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2010. 10. 23 (당일)
◈ 어 디 를: 사량도 지리망산, 달바위(400m), 가마봉, 옥녀봉
◈ 누 가: 고집통 홀로
◈ 날 씨: 맑은 후 흐림
◈ 산 행 시 간: 돈지마을(15:13)→지리망산(16:11)→금평마을(18:31) 3시간 18분
◈ 산 행 거 리: 돈지마을→지리망산→달바위→가마봉→옥녀봉→금평마을(약 12.0Km)
부서원들 사량도 지리망산 산행을 겸해 단합행사를 간답니다. 나는 우리 마눌님 병원 모시는 일이 우선입니다. 진주까지 열심히 달렸건만 오후 1시가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평소 2시간에 한번 꼴로 통영 가오치를 출발하는 도선이 주말에는 시간단위로 다닌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오후 2시 가오치에서 배를 타고 사량도 금평항에 도착하니 으레 사량버스가 선착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버스에는 기사 양반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문만 열려있습니다. 달랑 혼자 버스에 앉아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기사가 오지 않아 직접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 검은 안경에 한 덩치 하는 아저씨께 버스기사 어디 가셨느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기사랍니다 . 멀찌감치에서 퍼질러 앉아 여태까지 나를 가소롭게 보고만 있었던 것입니다 .
『왜 차 안 움직입니까?』『금방 들어온 저 도선은 추가 배정이기 때문에 안 갑니다. 3시 50분 되야 갑니다 』이런 젠장 맞을입니다. 정말.
하긴 손님이라고 달랑 나 혼자뿐인데 돈 1,000원 벌자고 비싼 기름 떼워가며 움직이겠나 싶습니다. 내가 기사라도 안 가겠습니다. 버스 지가 안 움직이면 내가 못 갑니까? 먼저 들어온 일행 중 승용차가 들어왔으니 부르면 되지요.
참 오래 만에 와보는 사량도입니다. 3년도 더 지났겠습니다. 돈지마을 가는 해안 일주도로 경치가 죽여주도록 빼어납니다. 일주도로는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조만간 완성될것 같습니다.
돈지마을을 가로지르는 산행로는 익히 여러 번 지났기에 마을 어귀(15:13)로 난 일주도로를 따라 약간 이동해서 올라보기로 하였습니다. 산 능선을 타고 오릅니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인데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줄줄 흘러내립니다. 애초 3시간을 계획하여 도착시간을 6시 30분으로 예상하였으므로 당연 캄캄한 밤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속도를 약간 올려 첫번째 목적지 지리산(16:11)에 도착했습니다. 맑은 날이면 지리산 천왕봉이 조망된다고 하여 지리망산이라고도 하는곳입니다. 그러기에 지리산 장터목에 오를 때면 일부러 이곳을 반대로 찾아보기도 합니다.
비록 깔끔한 날씨는 아니지만 돈지나 내지 모두 경치 하나만은 끝내줍니다. 경치 구경한답시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살랑살랑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사람소리는 들리는데 시야에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절경의 암봉을 여러 번 오르내리다 거대한 바위 등을 타고 오릅니다. 나를 중심으로 양방향은 무시무시한 낭떠러지입니다. 웬만큼 간댕이가 크지 않고서야 지나가기가 어렵겠습니다. 바로 이곳이 사량도 제일봉 달바위(16:54)이며 사각 정상석은 작은 돌멩이들로 옷을 입혀 놓았습니다. 이 곳에서 조금 전 들었던 사람소리의 주인들인 경기도 광주 산님 세분을 만났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사과 한입 깨물다 어째 입속 부속품들이 아귀가 잘 맞지 않았는지 혓바닥 가운데 부위를 이빨로 물어버렸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곳에 물려버려 저녁 내내 입 속에 피를 물고 살았습니다.
달바위를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바위길이고 작은 돌들마저 널려있어 무지 미끄럽고 위험한 길이기에 통영시에서 한창 나무계단으로 공사 중이나 피해가려니 더 어려움을 겪습니다.
메뉴판을 보면 라면, 맥주등 없는것이 없는 간이 휴게소가 길목에 있으나 주인도 객도 다 떠나고 아무도 없습니다. 그 다음 로프 두줄이 늘어져있는 완만한 바위를 타고 올라서면 가마봉(17:30) 입니다.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가마솥의 뚜껑과 관계가 있지 않나 생각되며 가마봉 근처의 세 봉우리가 이곳 사량도에서 가장 험난한 코스이기도 합니다. 멀찌감치에서 작은 돌 하나 들고 와서는 돌무덤 위에 올려놓고 맥주 한잔으로 고시래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내가 좋아 하는 멍 때리기에 들어갑니다. 너무 오래 즐기면 금새 어두워져 하산 길에 지장이 있을것 같아 다시 길을 재촉하니 바로 너머 약 75도 경사의 사다리가 있어 조심을 요합니다.
뭉퉁하면서 거대한 바위에 이번에는 30m도 족히 넘어 보이는 한줄 로프가 90도로 걸려있습니다 . 물론 오를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내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아마도 대간길 로프로 인해 놀란 가슴이 단단히 긴장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내려가는 길은 줄사다리입니다. 내 직장 조선소 배에서 매달려 본 경험이 있기에 어렵지 않게 내려가지만 일반 사람들이라면 위험천만일수 밖에 없습니다.
사량도 지리산을 한두번 다녀간것이 아닌데 이번만은 정말 무서운 산이라는 생각이 들며 두렵기 까지 합니다. 어느덧 해는 넘어가버리고 어둠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거대한 돌무덤 옥녀봉(18:03)을 지날즈음은 길조차 어슴푸레해집니다. 헤드라이트 불 밝히고 막 출발하려는데 바로 앞 바위 위에 여러개의 눈이 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어미염소, 새끼염소 와글와글 모여 이 늦은 시간에 어느 정신 없는 놈이 지나가는지 구경 나온 모양입니다. 사진이라도 한판 찍으려니 겁 많은 놈들 순식간에 바위 뒤로 사라지고 없습니다. 철사다리 타고 내려가고 흙계단 한참 내려가는데 혼자 산에 간 내가 걱정되어 사무실 동료들의 전화가 바리바리 몰려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당에 커다란 정자나무가 있는 가게가 나오고 신형제횟집(18:31)에 들어가니 박수가 날 맞이해줍니다. 별 탈없이 산행을 마무리는 했지만 이제는 바위산 산행이 부담스럽습니다. 산은 안 갈수는 없으니 무조건 조심만이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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