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2011. 5. 16 (당일)
▣ 어 디 를: 소매물도 망태봉(152m)
▣ 누 가: 쌀랑녀, 고집통
▣ 날 씨: 맑음
▣ 산 행 시 간: 선착장(9:15)→망태봉(9:40)→등대섬(10:30)→선착장(11:55) 2시간 40분
▣ 산 행 거 리: 선착장→망태봉→등대섬→대매물도 전망대→남매바위→선착장(약 5Km)
지난달 회사 직원들과 함께 소매물도에 가기로 하였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해 대매물도에서 머무른 적이 있습니다. 기나긴 근속휴가 끝물을 타고 내 마눌님 쌀랑녀를 앞세우고 그 유명하다는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가기로 하였습니다.
저구항을 출발하는 여객선이 나무 이파리 크기라 내 쌀랑녀 간이 콩알만 해졌나 봅니다. 배에 오르기도 전에 몹쓸 곳에 데려 간다고 날 보고는 눈동자가 올라갔다 내려깄다 야단입니다.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는 허옇게 뒤집어지고 연락선은 파도에 올라탔다 떨어지며 바닷물에 부딪히는 소리가 텅텅거려 금방이라도 배가 산산조각 날 것 같습니다. 기겁한 쌀랑녀 내 팔뚝을 얼마나 힘주어 잡았는지 얼얼 거립니다.
조각배는 대매물도의 당금마을과 대항마을에 들렀다 소매물도 선착장에 별일 없이 안전하게 내려 줍니다. 소매물도에는 예상외로 많은 펜션들이 마을 어귀를 따라 자리해 있으며 한창 개발 중이기도 합니다. 볼썽사납게도 아래윗집 식당 안주인님들 소매물도가 떠나가도록 언성을 높여가며 다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손님을 두고 양쪽식당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나 봅니다.
급경사길이 섬 언덕배기에 올라설 때까지 이어지고 오래지 않아 망태봉으로 가는 세 갈래 길이 나옵니다. 짧은 거리를 올랐지만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립니다. 대다수 여행객들은 등대섬으로 향하지만 우리는 지척의 망태봉 정상에 올라 보기로 하였습니다. 망태봉에는 흉물스런 시멘트 건물 잔해가 남아있어 아름다운 소매물도의 이미지를 흐려놓습니다. 소매물도를 이용하여 돈 벌어 챙기는 여객선 회사나 장사하는 펜션주인이나 아니면 국공에서 해결하든지 하루빨리 걷어내야 되겠습니다.
망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등대섬은 그림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환상적인 모습입니다. 물때를 잘 맞추어 들어왔는지 소매물도와 등대섬간 기적의 바닷길이 지금 막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먼 바다에는 무인도 오륙도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잘 만들어진 나무계단을 타고 바닷길이 열리는 해안까지 내려가니 아직 물길이 다 열리지 않아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 바위를 타고 넘어갑니다. 소매물도 등대섬의 하얀 등대를 보고 외딴섬 속 하얀 등대가 유명시인의 시와 칠공팔공 유행가 노랫말의 단골손님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를 이제는 잘 알겠습니다. 약간의 바람이 있는 쌀쌀한 날씨지만 이곳에 한번 와 보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 됩니다
등대섬을 뒤로하고 세 갈래 길로 다시 돌아와 동백나무 군락지를 지나 남해의 망망대해가 잘 보이는 산책길로 접어 들어갔습니다. 약간의 급경사길이 있지만 크게 위험하지도 않아 나름 맛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매물도를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습니다. 돌아가는 배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 해안로를 따라 살랑살랑 걸어봅니다. 후박나무 군락지도 지나고 북극곰 모자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는 거대한 남매바위를 지납니다.
약 3시간 남짓의 시간을 할애하여 소매물도 망태봉 등반과 등대섬 관광을 모두 마치고 나니 선착장 앞에 펼쳐놓은 해녀 할매들 좌판속이 궁금해집니다. 할머니들의 일상 옷은 머구리복인가 봅니다. 잠수복을 흔히들 머구리복이라 하지요. 아침부터 잠수복을 입은 채 연신 바다를 오락가락하며 싱싱한 소라, 멍게, 키조개, 벚굴, 성게 등을 건져 올려 손님을 맞이합니다. 목구멍으로 군침이 꿀꺽 넘어 갑니다. 참을 수가 없어 2만 원짜리 해물 모듬 한소쿠리와 소주 한 병을 시켰습니다. 마음씨 좋은 할머니 거제에서는 족히 5만원어치도 넘을 양을 주고도 성게 알까지 서비스를 줍니다.
오늘 마눌님에게 후한 점수를 땄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내 마눌님 생각도 나하고 같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고에 내 생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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