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1. 6. 06 (당일)
□ 어 디 를 : 금남호남정맥 2구간(수분재~신광재)-팔공산, 시루봉
□ 누 가 : 고고(종근), 감자바우(후종), 산타나(만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10시간 30분(2구간: 10시간 30분)
1일차 수분재(7:30)→신광재(18:00) 10시간 30분
접근거리 : 신광재(18:00)→중리(18:40) 40분
□ 정맥 산행거리 : 17.8Km (2구간: 17.8Km)
1일차: 17.8Km, 신광재 접근거리: 2Km, 데미샘 왕복거리: 1.6Km
□ 총 산행거리 : 수분재→신무산→차고개→팔공산→서구리재→데미샘갈림길→오계재→삿갓봉→망바위→홍두깨재→시루봉→신광재→중리(약 21.4Km)
또 다른 길을 물어보기로 하였습니다. 금남호남정맥을 타고 호남정맥까지 가는 길입니다. 현충일! 나라를 위해 아낌없이 한 몸 바쳐 산화하신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조신하게 집에 있어야하나 그렇다고 하릴없이 그냥 퍼질러 있었어야 되겠습니까? 사흘 황금연휴 마지막 날이며 금남호남 정맥길을 종주키로 의기투합한 이래 처음으로 정맥길을 나서는 날입니다. 나 고집통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지난 5월초 내가 근속휴가 중일 때 첫 구간을 이미 다녀왔기에 이번이 두 번째 구간이 되겠습니다.
금남호남정맥은 전북 장수의 장안산(1,237m)에서 서북으로 뻗어 무주의 주화산(600m)까지 약 65km에 이르는 옛 산줄기의 이름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한반도 13정맥의 하나로 백두대간(白頭大幹) 영취산에서 갈라져 금남정맥(錦南正脈)과 호남정맥(湖南正脈)으로 이어주는 산줄기입니다. 또 이 산줄기의 팔공산 서사면에서 발원하는 천천(天川)이 북류하여 금강을 이루고, 남사면에서 발원하는 오원천(烏院川)이 섬진강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섯 명이 함께 하기로 하였으나 낼 모레 브라질 갈 기동을 제외하고 네 명이 거제(5:00)를 출발하여 전북 장수의 수분재에 도착하였습니다. 수분재는 아마도 금강과 섬진강이 양분되어 나눠진다고 그래서 이름 붙여진 듯 합니다.
산타나가 좋아하는 단체사진 한 장 남기고 서둘러 수분재를 출발(7:30)하여 신무산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어째 길이 처음부터 수상합니다. 산길로 접어들어야만 정맥길이 시작되는데 자꾸 오미자 밭으로 들어갑니다. 조금 전 논두렁으로 가라는 방향표시를 무시하고 올라간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오미자 밭에서 무작정 산비탈로 치고 올라가니 선명한 정맥길이 나타납니다.
앞선 세 사람은 일사천리로 달리는데 백두대간 하면서 제법 산 꽤나 탔다는 고집통은 뒤에서 삘삘 거립니다. 여태까지 난 얼굴에 땀구멍 없는 줄 알았는데 나도 땀구멍 있다는 것을 새삼 알았고 오늘 아침부터 제대로 땀 한번 빼봅니다. 한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뿡뿡거리며 풍기는 냄새 또한 지독하여 지금 내가 뭘 해야 돈줄을 알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자연 속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뒤가 편하니 신무산(8:45) 가는 길의 발걸음이 날아갈듯이 가벼워졌습니다.
각종 과실수를 위함인지 아니면 소, 돼지에게 경청을 시키는지 몰라도 신무산에서부터 차고개를 거쳐 팔공산을 지날 때까지 인근의 농장에서 라디오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소음수준으로 들려옵니다.
지금은 차고개(9:15)이지만 옛날에는 자고개라고도 했다는 고개에는 『그리운 농장』간판과 『대성고원』이라는 표지석이 우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기록을 중요시하는 산타나의 모델이 한 번 더 되어줍니다. 그리고 후삼국시대 견훤이 곡식을 쌓아두었다는 함미성에 도달하게 됩니다. 오늘 산행의 최 우두머리 봉우리인 팔공산 오르기에서 또 한 번 얼굴에 땀범벅을 합니다. 이마를 시작한 땀방울이 눈으로 타고 들어 따가운 눈물로 흘러내립니다. 팔공산(10:45)도 엄청난 송신탑과 흉물스런 건축물들로 인해 안타깝게도 여타 산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을 뺏겼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들의 안전한 정맥종주를 위해 호남정맥을 관장하는 산신령님께 막걸리 한잔을 바쳤습니다만 어째 찜찜합니다. 하늘 신, 땅 신, 바다 신 이렇게 세 번 무릎을 꿇었어야 했었는데 깜빡 잊고 두 번만 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차수에 별도로 한 번 더 깍듯이 모셔야겠습니다.
인근의 헬기장에서는 장수읍 전체가 시원스럽게 조망됩니다. 서구리재 삼거리는 약간의 혼선은 있을 수 있겠으나 오른쪽 방향은 서구리재의 차도에 올라설 수 있으며 왼쪽 방향으로 가면 동물 이동 통로위로 지나갈 수 있기에 어느 길로 가나 서구리재(11:55)를 넘어서기는 매 한가집니다.
