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백두대간[완]

[백두대간 - 졸업] 꿈길 속 행복했었다

산안코 2011. 6. 29. 08:20

◈ 언                제 : 2009. 1. 17 ~ 2011. 6. 17 (2년 6개월)

◈ 어      디       를 : 백두대간(지리산 천왕봉~진부령): 북진

◈ 누                가 : 고집통

◈ 산행 시간 / 거리 : 364시간 / 735Km

     

◈ 백두대간 구간 별 거리 및 시간표

 

◈ 백두대간 지도 1

 

◈ 백두대간 지도 2

 

◈ 백두대간 지도 3

         

◈ 백두대간 지도 4

천지를 몰랐다는 표현이 딱 알맞을 것 같습니다. 쉬운 말로 ()인지 된장인지 구분하지 못했다고 하면 되겠습니다. 누가 하라고 떠밀지 않았었고 달콤하게 유혹을 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구나 전문 산 꾼도 아니었습니다. 말이 안 되게 무모한줄 알면서 그 이름조차도 생소한 백두대간에 도전장을 감히 내밀었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한 이래 2년 6개월이라는 세월과 함께하며 천신만고 끝에 백두대간의 끝자락 진부령에 내가 섰습니다. 사람들은 대단하다고들 말하지만 결코 대단한 일도 엄청난 일도 아닌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단지 도전하려는 마음을 결정하기까지가 무지 어려울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내 인생에 획을 긋는 잊지 못할 업적을 남겼습니다. 물론 상 받을만한 짓은 아니고 그냥 혼자만의 자아도취입니다. 해내고야 말겠다는 고집스런 내 정신과 결코 튼튼하지 못한 두 다리님이 고맙게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었고 매회 치밀한 계획아래 안전산행을 이끈 삼성중공업 산악회 운영진들의 헌신적인 노고에 힘입었고 힘든 길을 동고동락했던 33명의 대간꾼이 있었으며 짝꿍 기동이의 도움이 있어 이 모든 것이 가능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2년 6개월이란 세월을 묵묵히 이해해주며 뒷바라지한 마눌님의 숨은 내조가 있었기에 지금 내가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처음 지리산에 발 올려놓고 『난 꿈길에 발을 올렸다』고 했었습니다. 정말이지 대간길에 서 있는 그 순간은 언제나 꿈속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꿈속 깊숙이 내가 있었고 항상 그리웠으며 간절했으며 내내 행복했었습니다.
2009년 1월 중순의 지리산 주능선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 쳤었습니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며 첫 대간길 따라나선 준비 안된 초보 산꾼에게는 의욕만 충만했지 확실하게 무리수였습니다. 연신 흐르는 콧물을 훔치며 억척스럽게 따라 붙었기에 가까스로 대간길에 발을 올렸음을 신고할 수 있었습니다. 숨이 멈춰질듯이 아름다운 별들과 함께 얘기하며 잠들었던 여원재와 무령고개에서의 살을 에이는 혹한 속 비박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으며 삼도봉 넘을 적 식수가 없어 고생고생 생고생을 하였고 덕유능선에서는 지난 차수 갈증으로 놀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무식하게 많이 준비한 물 무게에 짓눌려 양다리 쥐가 내려 또 죽도록 고생을 하였으며 급기야는 발뒤꿈치 아킬레스가 늘어난 채 절름발이 걸음으로 무리하게 추풍령고개를 넘다 땡볕 아래 구토와 현기증으로 탈진하여 큰 대()자로 드러누워 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시간은 빛의 속도로 흘러 가을이 무르익어갈 무렵 평소 건강이 좋지 않으시던 아버지께서 세상을 달리 하셨기에 일행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속리산구간을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 폭우와 우박을 맞으며 국립공원 직원의 눈을 피해 험한 바위를 보듬고 원맨쇼를 하기도 하였으며 무지막지한 대야산100m 직벽과 희양산의 암벽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려 살고파 발버둥 치며 백두대간 도전을 막급으로 후회하기도 하였습니다. 조령산에서는 세기도 힘든 무수한 로프를 타다 급기야 로프를 손에서 놓치는 아찔한 일이 벌어져 가슴을 쓸어내리며 두 번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노라고 몇 번이나 다짐도 했습니다.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인 도솔봉을 찾아 길 없는 길을 만들어가며 하루 종일 눈밭을 헤맸고 영하 20도를 상회하는 소백산 칼바람에 이마빡이 터지는 고통을 겪어가며 소문으로만 듣던 그 소백의 칼바람 위력을 몸소 체험도 하였습니다.
단종과 그 숙부 금성대군의 애환이 골짝골짝 서려있는 역사의 고장 영월에서는 예기치 못하게 길을 잘못 들어 무려 30Km가 넘는 거리를 하루 만에 달리며 인생사 여러 갈래의 길이 있어 언제든지 생각지 못한 곤란을 겪을 수 있음을 실감했고 민족의 영산 태백산의 주목군락들을 보면서 아름다운 금수강산 대한민국에 살고 있음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도 가질 수도 있었습니다.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어느 여름날 강원도 귀네미골을 지나다 우연치고는 기가 막힌 우연으로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을 만나는 행운을 얻기도 했습니다.
신선들의 놀이터 무릉도원이 있다는 두타산, 청옥산과 천상의 화원이라는 선자령, 대관령 능선은  하루 온종일 장대비 속을 걸으며 그 아름다운 모습을 못 보매 많이 안타까워했고 인간의 무지몽매한 욕심에 통째로 없어져가는 자병산을 보고는 가슴 찢어지는 아픔도 있었으며 오대산에서는 같은 곳을 무려 다섯 번이나 지나는 귀신이 울고 갈 해프닝이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거제라는 지리적 조건으로 산행 시간보다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산행을 하기도 전에 이미 몸과 마음은 녹초가 되어 버리기 일쑤였고 온 세상이 잠든 야심한 밤 올빼미 산행이 주를 이뤘지만 힘든 산행 후에 벌이는 홀라당 벗고 계곡물에 뛰어드는 시원한 알탕 한방이면 봄눈 녹듯 피로도 같이 녹아 내렸습니다.
마등령에서는 동해 일출을 보며 넋을 놓았었고 기암괴석이 즐비한 공룡능선을 타고 넘을 때는 내가 신선 대열에 올라서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고 서북능선을 타고 한계령으로 넘어가는 붉은 낙조를 보며 설악의 아름다움 속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으며 대간 끝자락 미시령에서 진부령구간은 단속의 눈을 피해 꼬빡 밤을 새워가며 걷고 또 걸어 그렇게도 가슴 두근거리며 갈구했던 백두대간 남녘땅을 성공리에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더 가고 싶어도 갈수 없는 북녘 땅이 남았기에 통일되고 내가 살아 있어 다리에 힘이 남아 있다면 멈추지 않고 백두산까지 발자국을 찍으며 나머지 마루금을 긋는 일만 남았습니다.
겨울에 시작하여 새로운 겨울을 두 번 더 보내고 세 번째의 여름을 맞이하는 동안 대간길 735Km, 32시간을 산행하면서 등산화 세 켤레가 닳아 없어졌습니다. 37일간의 주말 주야를 대간길 위에서 보내며 무수한 갈등과 고뇌도 했습니다. 내 아버지께서 세상을 뒤로 하셨을 땐 가슴에 묻고 아버지와 함께 걸어야만 했고 처가의 장인 기일에는 백배사죄를 구하는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대간길에서 만나는 높고 낮은 봉우리들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나름의 의미를 품고 그 자리를 지켜야 할 이유가 있었으며 무수한 고개와 길들은 제 각각 희로애락의 사연을 지고 힘들게 넘었던 선조들의 발자국을 통해 기쁨과 애환이 절절이 묻어나는 역사가 깃들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등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걸어가며 우리나라 어느 고장 한곳이라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음을 알았고 이렇게 아름답고 소중한 자연유산은  현재의 내가 주인이 아니고 미래의 후손들이 이 땅의 주인이기에 털끝만큼의 손상을 입히지 않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만 된다는 것이 지금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의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만약 누군가 내게 또 대간을 가겠느냐고 물어온다면 긍정도 부정도 아닌 『글쎄요』라고 말할것 같습니다. 지나온 세월을 생각하면 다시는 백두대간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을것 같으나 정작 마음은 언제나 대간길 그 위에 노닐고 있으니까요....
아하~ 이런 것도 행복일수가 있구나. 행복 맞구만요.

