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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황석과 거망 부끄럼타다 - 황석산 [1,190m], 거망산 [1,184m]

산안코 2008. 7. 13. 01:14

● 언       제: 2008. 7. 13(당일) 

● 어  디  를: 함양 황석산(1,190m), 거망산(1,184m) 

● 누       가: 고집통, 들이대(만수), 창식, 동진, 기동 

● 날       씨: 흐리고 가끔 비 

● 산행 거리: 약 14.1Km 

● 산행 시간: 7시간 50분 

● 산행 여정: 거제→유동마을→황석산성→황석산→거망샘→거망산→용추 휴양림→거제

 

5시 30분 거제 출발입니다. 새 식구도 한명 늘었습니다. 야무진 동진입니다. 

식구가 많아지면 경비에 대한 여유가 생기니까 장거리 원정 산행을 하기로 하고 황석산, 거망산 종주를 선택 했습니다. 

오래 전 황석산엔 가본적은 있지만 날씨의 도움이 없어 전혀 조망 한번 못해보고 비만 흠씬 두들겨 맞고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어떤 인연이라는 것이 항상 그런 것인가? 산과의 연도 그런 것인지 오늘도 날씨가 맑지 못합니다. 하기야 장마철 날씨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결정이 문제겠지만 말입니다. 

함양휴게소 연잎밥이 일품이라기에 그 맛 좀 보려고 했는데 새벽이어서인지 준비가 되지 않았답니다. 전통음식 청국장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했습니다. 

서상IC에서 안의읍을 거쳐 유동마을 마을회관 앞 공터에 주차(7;50)하고 산행을 시작하여 연촌마을에 들어서니 후두둑 후두둑 빗줄기가 떨어집니다. 

들이대가 얼마 전 장만한 판초 우의를 입는다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세 발자국을 뛰기 전에 다시 벗습니다. 산행중에 이런일이 몇 번 더 있었ㄱ습니다. 

연촌마을(8:00) 옆으로 난 산 들머리에 들어서니 농사가 잘 된 시골 오미자가 탐스럽게 달렸습니다.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산행은 순조롭게 시작되었고 일행 중 마지막으로 따라 올라가는데 배가 서서히 불러지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아침에 먹은 비빔밥에 청국장이 체하였나 봅니다. 상비약으로 보유하고 있던 설사약을 가지고 응급처치를 했는데 신기하게도 체한데 설사약이 효험을 보입니다. 어쨌던 황석산 정상까지 식겁을 했습니다. 앞으로는 음식욕심은 좀 버려야겠습니다. 

구름으로 인하여 조망은 전혀 되지 않지만 황석산 정상을 향해 걷고 또 걸으니 황암사와 연결되는 전망대 삼거리(9:45)를 지나고 황석산성(10:00)이 나옵니다. 

여기는 염소가 사람을 막기 위해 산성을 세웠는지 염소 천국입니다. 온 천지가 염소똥으로 칠갑을 해놓았습니다. 염소가 왜 여기에? 천미터가 넘는 이런 높은 곳에 올라와서 사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바로 위가 황석산 정상(10:10)입니다. 황석산 정상은 완전 바위들로 형성되어있어 사람의 접근을 막지만 그렇다고 가만두면 인간아 아닙니다. 밧줄로 유격훈련을 하여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준비 해놓았습니다.


 

● 연촌마을 오미자 덩쿨

    

● 황석산성 - 염소들 아지트

    

● 황석산성 - 염소똥 엄청 많음

    

● 황석산 정상

    

정상에서 기념을 남기고 거망산을 향해 출발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앞에 것보다 더 큰 황석산성이 또 나옵니다.
그리고 엄청 큰 바위가 있어 내 눈에는 두꺼비 같아 보이는데 거북바위(10:40)라고 합니다. 지금부터는 숲 길 산행입니다. 구름 속과 숲 속 산행이라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잘 되지 않습니다. 

