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금남호남정맥[완]

[금남호남정맥 - 2] 아이고 덥다

산안코 2011. 7. 3. 20:39

□ 언            제 : 2011. 7. 02 (당일)
□ 어    디     를 : 금남호남정맥 3구간(신광재~강정골재)-성수산, 마이산
□ 누            가 : 후종(감자바우), 동수(만리향)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20시간 30분(3구간: 10시간 00분)
                         2일차 신광재(8:10)→강정골재(18:10) 10시간 00분
□ 정맥 산행거리 : 32.6Km(3구간: 14.8Km)
                         2일차 : 14.8Km, 알바거리: 2Km
□ 총    산행거리 : 신광재→성수산→ 30번국도→숫마이봉→은수사→탑사→봉두봉→삿갓봉→강정골재(약 16.8Km)
  
태풍 메아리가 예정된 금남호남정맥 두 번째 행차 길을 막아섰습니다. 천심을 거역하면 어찌되는지 삼척동자도 다 아는 법이니 순순히 1주 연기시켰습니다. 지루하게 내리던 장맛비가 말 잘 듣는 우릴 위해 비 내리기를 하루 비워준답니다.
금요일 오후 호정추위원장 산타나에게서 갑작스런 시골 친구의 죽음으로 춘천을 가야한다는 연락이 옵니다. 이번 행차는 동수, 후종, 나 고집통 세 명이 되었습니다.
강정골재 폐차장 앞 공터에서 전날 연락한 진안 개인택시 이경호기사님(011-651-0048)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강정골재 모텔단지 앞에서 기다리신답니다. 그곳이 정맥길과 연결되는 장소였습니다.
백운면을 지나 비포장 길을 따라 덜커덩 거리며 신광재까지 택시가 올라갈 수 있어 25,000원에 접근 거리 30분을 벌었습니다. 지난번 천천면 중리로 하산할 때는 신광재(8:30)가 이렇게 높은 곳인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해발 750m의 고랭지채소밭에는 무, 감자 순이 3주전에 비해 부쩍 자라있습니다.

  

□ 신광재 - 금남호남정맥 두 번째 3구간 산행 들머리

 

□ 고랭지 채소밭 전기울타리에 리본들이

 

  

채소밭주위는 사람 때문인지 짐승 때문인지는 몰라도 전기울타리가 있어 조심조심 산 능선을 타고 올라야 합니다. 아직 울타리 전기 맛을 본적이 없어 얼마나 따끔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설마 사람 잡자고 설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성수산을 오르는 길은 장마철 훅 자란 잡초들로 인하여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밤새 내린 이슬로 인하여 바짓가랑이가 흠뻑 젖습니다. 뒤따르는 나는 괜찮지만 앞서가는 후종, 동수는 신발 속으로 물이 들어 양말까지 젖었답니다.
산상화원이 펼쳐있습니다. 구절초가 바탕을 깔고 가끔 원추리, 엉겅퀴 꽃이 구도를 잡습니다. 더덕과 두릅나무가 지천에 널린 것으로 보아 누군가의 손길로 경작된 것 같아 그냥 둡니다. 성수산(9:13)은 행정구역상 진안군으로 추정됩니다만 그 흔한 이정목 하나 없는 것으로 보아 군에서 투자한 것이라고는 쥐뿔도 없습니다. 지역의 천일상호신용금고에서 스테인리스로 정상임을 표시해 놓았으나 글자가 많이 지워져 그다지 아름답지 못합니다. 또 있습니다. 진안문화원에서 조그마한 헝겊 쪼가리에 깨알 같은 글씨로 성수산 정상임을 표시해 놓았습니다. 1,000m가 넘는 이 정도의 산은 약간만 갈고 닦는다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겠는데 멀쩡한 산 후벼 파서 채소밭 만들기에만 여념이 없습니다.

  

□ 성수산의 구절초

 

□ 성수산 의 더덕

 

□ 성수산의 원추리

   
복지봉(9:54)을 지날 즈음 안개 사이로 가끔 햇살이 빠져 나오는 양이 오늘 어느 정도 고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 멀리 어슴푸레 마이산의 두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말의 귀를 닮아 마이산이라고 한다는데 참 요상하게도 생겼습니다. 벌목지역을 지나고 옥산동고개(밀재, 11:24)에 내려섰을 때는 엄청난 땡볕이 내리쬡니다. 옥산동 농부 아저씨는 밭에 비료를 뿌리며 힘들게 일하시는데 산행한답시고 돌아다니는 내 꼬락서니가 무안하여 『인삼 하시려나 보지요』하며 슬쩍 말을 붙여보니 예상외로 말을 잘 받아주십니다. 『콩 심을 겁니다』.
500봉을 넘고 1차선 비포장 길의 여꾸실재(12:11)를 통과하고 눈앞에 보이는 마이산을 얼른 가보고 싶지만 찌는 듯한 무더위로 인한 탈진으로 마음뿐입니다. 이럴 때는 바람마저도 잠들어 버렸습니다.