  

◈ 백두대간 1-1

 

◈ 백두대간 1-2

 

◈ 백두대간 2-1

 

◈ 백두대간 2-2

 

◈ 백두대간 3-1

 

◈ 백두대간 3-2

 

◈ 백두대간 4-1

 

◈ 백두대간 4-2

 

◈ 백두대간 5-1

 

◈ 백두대간 5-2

 

◈ 백두대간 6-1

 

◈ 백두대간 6-2

 

◈ 백두대간 7-1

 

◈ 백두대간 7-2

 

◈ 백두대간 8-1

 

◈ 백두대간 8-2

 

◈ 백두대간 9-1

 

◈ 백두대간 9-2

 

◈ 백두대간 10

                              

◈ 백두대간 11-1

 

◈ 백두대간 11-2

 

◈ 백두대간 12-1

 

◈ 백두대간 12-2

 

◈ 백두대간 13-1

 

◈ 백두대간 13-2

 

◈ 백두대간 14-1

 

◈ 백두대간 14-2

 

◈ 백두대간 15-1

 

◈ 백두대간 15-2

 

◈ 백두대간 16-1

 

◈ 백두대간 16-2

 

◈ 백두대간 17-1

 

◈ 백두대간 17-2

 

◈ 백두대간 18-1

 

◈ 백두대간 18-2

 

◈ 백두대간 19-1

 

◈ 백두대간 19-2

 

◈ 백두대간 20-1

 

◈ 백두대간 20-2

 

◈ 백두대간 21-1

 

◈ 백두대간 21-2

 

◈ 백두대간 22-1

 

◈ 백두대간 22-2

 

◈ 백두대간 23-1

 

◈ 백두대간 23-2

 

◈ 백두대간 24-1

 

◈ 백두대간 24-2

 

◈ 백두대간 25-1

 

◈ 백두대간 25-2

 

◈ 백두대간 26-1

 

◈ 백두대간 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