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반야봉·삼신봉

[지리산 노고단] 노고단의 눈 칼바람 맵다

산안코 2013. 1. 27. 06:19

□ 언        : 2013. 1. 27 일요일 (당일)

□ 어    : 지리산 노고단 (1,507 m)

□ 누        : 가공산악회 25명과 경만(버팔로), 만수(산타나) 그리고 나(고집통)

□ 날        : 맑음, , 맑음

□ 산행 여정 : 직전마을→피아골삼거리→노고단정상→노고단대피소→성삼재→당동마을

□ 산행 시간 : 7시간 25

               직전마을(9:10)→피아골삼거리(12:45)→노고단(14:00) →당동마을(16:35)

산행 거리 : 17.2 Km

  

□ 피아골~당동마을 지도 : 직전마을-피아골삼거리-노고단정상-노고단대피소-성삼재-당동마을

  

겨울철 살을 에이는듯한 차갑고 세찬 바람을 일컬어 사람들은 흔히 칼바람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날씨가 약간 추워졌다고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툭하면 칼바람이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우리 거제도는 아무리 추워도 칼바람 그런 것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이마빡이 쪼개질듯한 소백산 칼바람을 겪어보지 아니하고는 칼바람을 논해서는 아니 됩니다. 그 소백산 칼바람을 백두대간 하면서 맛보고 무려 5년이 지나서야 가장 강렬한 칼바람을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서 또 맛보았습니다. 눈보라를 동반한 바람이기에 얼굴이 따끔거리고 눈을 뜰 수 없었으며 거의 폭풍 급 바람세기에 자칫하면 저 아래 구례 땅으로 날아갈 뻔 하였습니다. 유식한 말로 폭풍한설이었습니다.

매주 집 비우기가 마눌님에게 미안해 이번 주만은 왼 종일 방바닥에서 뒹굴더라도 집을 지켜 볼 심산이었으나 이웃의 가공산악회에서 지리산 가잔 다며 산타나와 버팔로가 연속으로 전화 벨을 울립니다. 어쩝니까? 지리산이라면 움직여야지요.

대경이 아저씨가 피아골 가는 길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하동IC에서 내렸으면 금방인 것을 진교IC에서 내려 꼬불꼬불 지방도를 타고 엉뚱한 곳으로 달려 생각보다 많이 늦은 시간에 피아골 직전마을에 도착합니다. 피아골이라면 이곳 연곡사의 수백 명 승려들이 수행하면서 피(기장)를 경작하여 배고픔을 달랬다 하여 피밭(직전,稷田)골이라 불리었고 거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하는데 혹자는 한국전 당시 빨치산과 국군의 피가 골짜기를 붉게 물들였기에 붙여진 이름이라 말하며 그때 죽은 이의 넋이 스며들어 이곳 단풍이 다른 곳의 단풍보다 유난히 붉게 타오른다고도 합니다.

직전마을은 아침부터 발정 난 암캉아지와 그 뒤를 따르는 덩치 큰 수캐가 동네를 분주하게 누비고 있을 뿐 세상은 고요 속에 잠들어 있습니다. 가끔 목줄에 자유가 구속된 몇 몇의 강아지가 그 꼴 사납다며 왕왕 짖어 될 뿐입니다.

피아골 계곡에는 햇살이 잘 들고 바람도 잠들어 따뜻한 기운이 퍼져있습니다. 봄이 오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이지만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로 보아서는 손짓만하면 금방이라도 봄이 달려올 것 같습니다. 피아골대피소까지만 그랬습니다.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펼 때 까지는 햇살도 있고 약간의 땀도 흘렸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마칠 즈음은 바람이 슬슬 불면서 진눈깨비가 날리기 시작합니다. 멋진 산행을 예상해 봅니다. 오르면 오를수록 눈빨이 굵어지면서 바람도 거칠어집니다. ~허 이놈의 산악회가 이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피아골대피소에서 피아골 삼거리까지의 2.5Km 까꼬막을 쉼 없이 단박에 끄집어 올립니다. 지리산 주능선의 돼지령 눈꽃 그림은 그야말로 환상적입니다. 이 광경을 누구에게 말로 표현하면 이해하겠습니까?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바람불어 눈이 쏠린 곳은 거의 허리까지 차고 올라옵니다. 이래서 나 고집통은 지리의 사계 중 겨울을 가장 좋아합니다.

