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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나폴리보다 아름다운 통영 - 미륵산 [461m]

산안코 2009. 5. 11. 06:22

난 나폴리에 가 본적이 없습니다. 오늘 내가 본 그곳, 싱그럼이 있는 5월의 하늘과 파란 바다가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그 곳은 틀림 없는 나폴리일 것입니다.
거제지맥 동서종주기가 자주 인터넷에 오릅니다. 거제대교에서 나도 시작해 보자. 아이고 안되겠습니다. 가시덩쿨이 길을 막았다는데, 그리고 뱀도 나올것이라는데. 충무김밥 사 가지고 미륵산에나 가야겠습니다.
보약물 가져가라 했는데 멸치 다시물을 잘못 담아가다 마눌님에게 찐빠 좀 먹고 용화사 주차장에 가보니 주차장이 만차입니다. 바로 밑에 내려가니 길바닥이 전부 무료 주차장입니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거금 나갈 뻔했습니다.
주차장(11:00)에서 미수동 띠밭등으로 오르기로 했습니다. 등산객은 지천에 깔렸는데 그 흔한 등산지도 하나 없습니다. 힘들여서 걸어 가지 말고 비싼돈 들여 만들어 놓은 케이블카를 타라는 통영시 공무원들께서 배려해 주시나 봅니다. 쩌~~~~업.
미수동 띠밭등(11:20)일것 같은 잔디밭을 지나 가파른 바위길을 타고 올라가니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현금산(11:38)입니다. 

하늘은 맑고 바다는 푸르고 통영 도심은 하얗고 내 기분은 상쾌합니다. 산 길 곳곳에 돌탑들이 나열되어 있고 쪼뼛하게 솟아있는 미륵산 정상이 눈앞에 있습니다. 

이름 조차 요상한 큰작은망 갈림길(12:00)에서 줄곧 미륵산을 오르는데 거무티티한 독사 한 마리발끝 바로 앞을 지나갑니다. 얼마지나지 않아 도룡뇽이 한 마리 또 지나갑니다. 저것들이 미륵인가?
미륵산 정상(12:25)입니다.
환경단체와 스님들이 하지 말라고 그렇게도 말렸건만 통영시는 케이블카를 악착같이 준공시켜 굽이 10센티는 넘어보이는 삐딱구두 신고 올라온 아가씨, 정상의 돌맹이 앞에서 사진 찍는데 초등생 딸래미 사진 잘못 찍었다고 땍땍거리는 아저씨, 단체로 놀러온 할머니들, 소주는 내려가서 마실일이지 뭣하러 들고 올라오셨는지 할아버지들. 일대 가관입니다. 

아직도 미륵산정상은 상처투성이로 공사가 한창입니다. 통영시 공무원들 희희락락이랍니다.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고 소문났으니 지리산을 비롯하여 전국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하겠다고 지방 자치 단체에서 난리랍니다.
여기서 동양의 나폴리 통영에 대해서 한번 나열해 봐야겠습니다. 유난히 맑은 하늘, 그리고 쪽빛 바다. 통영대교, 서호시장, 남망산공원, 강구항, 중앙시장, 동피랑언덕, 세병관, 충렬사, 해저터널, 유치환기념관, 전혁림미술관, 박경리선생 추모공원, SLS 조선소, 여객선 터미널, 마리나리조트, 사량도, 욕지도, 연화도, 한산도, 비진도, 매물도....... 숨 가쁩니다. 

구경 실컷하고 쭈욱 내려가니 미래사(13:35)가 있습니다. 잘 생긴 삽살이가 있습니다. 저 삽살이도 미륵일까요?  

약 2킬로 미터 능선을 타고 넘어오니 또 다른 띠밭등(13:55)이 나오고 잠시 후 천년고찰 용화사(14:15)에 들러 부처님께 문안 인사 드리고 다시 용화사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하였습니다. 

배가 고프진 않지만 통영의 맛집이라는 장방식당을 일부러 찾아 보았으나 일요일은 쉰다는 표지판만 날 기다리고 있어 그냥 집으로 골인하기로 했습니다. 간만에 혼자서 널널 산행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것은 왜 이다지도 인간들은 좋은 산을 홀딱 까뒤집어 놓아야 되는지? 나중에 후손들에게 돈을 물려 줄것인지 자연을 물려 줄것인지 손톱만큼이라도 생각을 해 봤는지 그걸 모르겠습니다. 지들 죽고나면 망가진 자연만 남을 것인데 말입니다. 이러다 까딱 잘 못하면 나팔~리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