  

□ 성수산 정상의 고집통

 

□ 성수산의 엉겅퀴

 

□ 복지봉 - 봉우리 이름 지도에 없음

 

□ 성수산의 고사리

 

□ 775봉에서 본 마이산

 

□ 성수산의 뭘까?

 

□ 오디에 열중하는 후종, 동수

  

□ 460봉에서 본 마이산

 

□ 30번 국도에서의 고집통 - 밭을 지나가야 됨

   

30번국도(13:44)에서부터는 숫마이봉(동봉)까지의 오름길은 완전히 한 여름날의 땡칠이를 만들어 버립니다. 진행방향에서 바라보는 숫마이봉(14:30)은 코끼리 코를 꼭 빼 닮았습니다. 선사시대 그 누군가가 콘크리트를 비벼가지고 쌓아올렸는지 신기하기도 합니다. 숫마이봉에서는 뭔지 몰라도 영험이 있을 것 같아 약간의 바램을 가지고 손으로 그 콘크리트를 막 비벼보았습니다. 은수사(14:50)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암마이봉 바로 아래 처사 이용갑선생이 지극정성으로 쌓아 올렸다는 돌탑이 유명한 탑사(15:05)에 내려갑니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우리는 인근상가에서 동동주와 파전 챙기기에 바빴습니다.

  

□ 숫마이봉 아래 전망 좋은 곳

 

□ 솟마이봉에게 뭔가를 갈구하는 고집통 손

 

□ 은수사에서의 고집통

 

□ 탑사 전경

   
약간의 취기가 올랐을 무렵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세 번째 구간 종료를 위해 발길을 계곡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어디서 잘못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틀림없이 암마이봉을 통해 봉두봉으로 가야 하는데 우린 지금 시멘트길 로 걷고 있습니다. 통영 나이트클럽에 1,000% 부킹된다는 후종이 얘기 듣기에 열중한다고 등로길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걸었나 봅니다. 내 생각에는 상가 근처의 암마이봉으로 오르는 들머리를 놓쳐버렸고 약 1Km 아래의 봉두봉 이정표를 만나 올랐으니 예기치 못한 알바를 약 2Km정도 하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맥길에서 봉우리를 놓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노릇이기에 산을 한 바퀴 휘돌아 제2쉼터(16:15)를 지나 헬기장이 있는 봉두봉(16:43) 정상을 찍고 다시 제2쉼터(16:50)를 되돌아 삿갓봉과 광대봉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산님 한분이 벤치에서 쉬고 있어 『여기 지역 분이십니까? 』 내 물음에 그렇답니다. 『강정골재로 가는 길 좀 알려 주십시오』 앞으로 쭉 가면 된다는 말을 듣고 보니 조금 전 길을 잘못 들어 올라올 때는 보지 못했던 길이 이제는 눈에 쏙 들어옵니다.

  

□ 봉두봉 정상에서의 고집통

 

□ 삿갓봉 바위 전망대에서 본 마이산

 

□ 삿갓봉 정상에서 마이산을 뒤로하고 선 고집통

 
   
전국에 삿갓봉은 개수가 얼마나 있을까요? 어느 지역이든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 삿갓봉(17:01)에서 뒤돌아보는 마이산의 뒤태 또한 장관입니다. 지금부터는 그냥 산길입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없어 산죽과 가시넝쿨이 무성하게 우거져 얼굴이며 손등을 할퀴어 따끔따끔합니다. 물론 발아래 사정은 더 형편없습니다. 장수-익산간 고속도로 터널 위쯤이라 생각되는 위치에서 넘어져 있는 나무를 무심코 넘는 순간 오른쪽 정강이 촛대뼈에 엄청난 고통이 밀려옵니다. 이 고통 이 괴로움을 누가 알까요? 넘어져있는 나무의 옹이가 내 촛대뼈를 약 5Cm 가량 좍 찢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정강이에 약을 발라주던 마눌님은 밤새 꿈자리가 뒤숭숭 하더니만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라 합니다. 허기사 큰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이처럼 햇볕은 내리쬐지요. 바람은 한 점 없지요. 약간의 알코올은 섭취했지요. 가시넝쿨은 인정사정없지요. 정강이는 피가 줄줄 흐르지요. 오늘 하루 아이고 덥습니다 무척 더워요.

  

□ 익산 - 장수간 고속도로

 

□ 잘 익은 벚찌

 

□ 26번 국도- 강정골재 (할인동치)

 

□ 강정골재 - 금남호남정맥 두 번째 3구간 산행 날머리

    

뻥 뚫린 26번 국도의 강정골재(할인동치, 18:07)에 내려섬으로써 금남호남정맥 3구간을 완성했습니다. 신기하면서도 멋있는 마이산을 앞으로 보고 또 뒤돌아보며 온종일 걸었습니다.
진안의 향토음식이 애저탕이고 진안관에서 맛볼 수 있다는 택시기사님의 조언에 따라 찾아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애기돼지에 대한 선입견과 약간 덜 착한 가격이 못마땅하지만 입안의 느낌과 맛은 과히 일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