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1. 7. 16 (당일)
□ 어 디 를 : 금남호남정맥 1구간(영취산~수분재)–영취산, 장안산, 사두봉
□ 누 가 : 고집통 홀로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28시간 20분(1구간: 7시간 50분)
3일차 영취산(8:30)→수분재(16:20) 7시간 50분
접근거리 무령재(8:15)→영취산(8:30) 15분
□ 정맥 산행거리 : 50.8Km (1구간: 18.2Km)
3일차: 18.2Km, 접근거리: 0.4Km
□ 총 산행거리 : 무령재→영취산→무령재→장안산→밀목재→사두봉→바구니봉재→당재→수분재(약 18.6Km)
대한민국의 등줄기를 타고 장대하게 펼쳐진 백두대간을 지난 6월 벅찬 감동으로 졸업하였습니다. 이것으로 만족한다면 2년 반을 쓸데없는 짓하며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되기에 남한 땅 9정맥을 연속해서 잇기로 하였습니다. 산경표에 따르면 정맥은 산맥을 크기에 따라 위계를 나누었을 때 가장 작은 단위이며 남한 땅 9정맥이라 함은 백두대간에서 갈비뼈처럼 전국으로 갈라진 산줄기들로써 낙동정맥, 낙남정맥, 금남호남정맥, 호남정맥, 금남정맥. 한남금북정맥, 금북정맥, 한남정맥, 한북정맥이고 총 길이 2,321.4Km나 됩니다.
이 중 거제에서 접근성이 용이하면서 가장 구간이 짧은 70.7Km의 금남호남정맥을 네 구간으로 나뉘어 종주키로 확정하고 이미 2, 3구간의 수분재에서 강정골재까지는 완료하였으나 정작 첫 구간에 발걸음을 주지 못해 정맥을 시작하겠다는 인사를 백두대간님께 고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설악산 중청대피소 예약불발로 설악산 행을 접고 금남호남정맥 첫 구간인 영취산에 올라 본격적인 정맥길 시작을 고하고 내 발길 받아 달라고 허락을 받기로 했습니다. 산타나도 개인사정으로 빼먹은 세 번째 구간 땜빵을 위해 전북 장수로 동행 했습니다.
천천면 중리마을 신광재 입구에 산타나를 내려놓고 고집통은 무령고개로 내달렸습니다. 무령고개 주차장은 2009년 대간길 걷다 하룻밤을 머문 적이 있습니다. 그 해 3월의 추위는 무척이나 추웠습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비박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질듯이 초롱초롱한 별을 헤아리며 대간 종주의 꿈을 꾸었던 곳입니다.
이른 아침 무령고개(8:13)는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주차장을 기준으로 동물 이동 통로 터널 오른쪽은 장안산 오르는 길이요 왼쪽 벽계쉼터 방향은 영취산 정상을 오르는 길입니다. 벽계쉼터를 스쳐 잘 짜인 나무계단을 따라 약간 오르니 돌탑과 정상석이 있는 영취산 정상(8:30)에 올라섭니다. 바닥의 잘 생긴 돌멩이 하나 집어 합장하고 돌탑 위에 올려봅니다. 아름다운 정맥길 활짝 열어주시고 언제가 될지 몰라도 끝나는 그날까지 안전산행을 지켜 달라는 허락을 구했습니다. 오고 가는 것은 너 자유요 안전산행 그것 또한 너 하기 나름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들이 당연이 내 일이지요.
안개 자욱하여 조망이 없어 출발을 알리는 사진 몇 장 남기고 무령고개(8:45)로 내려갑니다. 곧바로 맞은편 팔각정 전망대까지 올랐지만 그다지 전망할만한 경치가 나오지 않습니다. 무명샘터(9:12)가 있으나 아직 목마르지 않아 물에 손을 적셔보니 제법 찹찹합니다.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길들이 이어지고 억새풀 무성한 능선을 지나고 헬기장이 있는 장안산(9:50)에 올라섭니다. 높이 1,237m의 장안산은 1986년에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인근에는 덕산용소와 방화동, 지지계곡 지구로 나뉘어져 있고 특히 또 하나의 비경은 산등에서 동쪽능선으로 등산로를 따라 펼쳐진 광활한 억새밭이고 흐드러지게 핀 억새밭에 만추의 바람이 불면 온 산 능선이 하얀 억새의 파도로 춤추는 듯 한 풍경은 장관을 이뤄 뭇 등산객들을 잠 못 들게 만든답니다.
