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2011. 9. 17 ~ 9. 19 (2박 3일)
□ 어 디 를: 나가사키현(長崎縣) 대마도 이즈하라 아리아케산(558m)
□ 누 가: 회사동료 9명과 고집통
□ 날 씨: 1일차–맑음, 2일차–흐린 후 비, 3일차–흐림
□ 산 행 시 간: 3시간 00분
이즈하라 조선통신사기념관(13:35)→아리아케산(15:00)→조선통신사기념관(16:35)
□ 산 행 거 리: 5.7Km
□ 산 행 여 정: 거제→부산→이즈하라→아리아케산→이즈하라→히타가쯔→이즈하라→후쿠오카 →부산→거제
비싸다면 비싸고 그렇지 않다면 않은 299,000원짜리 고품격 대마도투어 1박 2일 여행을 가기로 10명의 동료직원이 마음을 맞추었습니다. 아리아케산(有明山, 558m) 등산이 포함된 맞춤형입니다. 대마도(對馬島)는 옛날에 우리 땅이었노라 혹자들은 이야기 하지만 지금은 엄연한 일본 땅이기에 여권을 소지하고 출국수속을 밟아야만 갈수 있는 땅 덩어리이며 거제도 크기의 두 배에 해당되는 규모에 비해 인구는 1/10 수준이 살고 있어 일본에서도 아주 낙후된 섬이기에 우리나라 70년대 어촌마을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고 거의 한국 관광객을 상대하여 관광수입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옳습니다.
달랑 배낭 하나 둘러메고 부산 출발 이즈하라(嚴原)행 씨플라워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참말로 오래간만에 나서는 해외여행입니다. 거의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승객들이 꽉 차 있습니다. 우리 일행 10명과 안동에서 온 예비부부 2명에 여행마을 가이드 아가씨 1명이 붙었습니다. 답답한 일본 입국수속을 마치고 조선통신사기념관이 있는 아리아케산 등산로 입구까지 버스로 이동합니다. 조선통신사비 앞을 지나 이즈하라마을 골목길을 따라 약간 올라가니 센코쿠시대(戦国時代)때 풍신수길이 임진왜란을 일으키기 위해 축성한 유적지라는 청수산성의 설명 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우리의 가이드 아가씨는 왼쪽 산보 길을 권장하였으나 난 일행들과 헤어져 굳이 가파른 오른쪽 등산로를 선택하여 올라갔습니다.
약간 몸은 힘들지만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은 확실합니다. 이즈하라 동네 전체가 조망되는 전망대가 나오고 허물어진 석조산성이 군데군데 나타납니다. 인기척에 놀란 꽃사슴 한마리가 후다닥 산성을 뛰어 넘습니다. 산성 근처에서 일본말 하는 아지매 한사람 만나고 청수산을 거쳐 유명산정상까지 일본사람 한사람도 못 만났습니다. 청수산을 약간 지나 다시 산보로와 합류하여 피톤치드 가득한 히노끼나무 숲속 오르막길을 치고 오릅니다. 거제도보다 습도가 약간 높은 기온이라 호흡이 가팔라지고 온몸에 땀범벅이 됩니다. 아리아케산 정상에는 갈대밭이 넓게 펼쳐졌고 우리나라의 여느 산처럼 별도의 정상석은 준비되어 있지 않고 이정목에 정상임을 표시해 놓았습니다.
휴식과 함께 준비해간 약간의 음료를 즐기고 있으니 왁자지껄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옵니다. 씨플라워호에서 만났던 XX설계회사 사장님, 부사장님, 전무님, 이사님등 엄청난 인력들이 몰려와서는 생탁과 홍어회로 자리를 폅니다. 딱 한잔과 한 점의 신세를 졌습니다.