시원 하라고 반팔 상의를 입고 산행에 임했는데 키보다 더 큰 가시나무와 각종 활엽수로 인해 팔에는 온통 영광스런 상처만 남기고 얼굴과 목덜미는 스치면서 떨어진 물 젖은 나뭇잎으로 범벅이 됩니다. 반바지에 반팔을 입고 앞서가는 들이대가 걱정스럽습니다. 

가는골과 연결되는 능선삼거리(11:20)를 지나니 거망산 우회로와 능선로가 있어 능선로를 택했는데 정상은 나오지 않고 하염없는 내리막길이 나옵니다. 

갑자기 정상을 스쳐 지나지 않았나 걱정이 됩니다. 다시 되돌아갈 수 없기에 앞으로 계속 진행을 하니 시야가 확 밝아지며 맞은편에 거망산 정상이 있습니다. 

지장골과 거망샘이 있다는 사거리(12:20)입니다. 한치 앞을 보여주지 않던 황석산과 거망산이 구름 사이로 속살을 살짝살짝 모습을 보여주고 건너편 금원산, 기백산도 조금씩 보입니다. 조금 전 능선로를 지나왔던 산 봉우리의 모습도 보였는데 봉우리가 하도 뾰쪽하기에 우리 마음대로 쫒뼡산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거망산 정상(12:25)에 도착하여 일련의 행사를 하고 소주에 통영김밥 그리고 오징어무침, 깍두기 김치가 있는 점심 만찬을 성대히 치렀습니다.

 

● 거북바위 - 두꺼비 닮았슴

    

● 가시넝쿨로 등산로가 거의 막혔슴

    

● 용추계곡 - 구름 있는 곳이 기백산임

    

● 뾰쪽한 봉우리 때문에 쫏볕산이라 이름 붙임

    

● 거망산 샘터가 있는 곳

    

● 거망산 언덕배기

    

● 거망산 정상

  

 

 한쪽 팔에 그림을 기가 차게 그린 산님 한 분이 올라옵니다. 옛날에 좀 놀다가 마음잡고 산을 좋아하기로 마음먹은 모양입니다. 통영김밥을 권하자 반가운 기색입니다. 고성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전 황석산에서 밧줄을 타고 오르다 밧줄이 바위에 닳아 끊어져 뒤로 떨어졌는데 배낭의 쿠션 때문에 천운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마음 잡고 밝은 세상을 사니까 하늘이 도와주는 모양입니다. 나도 단독산행에 갑자기 찾아오는 안전사고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산행을 해야겠습니다. 

거망산의 정상석이 너무 작고 아담하여 1천 미터급 고지의 명성에 비해 너무 작습니다. 우리 거제도의 5백 미터급에 비해 1/3 크기도 안됩니다. 

일찌감치 두 번째 목적지도 접수하였으니 하산은 가장 먼 길인 은신암, 용추 자연휴양림으로 택했습니다. 

태장골 삼거리(13:25), 은신암 입구 사거리(14:15)에서 우회전하여 내려오는 길에 은신암을 들러 보기로 했는데 아무리 내려와도 은신암은 없습니다. 내려와서 보니 은신암은 등산로에서 살짝 비켜 앉아 있었습니다. 

용추 자연휴양림(15:00)에 도착하여 뒤돌아보니 언제 구름이 있었느냐고 거망산엔 햇살이 비추고 나무와 풀들이 너무 깨끗합니다. 

사평마을(15:40)의 금원산장에 들러 갈색 찹쌀동동주와 파전으로 오늘의 무사산행을 자축하고 마음씨 좋은 산장주인에게 부탁하여 유동마을에 있는 자동차를 회수하였습니다. 

나는 항상 궁금한것이 이런 첩첩 산중의 파전에도 왜 오징어가 들어가는지 아직도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어김없이 오징어 다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안의읍에서 목욕하고 광풍루 옆 삼일식당의 갈비찜이 좋다고 하니 거기에 들러 소주한잔 곁들이고 거제도에 돌아오니 저녁 9시가 되었습니다. 

허구헌날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 은신암 입구 사거리 - 하산길

    

●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찍은 작품사진

    

● 찹쌀 막걸리 - 파전 나오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