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백두대간[완]

[백두대간 - 24] 왕 바람 맞다

산안코 2010. 12. 11. 14:43

◈ 언            제 : 2010. 12. 11 ~ 12. 12 (1박 3일)
◈ 어    디     를 : 백두대간 21구간(대관령~백복령): 남진
◈ 누            가 : 삼성중공업 산악회원 37명과 고집통
◈ 날            씨 : 12/11(맑음, 왕바람), 12/12(맑음)
◈ 대간 산행시간 : 316시간 13분(21구간: 19시간 18분)
                        32일차 대관령(4:38)→삽당령(16:00) 11시간 22분
                        33일차 삽당령(6:18)→백복령(14:14) 7시간 56분
◈ 대간 산행거리 : 674.3Km (21구간: 45.6Km)
                        32일차: 27.1Km, 33일차: 18.5Km
총    산행거리 : 대관령→능경봉→고루포기산→왕산 제2쉼터→왕산 제1쉼터→닭목령

                        →화란봉→석두봉→삽당령→두리봉→자병산→백복령(약 45.6Km)
 

예상보다 무려 한 시간이나 빨리 대관령 휴게소 마당에 대경이가 들어섰습니다. 도저히 버스에서 내릴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뭉그적거립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무지막지한 겨울바람 대관령을 꽁꽁 얼리는데 멋 모르고 그곳에 내려 고집통을 동태로 만들어 버릴 기세입니다.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냉방 잘된 휴게소마당에서 비박하는 산님이 있으니 그 참 독하디 독한 우리민족입니다. 나도 저것을 하고 싶은데 정말 하고 싶은데 엄두가 잘 나지 않습니다.

  

◈ 독하디 독한 내 민족 - 대관령 비박

    
천지가 개벽하지 않는한 대관령의 겨울 날씨가 따뜻한 봄 날씨로 변할수 없는 법이고 어차피 내발로 찾아 왔으니 고통스럽게 한판 즐겨야겠습니다. 휴게소(4:38) 길 건너 대관령 야생화 숲길의 푹신푹신한 길을 기분 좋게 진행하는데 갑자기 걸음이 멈춰지고 한참 동안 지도를 보던 선두가 『이 길이 아닌가 벼』하며 되돌아 옵니다. 오늘 새 리더인데 혹시 이렇게 대빵 추운날 뺑뺑이를....  새 리더도 내로라하는 산악 전문가지만 약간 걱정은 됩니다.

  

◈ 대관령 - 백두대간 스물네번째 21구간 첫째날 산행 들머리

 

◈ 잘 생긴 고집통

   
등로는 잔설이 몰려 꽁꽁 얼어붙어 장딴지 힘이 바짝 들어가고 세찬바람에 날리는 가루눈은 인정사정 없이 얼굴을 때립니다. 시작부터 콧물이 짭짤하게 입술로 타고 듭니다. 말로만 듣던 대관령 똥바람의 위력을 유감없이 느끼게 해줍니다. 남진으로 인해 그나마 등 뒤에서 바람이 불어주기에 천만다행입니다.
순식간에 능경봉(5:30)을 넘고 대간길 안녕과 행운을 기원하는 행운의 돌탑도 지나고 이 겨울에 마르지 않고 생명수를 공급해주는 샘터(6:15)가 있어 아침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브라질에서 달러 꽤나 벌다 오래간만에 대간길 동참한 기동이가 준비해 온 따뜻한 곰국 한그릇이 속을 데워주니 좀 살것 같지만 땀으로 절었던 장갑을 다시 끼는 순간 난 손가락 끝이 얼어서 폭발하는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약이라 손가락에 다시 땀 날때까지 기다려보지만 뭘해야 뼈 뿐인 손가락에 열이 나서 땀이 날까요? 어쨌던 시간 지나니 나도 모르게 손은 데워져 있었습니다.

  

◈ 능경봉 정상석 - 1123.2m

 

◈ 행운의 돌탑

 

◈ 샘터 - 아침식사 해결

   
새 영동고속도로가 관통하는 횡계치를 지날즈음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새벽 일출을 맞습니다. 그리고 나무 데크로 만든 전망대(7:57)에 올라섭니다. 횡계리와 그 너머 대관령을 전망하라고 만든 것 같은데 그놈의 심술궂은 바람이 단 1초라도 머물수가 없도록 만듭니다.
「휘~이~잉」 바람소리라면 마땅히 이 소리가 나야 하거늘 「와~아~앙」이라는 퉁소 소리가 고루포기산 오르는 도중에 귀에 거슬리도록 울립니다. 홀로 산행이라면 귀신 곡하는 소리로 오해해 등골이 오싹할 그런 소리입니다. 스산한 까마귀 소리도 화음을 맞춥니다.
고루포기산(8:08) 정상에 올라서서야 괴상한 음의 정체를 알수 있었습니다. 정상을 거쳐 지나가는 철탑이 바람을 맞아 웅웅 울어 재끼는 소리가 바로 그 소리였던 것입니다. 고루포기산이라 함은 예전에는 소은백이산(所隱佰伊山)에서 곧 소()가 들어가 곧은백이산으로 그 음과 훈을 혼용하여 사용하다 지금의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합니다.