오늘부로 장마가 끝나며 남부지방에 불볕더위가 몰려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습니다. 한낮의 찜통더위로 인해 숨이 턱턱 막혀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이번구간은 그다지 힘들지 않은 완만한 육산이기에 그냥 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밀목재 바로 위 나무벤치(12:57)에 앉아 생탁 한 병과 약간의 회꺼리로 고집통 홀로만의 만찬을 벌였습니다.
밀목재(13:24)에서 742번 지방도를 따라 좌측으로 약간 이동하니 수몰민 이주단지가 나옵니다. 이주단지 한가운데로 지나가는데 아주머니 한분이 남새밭 파밭에서 풀을 매고 있습니다. 산행 이후 처음으로 보는 사람입니다. 인사 말씀 나누고 『이곳은 살기가 어떻습니까? 』라고 물어보니 아주 살기 좋은 고장이랍니다. 『노년에 이곳으로 이사 올까요? 』 오랍니다. 『여기서는 무얼 해먹고 삽니까? 』오미자, 고사리, 인삼들을 한답니다. 『나중에 찾아 봬도 되지요? 』그러랍니다. 『수고 하십시오 』인사말을 남기고 동네 뒷동산으로 오릅니다.
아주 잘 만들어 놓은 패러글라이딩 논개 활공장(13:43)이 나옵니다. 나중에 날기 좋아하는 아들래미에게 추천 해야겠습니다. 멀리 장수읍이 한눈에 쏙 들어옵니다. 팔공산도 조망됩니다.
사두봉(14:26)의 정상도 표시가 선명하지 못하며 먼저 지나간 정맥꾼들께서 마음대로 휘갈겨놓은 산 이름들이 있으나 선명하지는 못합니다. 바로 뒤에 돌탑 2기도 쌓여 있습니다. 완만한 길을 또 그냥 그렇게 갑니다. 이번 산행은 오르내리막이 없어 아주 편안합니다.
지난달 사무실 앞자리 정대리께서 다녀오셨다던 방화동 자연휴양림 이정표가 보입니다. 나하고 아무 관계도 없는데 그 이정표가 이유 없이 반갑습니다. 바구니봉재는 어디인지 모르고 지나쳐 버렸고 제법 넓은 임도를 만났는데 아마도 당재(15:50)일 것이라 추측됩니다. 그곳에는 금남호남정맥을 너무너무 사랑하여 그곳에 잠든 전주 모악산악회의 오병윤님을 기리는 추모비석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쉽게 갈려면 당재에서 임도를 따라 수분재로 하산하면 되겠지만 옳은 정맥길을 종주할라치면 비석 곁을 통과해야하며 우거진 숲을 헤치고 나지막한 봉우리 한 개를 더 넘어야 합니다.
수분재가 있는 19번 국도에 드디어 내려섰습니다. 지난번에 보지 못한 수분재휴게소(16:20) 옆 수분령 표지석과 황소형상의 조형물 앞에 도착하여 금남호남정맥 첫 구간 산행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장수개인택시 유형순기사님(018-789-2883)께 부탁하여 수분재에서 무령재까지 3만원에 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내가 느낀 바로는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지역 택시기사님들은 우리 거제와는 달리 참 친절하신 분들입니다.
산타나에게서 세 번째 구간 땜빵 끝났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강정골재에 픽업하러 갈 것이니까 꼼짝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인터넷상 벚꽃마을 가든이 진안 맛집으로 소개되어 있어 내비에게 물어보니 마이산 남부주차장 쪽 상가에 있습니다. 길을 막고 입장료를 내랍니다. 『식당에 밥 먹으러 갑니다』고 했지만 자기들은 식당과 아무런 상관없으니 밥 먹으러 가더라도 입장료를 내야 한답니다. 거제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니 통과시켜줍니다. 맛 참신하고 가격 착해 억지로 찾아 들어 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주 토요일에 금남호남정맥 마지막 구간을 산행키로 계획하였으니 금남호남정맥은 시작하자마자 금방 끝내게 됩니다. 정맥 최단거리인 금남호남정맥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새로운 정맥길을 찾아 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산 타는 즐거움을 쭉 이어 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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