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남북지맥 종주 2일차(북병산, 옥녀봉)
만수님은 정말 장가 잘 갔습니다. 사모님께서 1일차와 마찬가지로 2일차에도 출발지까지 우리를 데려주기 위해 아침 일찍 모습을 보였습니다.
1,2구간 산행에 계속 이어지지 않으면 하고자 하는 의욕이 도망갈 수 있으니 2주만에 바로 3구간 산행을 잇기로 했습니다. 식구가 한 명 불어났습니다. 젊은 피가 수혈되었습니다. 다리통이 유난히 굵은 상옥입니다. 이번에는 만수의 솔선수범으로 모든 산행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우린 몸만 움직였습니다.
학동고개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거제지맥에서는 그물기고개라고 칭합니다. 산행 시작(7:45)한다는 표시로 노란 간판 앞쪽에 일렬로 촌스럽게 폼 잡아주니 만수 사모님께서 사진 한 컷 해주고 쌔 ~ 앵 사라집니다.
어제 빗님이 오신 덕인지 하늘과 산, 바다가 너무 깨끗합니다. 그래도 바람은 있어 조금 쌀쌀합니다. 상옥의 숨소리가 제법 거칠어집니다. 엄청 거대하게 만들어 놓은 통신 안테나가 있는 454봉(8:35)이다. 그곳을 조금 지나니 눈앞에 펼쳐진 아침 풍경이 가던 길을 붙잡습니다.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 바닷물을 도화지에 채색하고 그리고 해금강과 학동해수욕장, 구조라해수욕장과 서이말을 잇는 구도를 잡고 그 가운데 점 두 개를 찍으니 외도가 되고 내도가 되었으니 환상적인 그림입니다. 저 멀리 구름도 살짝 그려 넣었습니다. 내 혼자만 즐기기에는 너무 아까워 연속으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도저히 그냥 갈수 없지 이럴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캔맥주가 배낭에서 나옵니다.
양화고개(9:05), 452봉(9:55)까지는 내려갔다 올라가기를 몇 차례나 지나갔습니다. 지난 여름 혼자서 지맥 한답시고 쌩고생하면서 알바를 무려 2시간 남짓 한 곳이이 452봉입니다.
오늘 또 만수가 다짜고짜 그 길로 앞장섭니다. 큰일 날뻔했습니다. 서당골 넘어 구조라해수욕장과 망치마을이 있는 망치고개(10:20)입니다.
또 상옥의 쉼 소리가 거칠어집니다. 북병산으로 오르는 급경사입니다. 약 30분을 오르니 거제지맥 유일의 유격훈련장이 나오고 또 하나의 비경이 나옵니다. 산행기자 만수의 카메라 셧터 소리가 요란합니다.
북병산(11:05)정상에서 커피 한 잔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오늘 산행 이후 처음 만나는 두 남녀가 올라왔습니다. 또 조금 지나니 전혀 산과 관계가 없는 복장인 두 남녀가 산 중에 있습니다. 속세를 떠나서 숨어서 놀아야 할 둘만의 이유가 있는 모양입니다.
363봉(11:20), 365봉(11:40), 소동고개(13:05)까지 연결하는 밋밋한 길인 거제지맥 3구간은 정말 길고 지루한 길입니다.
옥녀봉 방향으로 나아가다 조금 늦은 점심식사(13:30)를 하기로 했습니다. 충무김밥, 소주로 에너지 충전하는데 약 40분간이 걸렸습니다.
옥녀봉 삼거리(14:40)에서는 비록 거제지맥에 포함되진 않지만 거제 11대 명산 답사도 함께 한다는 취지하에 옥녀봉도 오르기로 하였습니다(15:30). 옥녀봉은 만신창이입니다.
각종 안테나가 산꼭대기를 뒤덮은데다 최근에는 그곳에서 왜 D”사를 보아야 하는지 전망대가 새로 들어 앉아 옥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우주선이 날고 인공위성이 지구를 뺑뺑 돌고 있다는데 이젠 안테나 걷어내고 시멘트 들어내어 본래로의 자연을 만들어 주어도 될 것인데 점점 상태가 악화되어 가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옥녀봉 삼거리(16:40)로 다시 되돌아 걷길 한참 문동과 옥포 아주동, 줄곧 가면 국사봉이 연결되는 사거리 명재쉼터(17:15)입니다.
발길을 문동 방향으로 돌려 문동폭포(17:30), 문동마을(17:45)에 도착하여 오늘 목표로 한 거제 남북지맥 2일차(3, 4-3구간)까지 무사히 마무리 하였습니다. 오늘은 재수가 좋은 날인가 봅니다. 마침 노란 학원차가 문동마을에서 신현읍까지 데려다 주니 무사 귀가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약 19Km, 10시간 산행을 마무리한 종주기념 자축연은 거제의 신선한 횟감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새로이 산행에 합류한 상옥에게 감사하고 조만간 진행할 거제지맥 3차 산행도 초청하는 바이며 만수, 창식도 마지막 6차까지 함께 했으면 하는 나의 간절한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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