  

◈ 일출

 

◈ 벤치위의 백설 그리고 일출

 

◈ 고루포기산 정상

 

◈ 저 멀리 무슨산? 팔랑개비

    
왕산 제2쉼터, 왕산 제1쉼터(9:02)를 지나고 닭목령(10:00)까지 이어지는 길은 바람만 자 준다면 산행하기에는 아주 무난한 길입니다. 눈과 낙엽으로 인해 두어번 엉덩방아 찧은것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이름도 요상한 닭목령은 근처 산세가 천상에 사는 금계가 알을 품은 금계포란형이고 그 금계의 목덜미 부분이라 한자로 계항이되고 우리말은 닭목이라 한답니다. 날씨는 춥고 밥 먹을 시간은 이르기에 그냥 화란봉(11:11)까지 가기로 합니다. 한때 꽃을 피웠다 생을 마감한 산죽 밭이 널려있고 그 사이로 하얀 눈들로 포장되었다는 것 말고는 오전과 마찬가지로 아주 무난한 길입니다. 여전히 바람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봉우리에 커다란 돌덩어리가 있어 석두봉(13:57)인 모양입니다.

  

◈ 눈 길

 

◈ 산림대장군 숲에여장군과 고집통

 

◈ 닭목령에서 고집통

 

◈ 화란봉

 

◈ 겨우살이

   
10m의 폭으로 나무라는 나무는 모두 싹쓸이 해버린 모양새가 아무래도 임도를 만들거나 고사리 밭을 만들 심산인데 인간들의 욕심이 저질러 놓은 자연 훼손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런 무자비한 자연훼손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간꾼들이 발로 밟아 산 다 버려놓는다고 떠들어대는 일부 매스컴이나 내게서 징수해간 세금 빨아 먹는 일부 단속원들이 한심합니다. 차량을 통제하는 바리케이드가 있고 무인변전소 철제건물을 돌아 임도 시멘트길과 나란히 난 대간길을 따라가니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는 삽당령(16:00)이 나옵니다. 삽당령 정상주막에서는 술 좋아하는 나 고집통이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맛있는 동동주는 처음 마셔보았습니다. 집에서 옥수수로 만들었다는데 할머니와 손녀가 갓김치를 속으로 하는 전병을 안주로 삼고 마신 이 술맛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도 입니다.

  

◈ 춥고 힘들어 보이는 고집통

 

◈ 화란봉에서 본 선자령과 대관령

 

◈ 일생을 끝낸 산죽 - 새로운 인생은 내년에

 

◈ 대간길 훼손 주범 - 아마도 고사리 밭 아니면 임도 만드는 중

  

◈ 삽당령의 고집통 - 백두대간 스물네번째 21구간 첫째날 산행 날머리

 

◈ 삽당령 주막의 전병 굽는 이쁜 손녀

 

◈ 삽당령 정상주막 - 내 평생 가장 맛있는 동동주 맛 봄

    
 이튿날 새벽 고집통이 해발 680m의 삽당령(6:18)에 또 서 있습니다. 바람은 잠들었으나 바깥날씨 영하 10도이면 개 마저도 살아남기 힘든 날씨입니다. 새벽 오솔길의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기분을 맑게 만듭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양이 동녘하늘을 붉게 물들입니다. 두리봉(8:04)을 지나고 눈 앞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돌산이 나타납니다. 깎아 지른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 쳐져 있기에 석병산(8:53)이라 하고 또 다른 이름 일월봉이라고도 합니다. 바로 아래 일월문이 있다고는 하나 날씨는 차고 갈길은 구만리라 그냥 가던 길 재촉하기로 합니다. 강릉서대굴 안내판은 번듯이 서 있으나 어디 있는지는 찾을 길은 없습니다.

  

◈ 삽당령 - 백두대간 스물네번째 21구간 둘째날 산행 들머리

 

◈ 33일차 또 그 일출

 

◈ 두리봉 정상

 

◈ 두리봉에서의 고집통

 

◈ 석병산 일월봉에서 고집통

  
진행방향 앞으로 바위들이 무너져 내려 하얀 폭포형상의 그림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자병산이며 시멘트 채취 장소랍니다. 신계령(12:03)을 지나고 국유림과 사유림을 구분하는 지점에 들어와 보니 일대가관이 벌어져있습니다. 멀리서부터 보고 왔던 돌 폭포형상의 그 자병산이 산 일부분만 훼손 시키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뒤편 동해방향 쪽을 둘러보니 완전 산 전체를 들어내 버리고 없습니다. 어쩌자고 하늘이 내려주신 자연을 저토록 철저하게 망가뜨릴수가 있단 말입니까? 누구 권리로 누구의 허락으로 누가 과연 저럴수가 있단 말입니까? 개발이란 얄팍한 이름으로 자연과 후손에게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어쩜 천벌을 받을수도 있을것입니다.
철탑 하나, 둘, 셋.... 차곡차곡 지나가니 어느새 백복령(14:14)에 내려서게 되었습니다.

  

◈ 무엇인가? 자병산 아픔

 

◈ 생계령

 

◈ 자병산의 굴욕 - 인간의 욕심

 

◈ 백복령에서의 고집통 - 백두대간 스물네번째 21구간 둘째날 산행 날머리

 
이화령 새벽 찬바람, 소백산 칼 바람 등과 같이 바람 많이도 맞아 보았지만 이번 대간길처럼 엄청나게 큰 왕바람을 맞아 본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무엇이든 시도하기 전은 언제나 두려움이 있으나 막상 부딪히며 저지르고 나면 어떠한 어려움이라도 헤쳐 나가지게 됩니다. 어려움의 강도가 깊어지면 질수록 해결 후 성취의 기쁨 강도도 점점 높아 진다는것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