기왕이면 데미샘터 근처에서 라면 끓여서 점심식사를 하기로하고 다시 한 번 고도를 바짝 올립니다. 산나물 철이 지났건만 진안에서 왔다는 아지매 한분이 산나물을 채취하고 있습니다. 데미라함은 전라도 사투리로 더미이고 봉우리를 그렇게 칭한다고 합니다. 바로 데미샘 삼거리(12:50)가 나옵니다. 지도상엔 분명 여기가 아니나 정황으로 봐서는 틀림없이 여기가 천상데미인것 같습니다. 데미샘까지 760m의 이정표에 종근, 후종은 가기를 포기하고 호기심 많은 산타나와 고집통은 기어코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섬진강의 발원지라는 샘터 자체의 네임밸류도 있고 식수 또한 조금 채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물통 2개 달랑 들고 출발합니다. 당연 이 근방일 것이라 생각하고 출발한 자체가 큰 오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그냥 내리꽂는다는 표현이 아주 적절한 경사길입니다. 아무리 내려가도 샘터는 나오지 않고 지금 와서 돌아서기엔 이미 늦어버렸고 다시 올라 갈일은 더 꿈만 같습니다. 데미샘(13:05)은 계곡의 끝자락에 있었으며 생각보다 물은 차가웠으나 고인 물이기에 식수로 사용하기에는 어쩐지 께름칙하여 물 뜨기를 포기했습니다. 생각도 못했던 고바위길을 내 호기심으로 인해 보너스로 얻었습니다. 처음에는 힘을 내어 팍팍 쳐 올라가다 갑자기 왼쪽 장딴지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장딴지 근육이 순간 경련을 일으키며 따끔한 고통을 안겨줍니다. 반갑지 않은 손님인 쥐라는 놈이 찾아왔습니다. 이후로는 보폭 간격을 줄여 짜작짜작 걷는 형국으로 전환하여 최대한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하였습니다. 천상데미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내 키보다 훨씬 크게 자라버린 산죽 밭을 걸어 내려가니 오계재(14:48)가 나옵니다.
오계재에서 올려다보는 삿갓봉 전망대까지의 경사가 엄청납니다. 경사각 80도는 족히 됨직해 보이며 가끔 로프구간도 나타납니다. 깎아지른 바위 위에 지어진 팔각전망대(15:10)가 안식처를 제공해주고 거기서 바라보는 지나온 마루금이 가마득하게 보입니다. 바로 위에는 삿갓봉(15:40) 정상이 있고 망바위(15:55)를 지나면서 아직까지 우리가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음을 새삼 알고 발걸음 속도를 조금 더 내기로 하였습니다. 다듬이 방망이를 홍두깨라 한다는데 어찌 홍두깨재(16:25)가 이 산중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여기서 시루봉까지의 사면길 또한 만만찮은 경사와 높이입니다. 덕태산 삼거리에서 잠깐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소유한 지도에서는 분명 인근의 시루봉을 거쳐야 신광재로 하산할 수 있는데 시루봉 약 100m 전에 신광재로 하산하는 정맥꾼들의 시그널이 너무 많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또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무조건 시루봉(17:10)을 찾아 올라갑니다. 여긴 삿갓봉보다 조망이 더 좋습니다.
신광재로 하산하는 길에는 과연 이 길이 호남정맥이 맞는지 의구심이 생길정도로 낙엽이 많이 쌓여있습니다만 신광재가 도망가지 않는 한 어차피 내려가면 만날 것 같아 무조건 방향을 아래로 잡았습니다. 가끔 산행기에서 읽었던 고랭지 채소밭(17:45)이 나오고 오늘 최종 목적지인 신광재(18:00)에 내려섬으로써 백두대간에 이어 금남호남정맥이라는 새로운 대장정을 또 시작하였습니다.
주위 채소밭에서 농약을 치고 계시는 농부님께 장수읍에 갈수 있는 방법을 여쭈니 택시를 부르면 금방 올 것이랍니다. 첩첩산중 오지라 KT라는 놈은 불통이고 그나마 왔다 갔다 하지만 SK는 신호가 약간 잡힙니다. 천천개인택시 최경모사장님(011-658-4022)과 통화는 되었지만 신광재의 울퉁불퉁 팬 비포장도로는 택시가 올라올 수 있는 길은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중리마을(18:40)까지 비포장 길을 걸어 따라 내려가니 마을 어귀 포장도로의 시작점에 택시가 막 도착합니다. 택시사장님 너무 친절하여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장수읍의 『행복한 농부』라는 으뜸식당에 일행들을 내려놓고 나를 수분재까지 태워주는데 2만5천원을 청구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택시비에 친절비용을 보태 5만원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협정가 이상은 상도덕을 벗어나는 것 같아 참았습니다.
처음으로 걸어 보는 금남호남정맥길 내내 과연 내가 새로운 이 정맥길을 잘 갈수 있을지 그 길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건전한 정신, 부단한 노력과 더불어 꾸준히 체력단련 하여 건강을 잘 유지한다면 허락하겠노라고 새 길이 내게 답 했습니다.
'백두산·백두대간·정맥 > 금남호남정맥[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남호남정맥 - 졸업]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0) | 2011.07.30 |
---|---|
[금남호남정맥 - 4] 금남과 호남정맥 갈림길에 서다 (0) | 2011.07.25 |
[금남호남정맥 - 3] 첫 정맥길을 허락받다 (0) | 2011.07.18 |
[금남호남정맥 - 2] 아이고 덥다 (0) | 2011.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