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거제지맥 종주

[거제 남북지맥 - 1] 망산, 가라산, 노자산

산안코 2008. 5. 2. 13:05

 

거제 남북지맥 종주 1일차 (망산, 가라산, 노자산) 

 

작년 여름 혼자서 거제지맥을 종주키 위해 망산에서 옥녀봉까지 정신 없이 걸었으나 애석하게도 옥녀봉에서 도중 하차하여 못다 이룬 전력이 있습니다. 지금 아직 4월, 갓 새싹들과 아름다운 꽃잎이 나뭇가지에 매달렸습니다. 계절은 완연한 봄으로 달려갑니다. 날씨가 더 더워지기 전에 빨리 서둘러야겠습니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거제지맥 종주를 계획하니 마음씨 좋은 아저씨 만수, 창식이 응해줍니다. 4월 26, 27일을 D-DAY로 정했습니다. 26일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습니다. 계획을 약간 수정하여 6차에 걸쳐서 거제지맥 구간별 종주와 11대 거제 명산 전부를 답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7일 아침, 지맥 1, 2구간인 망산, 가라산, 노자산 구간 16.95Km를 위해 출발지인 명사해수욕장으로 집(7:00)을 나섰습니다. 전문 사진사 만수의 단체 사진 한 컷으로 산행은 시작(7:50)하였고 날씨는 쾌청하며 공기가 맑아 오늘 성공적인 산행을 예감해주는 듯합니다. 

단숨에 망산 정상(8:35)에 올랐습니다. 비록 397m의 나지막한 망산이지만 해발 1m에서 출발하는 산행이라 제법 숨이 가빠 아침부터 땀이 흘러내립니다. “천하제일경”이라는 망산 정상석의 글자가 무색하지 않게 먼발치 한려해상공원 남해 바다의 올망졸망한 섬들과 바쁘게 움직이는 고깃배가 한 폭의 그림입니다. 잠깐 동안 그림에 흠뻑 빠진 채 아침부터 마셔보는 맥주 한 깡통의 맛을 누가 알까요? 

지금부터 본격적인 산행인가?  우리들 만큼이나 부지런을 떤 한 사람이 맞은편에서 올라옵니다. 

해미장골등(9:00), 호연암(9:20)을 지나 래봉산(9:40)에 이르는 길은 거제 제일의 등산코스로 한마디로 환상입니다. 이곳은 아무리 자주 와도 결코 실증 나지 않는 곳입니다. 래봉산 정상에 머무르기를 잠깐, 마음씨 좋아 보이는 중년부부를 만나 인사하고 가파른 길을 내려가니 여차등(10:00)입니다. 

지금부터는 인산인해입니다. 사람들의 숲입니다. 남부주유소에 여러대의 관광버스가 도착했나 봅니다. 인사하기가 바쁩니다. 정말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산에 오르면 저렇게 좋을까? 

각지미(10:30)의 거제지맥 표지판은 무슨일로 훼손하였는지 볼썽 사납습니다. 인근 “D”사의 산악회에서 공들여 설치한 것을 누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표지판이 산에 가는 저에게 무슨 죄를 저질렀나 봅니다. 가다 벼락 맞을 것입니다. 

남부주유소에 도착(10:50)하니 거제지맥 1구간은 가뿐히 마무리되고 주유소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장만하려니 장사가 잘 안 되는지 가게가 폐쇄되어 있습니다. 엄청난 등산객이 망산과 가라산을 찾는 이곳인데 좀 팔아 줄 일이지... 거제 경제에 조금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가라산을 위해 한 깡통의 맥주로 화이팅을 하고 숨가쁜 길을 걸어 다대산성(11:35), 학동재 (12:00), 망등(12:30)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입니다. 창식의 완벽한 점심식사 준비에 오늘 또 한번 감동 먹었습니다. 

이건 등산이 아니라 신선놀음입니다. 작년에는 없었던 팔각정이었는데. 눈은 먼발치 탑포 앞바다를 배경으로 경치 한 모금 먹고 입은 소주와 그에 걸 맞는 음식 두 모금을 먹고 가슴으로는 벅찬 감동 세 모금을 먹으면서 잠시 혼란스러운 세상을 망각했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훌륭한 만찬을 끝내고(13:10) 몇 발자국을 움직이니 가라산 정상(13:20) 입니다. 

또 한번 전문사진사 만수의 요청에 멋진 모델이 되어주고 진마이재(13:50) 길로 내려가니 만수,  창식이 정말 신기하게 너무 신기하게 똑 같은 걸음걸이로 바뀌면서 왼쪽무릎의 통증을 호소합니다. 

사실 조금 걱정이 됩니다. 건강에 좋자고 하는 등산인데 무릎에 무리가 오면 큰일나니까 중간에서 하산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힘들지만 의지의 한국인들이기에 그래도 계속 가 보겠답니다. 몽돌 해수욕장이 있는 학동마을 뒷산에는 절경의 뫼바위(14:30), 웅장한 마늘바위(15:15)가 있습니다. 그리고 학동고개로 넘어가는 길과 노자산 정상으로 가는 삼거리인 노자산전망대(15:20)도 있습니다. 

포항에서 왔다는 한 무리의 산님들이 길을 잘못 들어 노자산 정상 가는 길을 물어옵니다. 진시황제가 사신을 보내 불로초를 찾았다는 노자산 정상에 도착(15:40)하니  정상석이 데모라도 하는가 봅니다. 

나무 작대기는 옆구리에 짚고 이마에는 종이수건을 두르고 있습니다. “ 위험, 접근금지 찢지 마세요”정상석 하부 받침대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누가 무엇 때문에 난리를 쳤을까? 

이제부터 학동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배낭의 모든 음식은 뱃속에 깨끗이 털어 넣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학동고개 자연휴양림 입구에 도착(16:50)하니 오늘의 산행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늘 또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첫 도전을 시작하여 어렵사리 산행을 완수했습니다. 

하루 하루가 바쁜 일상생활이지만 내 자신이 나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 주지 않으면 나에게 죄를 짓는 것입니다. 거제 남북지맥 1,2구간을 8시간에 걸쳐 걸어보면서 내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자신감을 심어 준것 같아 기쁨 두 배였습니다. 

불편한 다리로 끝까지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 준 만수, 창식께 감사하고 다가오는 5월 중 거제지맥 2일차 3구간(북병산, 옥녀봉) 코스도 같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