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1. 7. 23 (당일)
□ 어 디 를 : 금남호남정맥 4구간(강정골재~조약봉)–부귀산, 주화산
□ 누 가 : 후종(감자바우), 동수(만리향), 만수(산타나) 그리고 나(고집통)
□ 날 씨 : 흐리고 게릴라성 소나기
□ 정맥 산행시간: 36시간 0분(4구간: 8시간 0분)
4일차 강정골재(8:10)→조약봉(16:30) 8시간 0분
접근거리 조약봉(16:50)→모래재(17:10) 20분
□ 정맥 산행거리 : 65.5Km (4구간: 14.7Km)
4일차 : 14.7Km, 근거리: 1Km
□ 총 산행거리 : 강정골재→부귀산→오룡동국도→주화산 조약봉→모래재(약 15.7Km)
7월은 연속으로 3주째 금남호남정맥을 달리게 되었습니다. 3구간, 1구간 땜빵 그리고 오늘 4구간 졸업까지 입니다. 무진장 일대 지리가 이젠 대충 눈에 들어옵니다. 어제아레 금남호남정맥을 시작하겠다 고하고 돌아서자마자 졸업하는 날입니다.
강정골재 도착하고 보니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아 모래재에 삼철이를 모셔두고 마령택시(18,000 원)를 이용하여 강정골재로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택시기사님을 통해 이곳 진안군의 군수님 행정 상황을 알아보니 몇 번 와보지 않은 내가 느낀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자기들 손으로 투표하여 뽑았으니 어쩔 도리가 없는 노릇입니다.
강정골재(8:10) 역시 진안 땅이어서인지 이정표라고는 구경할 수 없어 정맥길 올라서기가 아주 난해합니다. 약간의 헤맴이 있은 후에 모텔단지 진입로를 따르다 왼쪽 임도방향으로 살짝 붙습니다. 무성한 수풀은 밤새 내린 빗물을 머금고 있어 헤쳐 들어가니 출발함과 동시에 신발과 바짓가랑이가 형편없이 젖어 버립니다. 가로등까지 준비된 전망대(8:23) 규모는 웅장하기까지 합니다만 누구도 올 것 같지 않은 그런 장소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약간의 내리막이 있은 후에 시멘트 임도가 나타나고 또 정맥길 오르는 지점을 놓쳐 찾을 수가 없습니다. 마침 민가가 있고 할아버지 한분이 있어 부귀산 오르는 길을 여쭤보니 과수원 옆길로 가다 파란물통이 있는 지점에서 철조망 뒤로 오르면 된다고 합니다. 선답자의 산행기에는 부귀산 오르다 뒤돌아 조망하는 마이산 전경이 일품이라고 했는데 오늘은 마이산이 구름 속에 갇혀 아쉽습니다.
정맥길 우측으로 산양산삼 재배지라며 무단 출입 시 7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벌금을 매긴다며 협박해놓은 문구가 여러 곳에 보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철조망 안쪽으로 산삼이 보입니다. 산양산삼은 장뇌삼이라고도 하고 인삼의 씨앗을 야산에 뿌려 야생으로 키우는 것을 말하며 효능은 자연 산삼과 거의 유사하지만 가격은 1/10 수준이랍니다.
부귀산(10:08) 정상에 올랐습니다. 지척엔 전망 좋은 멋진 장소도 있습니다. 펼쳐진 호남정맥과 골짜기들이 내려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한눈에 명당자리라 생각됩니다. 정상과 전망대에는 먼저 가신 어르신들이 오래전 누워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잠깐의 휴식후 바위지대가 나타나고 로프를 따라 약간 내려서니 오리지널 바위 전망대가 나타납니다.
부귀산을 오를 때는 아주 완만한 길이었으나 내려가는 길은 엄청 가파른 길입니다. 아주 조심을 요하는 그런 길입니다.
한참 가다 쉬고 또 가다 쉬기를 여러 번. 우무실재와 질매재를 나도 모르게 지나쳐 버렸습니다. 당연히 이정표가 없으니 어디가 어딘지 모르니까요. 진안군 홈페이지 문화관광 사이트에 들어가 부귀산 등산로를 클릭해 보았습니다. 이런 젠장 맞을 입니다. 어디가 정상인지 등산로가 어디인지 알아보지도 못할 그런 지도를 그려놓았으니 당연이 산길은 형편 없을 수 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무너진 산성터(13:03)도 정맥길 옆에 있으나 전혀 손길이 가지 않은 채 그냥 방치되어 있습니다. 진안군 공무원들은 일이 너무 바쁜 모양입니다.
26번 국도는 강정골재를 통해 오룡동고개(13:15)도 지나갑니다. 쏜살같이 달리는 차량들을 피해 잽싸게 국도 차선 중앙분리대를 뛰어 넘었습니다. 또 정맥길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숲속을 헤치고 나가니 또 한 번 바짓가랑이가 흠씬 젖습니다. 점심식사를 위해 적당한 자리를 물색해 보지만 바람 한 점 없는 산중에서의 식사는 상상하기가 싫어 그냥 능선 제일 꼭대기에 무조건 올라가기로 하였습니다.
어렵사리 자리를 잡고 음식물을 끄집어내는데 어째 하늘이 이상해집니다. 지나가는 소나기가 때맞추어 매정스럽게 한꺼번에 내리붓습니다. 산중에 비 쫄딱 맞으며 소주에 빗물 타서 마시고 안주로 족발 씹는 이 기분을 누가 알까요? 처량하면서도 그냥 깜빡 죽입니다.
630봉(15:10)이라면 거제도 최고봉 가라산보다 약간 높은 높이이거늘 막 배를 채우고 치고 오르니 숨이 턱 끝에 차고 뒤통수엔 땀방울이 주룩주룩 흘러내립니다. 만약 오룡동고개에서 식사를 하고 올라왔으면 아마도 숨이 꼴까닥 넘어갔을 겁니다.
정맥길 좌측편 나뭇잎사이로 얼핏 모래재 휴게소가 보이고 내 삼철이가 보입니다. 아마도 조약봉 근처에까지 거의 도달했는가 봅니다. 세봉 임도의 기념비(16:23)를 지나 금남호남정맥의 종착지 이고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의 분기점인 주화산 조약봉(16:28)에 도착하였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면 다들 비 는날 생고생하며 산행을 했구나 하겠지만 굳이 약간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남한 땅 9정맥 중 한 개의 정맥을 완성하였으니 나름 뜻있는 산행을 한 것입니다.
아껴둔 막걸리로 세 갈래 정맥길 마다 고수레 퍼포먼스와 금남호남정맥 단기졸업을 기념하는 사진을 남기고 약간의 휴식을 취하는데 충청남도를 가로지르는 금남정맥 방향에서 산님 한분이 땀범벅인 채 올라오십니다. 오늘로써 백두대간과 7정맥을 홀로 끝냈다는 성남에서 오신 KT 올레 신재준 팀장님이십니다.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이내 모래재휴게소(17:10)에 내려서게 되고 휴게소 화장실에서 땀을 씻어내고 신팀장님을 진안 버스 터미널에 내려주고 오늘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모래재 휴게소 화장실에 적힌 문구가 사람을 웃겨줍니다. 『선생님의 총은 권총입니다 한걸음 앞으로』 『당신의 총은 장총이 아닙니다 한걸음 앞으로』. 우리네 총은 거의 권총이 맞을 겁니다. 아마도 일부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오늘의 진안 맛집은 금복회관 동자개(빠가사리) 매운탕입니다. 푸짐한 시래기 인심이 하루의 피로를 깨끗이 가시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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