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반야봉·삼신봉

[지리산 바래봉] 봄비는 재촉하고 겨울눈은 끕니다

산안코 2011. 3. 1. 04:41

언          제 : 2011. 3. 01 (당일)
 어   디   를 : 지리산 바래봉(1,167m), 세걸산(1,222m), 큰고리봉(1,304m)
 누         가 : 산타나, 기동, 후종, 종근 그리고 고집통
 날         씨 : 비오다 눈 내리고 흐림
 산행   시간 : 용산마을(8:42)→바래봉(10:40)→고리봉(16:27)→고기리(17:43) 9시간
 산행   거리 : 용산마을→바래봉 삼거리→바래봉→바래봉 삼거리→팔랑치→부운치
→새동치→세걸산→큰고리봉→고기리(약 18.5Km)
   

□ 지리산 서북능선 : 용산마을-바래봉-팔랑치-부운치-새동치-세걸산-큰고리봉-고기리

   
아흔두 번째 맞는 3.1절 새벽,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봄이 려나 봅니다. 이번 동장군께서는 지독히도 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더니 이젠 물러날 기미가 보입니다.
지리산 산방통제에 포함되지 않은 바래봉을 찾기로 하였거늘 요놈의 봄비가 신경을 거스르지만 우산 하나 배낭 옆구리에 찌르고 에라 어찌되겠지 그냥 집을 나서봅니다.
88고속도로 지리산IC를 지날 즈음 봄비는 함박눈으로 바뀝니다. 일행들의 얼굴에는 급화색이 돌고 우리의 산타나 눈 오는 날 강아지처럼 마냥 즐거워합니다. 운봉식당에 들러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운봉골 산과 들판은 온통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 삼식이

 

용산마을 허브밸리주차장(8:42)에서 출발인증을 카메라에 담고 넓은 시멘트 길을 따라 신발도장 콕콕 찍어가며 바래봉으로 향합니다. 운주사와 바래봉 갈림길이 나오고 근처에는 샘터가 있고 샛길 산행하지 말라는 안내표지판도 있습니다. 뭔 산행이 이렇습니까? 배낭 둘러메고 등산하러 왔는데 등산로는 샛길이라며 틀어 막아놓고 트럭도 거뜬히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고속도로를 바래봉 삼거리까지 쭉 이어집니다. 해놓은 짓거리를 보니 가슴이 답답하고 숨통이 막힙니다. 틀림없이 바래봉 철쭉 축제 때 산꼭대기까지 찌짐이 부칠 가스통이랑 솥뚜껑 가져다 나르려고 그런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침에 내린 눈이 흉물스런 길들을 다 덮어버리고 멋진 눈경치가 그나마 내게 위안을 찾아줍니다.

  

□ 용산마을 허브농원

 

□ 용산마을 산행 들머리

 

□ 바래봉 오르는 임도

 

□ 바래봉 오른는 고속도로 - 등산로 털어 막아놓고 이런 길을...

 

□ 바래봉 삼거리에서 바래봉 오르다가 본 경치

  

바래봉 정상 오르는 길은 허허벌판 급경사입니다. 바람세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매서운 바람이 불고 운무로 조망은 없지만 바래봉 정상(10:40)도 여느 산과 다름없이 기분 엄청 좋습니다. 정상에서 다시 내려가는 길은 정말 미끄럽습니다. 어릴 적 시골에서 비료포대로 눈썰매 타고 놀던 생각이 납니다. 바래봉 삼거리엔 제법 수량이 풍부한 약수터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서부능선을 타고 봄날 철쭉축제가 벌어진다는 팔랑치로 향합니다. 나무 전망대가 있는 팔랑치(11:30)에는 분홍 꽃을 피우기 전에 예행연습으로 하얀 눈꽃을 피운 철쭉나무가 온 산 전체에 퍼져있습니다. 이번 겨울의 추위는 유난했기에 여기 팔랑치의 철쭉색깔이 더 아름다울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그맘때쯤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싶습니다.

  

□ 바래봉 상고대

 

□ 바래봉 정상에서 고집통

 

□ 바래봉 약수터

 

□ 팔랑치 가는 길목의 경치

 

□ 눈 덮인 팔랑치

 

□ 팔랑치의 하얀 꽃 핀 철쭉나무

  

비박 장소로 딱 안성맞춤인 부운치(12:17)를 지나고 또 한참을 내달리고 나니 새동치 헬기장(13:06)이 나타납니다. 아이폰 지도의 등고선은 딱 한 줄로 표기되었건만 세걸산 가는 길이 엄청 멀고 지루합니다. 사람의 통행이 없어서인지 어째 잘못 발을 디디면 허리까지 눈 속으로 푹 빠져듭니다. 재미가 있고 즐겁습니다. 세걸산 정상(13:27)에 자리를 깔고 오리잡탕구이를 만들어 점심식사를 해결합니다. 비록 날씨는 춥지만 산정에서 먹는 음식은 뭘 먹어도 맛있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합니다.

  

□ 부운치 가는 길목의 설경 1

 

□ 부운치 가는 길목의 설경 2

 

□ 새동치에서 고집통

             

□ 새동치 설경

 

□ 새동치 헬기장

 

□ 세걸산 정상

  

알코올의 힘을 약간 빌려 알딸딸한 기분으로 북고리봉이라기도 하는 큰고리봉을 향해 신나게 갑니다. 2년 전 백두대간 길에 만난 그 큰고리봉(16:27)입니다. 그땐 맞은편의 반야봉이 앵글에 보기 좋게 잡혔는데 오늘은 운무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경치도 사람구경 할 일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보니 바래봉 내려오다 스친 산님 한분이 오늘 유일하게 만난 사람입니다. 하긴 아침에 봄비가 치적치적 내리고 있는데 지리산 가겠다고 나올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약간 무모하지만 그래도 집 나서기를 참말로 잘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겨울정취가 물씬 풍기는 지리산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집에서 배 깔고 드러누워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거리며 마눌님 밥 줄런가 안줄런가 눈치보고 있어봤자 뭣이 남는 것이 있겠습니까? 

  

□ 큰고리봉 가는 길목의 고집통 1

           

□ 큰고리봉 가는 길목의 고집통 2

             

□ 큰고리봉 가는 길목의 고집통 3

            

□ 큰고리봉 가는 길목의 설경 1

 

□ 큰고리봉 가는 길목의 설경 2

 

□ 큰고리봉 가는 길목의 설경 3

 

□ 큰고리봉 가는 길목의 설경 4

 

□ 큰고리봉 정상

 

□ 고기리로 내려가다 만난 낙엽송 군락지에서 고 집 통

            

□ 고기리 (백두대간 길목)

  

고기리 방향으로 내려가는 일행들 정말 날쌘 돌이 들입니다. 쭉쭉 빵빵 잘 뻗은 낙엽송 군락지가 운치 있습니다만 감상할 겨를 없이 따라가기가 바쁩니다. 순식간에 고기리(17:40) 도로변에서 아이젠 벗고 신발 탈탈 털고 있습니다. 인근 가든의 막걸리와 메기매운탕은 왜 이리 맛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두드려 보는 배 소리가 북소리로 들려옵니다.
봄비는 봄 더러 자꾸 빨리 오라고 재촉하지만 지리산은 아직 겨울을 보내기가 아쉬운가 봅니다.  조금만 더 머물렀다 가라 합니다. 기다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