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1. 4. 17(당일)
▣ 어 디 를 : 산청 웅석봉(1,099 m)
▣ 누 가 : 고집통 홀로
▣ 날 씨 : 맑음
▣ 산 행 시 간 : 밤머리재(5:50)→왕재(6:45)→웅석봉(7:15)→밤머리재(8:40)
▣ 산 행 거 리 : 밤머리재→왕재→웅석봉→왕재→밤머리재(약 10.6Km)
애당초 웅석봉에 오를 마음은 없었습니다. 산청군 삼장면 홍계리의 수정농원에서 흑돼지를 방목한다는 입소문 듣고 여섯 집 계군들이 거제를 출발했습니다. 인근 대원사계곡 하늘아래 첫 동네 조개골산장의 음식 맛도 일품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그곳에도 안 갈수가 없었습니다. 산나물 비빔밥과 올갱이국이 나왔습니다. 난생 그렇게 많은 산나물로 밥을 비벼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음식의 비주얼 좋고 맛 또한 혼을 쏙 빼기에 약간 착하지 못한 가격이라도 일행들 즐거이 용서를 합니다.
세상이 많이 좁습니다. 삼성중공업에서 제법 달린다는 사람들 대원사 계곡을 누비고 있습니다. 옷맵시, 몸맵시 한가닥 하는 경만이 선두권에 달립니다. 아무리 봐도 잘난 친구입니다. 대원사 계곡의 각양각색 만발하는 꽃들과 지천에 널린 두릅이며 취나물, 쑥 등 별의별 나물거리에 아지매들 시끌벅적 난리가 났습니다.
밤머리재 아래 수정농원은 흑돼지들의 지상낙원입니다. 온산과 농원을 제 맛대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만 멀리 도망은 가지 않는 그놈들이 신통방통합니다. 우린 그 놈들 때문에 수정농원으로 찾아 들어갔습니다.
지리산의 새벽공기가 아직은 약간 쌀쌀하지만 아주 상쾌합니다. 웅석봉을 갔다 올 요령으로 조용이 길을 나섰고 농원을 벗어날 무렵 뒤서 붕붕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농원사장님께서 덕산에 일 보러 가시다 친절하게도 밤머리재까지 태워주십니다. 족히 30분을 벌었으니 새벽부터 횡재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적막강산인 밤머리재에서 웅석봉을 향해 출발합니다. 둔탁한 발자국 소리와 쌕쌕 거리는 거친 숨소리만 있을 뿐입니다. 밤머리재에서 웅석봉까지 5.3Km이기에 왕복 10.6Km를 시간당 3.5Km로 3시간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아무래도 농원에서 기다릴 일행들이 염려되어 달려야만 될 것 같았습니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헬기장에 올라서니 나무를 잘라 등산로를 막아 놓았지만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고 내리의 지곡사, 선녀탕 갈림길이 있는 왕재를 지납니다. 제법 경사각이 있는 오르막길에 올라서니 작년 여름에 혼자서 태극종주 하겠다고 수양산에서 죽기로 오르다가 저질 체력으로 딱바실계곡으로 하산하고 말았던 그 달뜨기능선과 연결되는 세갈래 길이 나오고 왼쪽으로 웅석봉이 보입니다. 그리고 헬기장입니다.
평소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정상석 양면의 곰 그림이 선명한 곰돌산 웅석봉에 올랐습니다. 나만의 우스개 퍼포먼스와 사진 찍기에 몰두하다 멀리 상봉 천왕봉과 머지않아 건너면 안 될 산이지만 꼭 건너야 할 산 장엄한 동부능선을 눈요기 합니다. 단성의 청계저수지도 눈에 들어옵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고 합니다. 반면 일찍 일어난 벌레는 정반대의 입장이 됩니다. 오늘 내 모습은 새인지 벌레인지 구분이 잘 안됩니다. 모처럼 만의 나들이에 일행들은 절절 끓는 방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홀로 낑낑거리며 산을 오르는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밥 챙긴 행복한 새 일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새 밥이 되어버린 불행한 벌레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는 마음이 더 바빠졌습니다. 뒤돌아볼 새 없이 왔던 길을 마구 달립니다. 마눌님 전화가 걸려옵니다. 기다리고 있을 일행들을 생각하며 빨리 가겠노라고 대답했지만 마음만 바쁠 뿐이지 다리는 잘 따라주지 않습니다. 다시 밤머리재에 내려섰을 때는 이미 9시가 후딱 지나버렸습니다.
서방님 좋은 것 하나라도 더 챙겨 먹이겠다고 몇 안 되는 두릅에 젓가락 탈까 싶어 애태웠다는 마눌님이 고맙습니다. 그리고 늦게 도착해도 전혀 구덩되지 않고 기다려준 일행들이 많이 고맙습니다. 허겁지겁 밥숟가락 놓자마자 지리산 둘레길 5구간을 가잡니다. 지난주에 이어 그 길을 또 살방살방 걸었습니다. 가타부타할 입장이 못 되기에 찍소리 않고 즐거이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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