평소 같았으면 노고단 고개가 신작로처럼 붐비겠지만 지금의 그곳은 워낙 세찬 눈보라가 휘날려 사람이라고는 구경할 수가 없습니다. 작은 통제소 안의 국립공원직원에게 노고단 정상을 올라도 된다는 허락을 득하고 나무 한 그루 구경할 수 없는 민둥산 노고단 정상을 향했습니다. 폭풍 급 눈 칼바람 위력에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휘청거리고 얼굴이 따가워 앞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선글라스를 착용했기에 만분 다행이었습니다. 내가 맞은 노고단 칼바람은 소백산 칼바람의 세기와 거의 동급 수준이었습니다.

노고단 대피소 안은 시골장터를 방불케 합니다. 산타나의 오미자주랑 버팔로가 준비한 생선 횟꺼리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갑니다. 입안에 쫙쫙 달라 붙습니다.

성삼재나 시암재까지 길이 미끄러워 버스가 올라오지 못하기에 성삼재에서 가장 가까운 당동마을로 하산해야 한답니다. 성삼재에서 바래봉 오르는 길로 약간 이동하다 당동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바로 내려갑니다. 그 길은 약간 과장을 하면 수직으로 내려 꼽는다고 하면 되겠고 나 고집통은 이 길로는 처음 가보는 길입니다. 버팔로가 잠깐 방심하는 새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 바람에 깜짝 놀랐습니다. ~~.

당동마을은 지리산 중턱에 위치하였으며 남원의 지리산 온천단지 근처에 있었습니다. 노고단에서는 그렇게 눈보라가 몰아쳤었는데 이 곳은 햇볕이 쨍쨍 나 있습니다. 물론 일기예보상에서는 지리산 맑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겨울산행은 언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을 불허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하며 준비물 또한 어떠한 위험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오늘 가공산악회의 힘을 빌어 멋진 겨울 눈 산행을 하고 왔습니다. 멍석 깔아준 가공산악회 참말로 고마워요 그리고 산타나. 버팔로님 오미자주와 생선회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부탁 드려요.

  

□ 직전마을 - 피아골 산행 들머리

 

□ 표고막터 - 지금부터 지리산 진짜 산행 시작

 

□ 한겨울에 무슨 송이버섯이?

 

□ 피아골 철교

 

□ 고로쇠 수액 준비물 - 엄청나다 엄청나

 

□ 피아골 대피소 - 밥 먹기전에는 맑음, 밥 먹고 나니 눈보라 시작

 

□ 본격적으로 지리산 주능선을 향해 오르다가

 

□ 뭔가에 열중하는 고집통

 

□ 철인 거제버팔로도 산 오르는 일은 힘든 모양

 

□ 피아골 삼거리의 고집통

 

□ 피아골 삼거리에서의 산타나

 

□ 돼지령에 쌓인 눈과 고집통

 

□ 돼지령 설경

 

□ 돼지령을 가고 있는 고집통

 

□ 돼지령과 노고단 사이 설경

 

□ 설경과 잘 어울리는 현배 행님

 

□ 노고단 고개 전경

 

□ 노고단 올라가는 계단

 

□ 노고단 정상석과 돌탑

 

□ 노고단 정상에서 눈 칼바람과 사투를 벌이는 고집통

 

□ 노고단 정상의 돌탑

 

□ 노고단 대피소 전경

 

□ 노고단 대피소에서 내려오며 올려다 본 노고단 대피소

 

□ 성삼재 전경 - 스노우체인 없는 차는 여기까지 절대 못 올라옴

 

□ 성삼재의 고집통

 

□ 성삼재에서 본 시암재

 

□ 백두대간 바래봉 가는 길의 당동마을 삼거리

 

□ 당동마을에서 올려다 본 성삼재 - 피아골에서 시작하여 당동마을 까지의 산행 날머리

 

□ 당동마을에 내려 선 고집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