55)도 통과합니다. 옛날 신선들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세월을 즐겼다는 무릉계곡이 바로 밑에 있다는데 날씨가 영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조물주는 어쩌다가 무릉도원은 중국땅에 두고 무릉계곡은 여기다 갖다 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푸른 구슬산의 한자음을 가진 청옥산(4:42) 정상도 희뿌연 안개모자를 뒤집어 쓴 채 나를 반깁니다. 정상 50m 아래 샘으로 이동하여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가자합니다. 기동이가 브라질 떠나고 충무김밥이 유일한 아침 끼니였었는데 전직 회장님 뒤에 찰싹 따라붙어 오늘 아침은 꿀맛 같은 오리 주물럭으로 배를 맘껏 채웁니다.

  

□ 청옥산 정상 (1,405m)

 

□ 청옥산 약 50m 아래 샘터

   

부산한 소리가 들리더니 일행들은 어느새 출발해 버렸고 정상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청옥산에서 돌무덤이 있는 연칠성령(5:45)까지는 줄곧 내려갑니다. 그리고 새로운 급경사 바위길 오르막이 이어지고 가끔 로프도 잡을 일이 생깁니다. 마지막 바위 봉우리 고적대(6:15)에 올라섬으로써 두타산, 청옥산, 고적대로 이어지는 해동삼봉을 모두 올라서게 됩니다. 이젠 후래쉬가 없어도 될 정도로 날이 밝아졌습니다. 그리고 힘든 산은 모두 올랐다는 소리에 여유를 갖고 사뿐사뿐 걷다 보니 올해 들어 처음으로 빛 고운 단풍을 만나고 멋진 경치도 가끔 조망이 됩니다.
갈미봉(7:17)을 지나고서부터는 쭉쭉 빵빵 하늘로 잘 뻗어 오른 적송들의 군락지가 온 산을 뒤덮고 있습니다. 옛날 궁궐의 목재감으로 사용하였다니 귀하신 몸들입니다. 임도가 걸려 있는 이기령(8:32)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나니 다시 힘든 오르막입니다. 호흡이 가빠질 즈음 헬기장에 상월산(9:05) 이정표가 나옵니다. 이후로도 계속 오르막은 이어지다가 고사목에 상월산(9:22) 정상이라는 표지판이 또 걸려 있습니다. 앞의 것은 이곳 지방단체 관에서 세운것이고 뒤의 것은 모 산악단체에서 부착한 것인데 20분간의 시간차로 두 곳에 있다는것은 한 곳이 분명 엉터리임에 확실한데 높이로 보나 정황으로 보나 뒤의 것이 틀림없이 상월산입니다. 관에서 하는 짓이 항상 이 모양입니다.

  

□ 고적대 정상 (1,357m)

 

□ 고적대 너머 가던길에 만난 단풍

 

□ 고적대 아래 절경

 

 

□ 상월산 정상(970.3m)의 고집통

 

□ 원방재 전경

 

□ 두껍 바위?

      

일행들은 모두 지나 가버리고 홀로 급경사 내리막길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아주 불편합니다. 시작 초기 접질런 발목에 충격이 가니 걷기가 정말 힘듭니다. 어렵사리 도착한 원방재(9:48)에는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이른 점심식사에 열중들입니다. 시계를 보니 밥 먹기에는 일러도 너무 이릅니다. 지도상에 하나 남은 봉우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 처음으로 일행이 아닌 다른 산님을 만납니다. 1,022봉(11:27), 959봉(12:00)에는 봉우리 이름을 지어 주겠다며 어떤 단체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이름을 설정하여 자랑스럽게 붙여 놓았는데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눈으로 보아도 깔끔하고 씩씩해 보이는 산님들 한 무리가 우리 곁을 추월해 갑니다. 바삐 따라 붙어 이런저런 이야기로 말을 붙여봅니다. 서울「 28인승 산악클럽」 소속으로 백두대간을 주로 달리시는 분들이며 우리가 출발한 댓재서 백봉령까지 10시간을 목표로 한답니다. 남자들로만 구성된 우리가 식사시간 2시간을 포함하여 12시간을 예정으로 출발하였는데 여성회원을 포함하여 10시간이라면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그 분들과 함께 보조를 맞추어보니 내 발걸음도 한결 가볍고 빨라집니다.
거대한 철탑이 시야에 들어오는걸 보니 거의 오늘 산행도 마무리가 되어가는가 싶더니 금방 아리랑의 땅 정선이라는 백복령(13:00)에 내려섭니다.

  

□ 백복령의 고집통 - 백두대간 스물두번째 20구간 산행 날머리

     

29.1Km를 12시간에 걸쳐 백두대간 스물두번째 길을 걷는 동안 안개비로 인해 아무것도 본것이 없었습니다. 두타, 청옥이 품고 있다는 신천지 무릉계곡을 이야기만 들었지 발끝의 땅만 보았습니다. 그 땅도 제대로 못 본 모양입니다. 발목은 왜 접질러 가지고 원. 아직까지도 고통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