아리아케산은 거제 계룡산 보다 2m 높은 568m의 높이지만 현해탄 가운데에 위치한 지리적 조건 때문인지 운무로 휩싸여 주위 조망은 별로입니다. 정상을 지나 산 능선으로 시라타케산(白岳山, 519m)으로 이어지는 등로가 쭉 연결되어 있지만 더 진행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리 목적지는 여기까지이니까 처음 출발한곳으로 원점 회귀하도록 하였습니다.
올라올 때는 다들 죽을상으로 힘들어 하더니만 내려가는 발걸음이 엄청 가벼워 보입니다. 순식간에 조선통신사비 앞에 내려섭니다. 이로써 대마도 아리아케 산행을 종료하고 이즈하라의 인근의 유타리해수 온천에 들러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씻고 온천 옆의 바베큐장에서 위하여 삼창을 했습니다. 산행 끝에 즐기는 해외에서의 바비큐 파티라 한껏 기분이 업 됩니다. 통나무 호텔에 이동하여 휴식을 취함으로써 고품격 대마도여행 1일차를 마칩니다.
이젠 재미있는 대마도여행 이야기를 약간만 해볼까 합니다. 2일차 아침은 통나무집 된장국 아침 식사로부터 시작됩니다. 일본에 왔다고는 하나 일본사람과 이야기는 식당에서 된장국 가져다주는 할머니와 처음 해봅니다. 달랑『오하이요 고자이마쓰』 『아리가도 고자이마쓰』. 쩝. 옛날에는 일본말 좀 했는데...
이즈하라의 아침 면세점은 엄청 붐빕니다. 우리 같은 한국 관광객들이 물밀듯이 몰려옵니다. 인근 담배자판기는 사람 차별하는 줄 알았는데 성인 인증카드가 없으면 살수 없답니다. 버스 기사아저씨께 카드를 빌렸습니다. 대마도는 본래 하나의 섬이었으나 러일전쟁 당시에 인공적으로 남대마와 북대마 2개의 큰 섬으로 나뉘었으며 만관교란 엄청 높은 다리로 연결시켜 이즈하라에서 히타가츠까지는 왕복 2차선 외길로 되어 있습니다. 에보시타게(烏帽子岳)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아소만은 호수같이 잔잔하며 크고 작은 섬들을 마치 뿌려 놓은 듯합니다. 이곳은 진주양식으로 유명하답니다.
와타즈미신사(和多都美神社)는 초대 천황 진무덴노의 이해 잘 안 되는 신화와 얽혔다는데 일본인의 그 소중한 천황 스토리가 하필 옛날 우리 땅 대마도에서 시작되었는지 의아합니다.
북대마도의 끝단은 맑은 날 한국의 부산이 보인다 해서 팔각정 한국전망대가 있고 바로 옆에는 조선의 역관 108명이 무지한 왜국을 돕기 위해 부산을 출발하여 대마도로 향하다 높은 파도로 참사를 당해 그 넋을 위로하기 위한 조선국역관사 위령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한국전망대에 올라서니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인근에 일본 100선에 들었다는 미우다(三宇田) 해수욕장이 있다지만 이 빗속에 가본들 뭣하겠습니까? 히타카츠(比田勝)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하여 스시와 우동으로 식사를 하는데 우리의 가이드 아가씨 풍랑으로 부산가는 배가 뜨지 않는답니다.
식당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일행만의 문제가 아니고 오늘 씨플라워호에 승선 예약인원이 350명이 넘는답니다. 오늘 못 나가면 일본 남단에 있는 15호 태풍 로키가 지나가야만 움직일 수 있기에 앞으로 며칠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빠릿빠릿한 가이드 아가씨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대마도에서 후쿠오카로 비행기나 카페리를 타고 나가서 다음날 부산으로 갈수 있답니다. 이래서 대마도가 우리나라 땅이 아님을 실감했습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 이츠하라(嚴原)항에서 찌꾸시(ちくし)호 카페리를 타고 이끼섬(壹岐島)을 경유하여 후쿠오카(福岡)에 내리니 야심한 밤입니다. 이로써 대마도 탈출은 무사히 완료되었습니다만 하룻밤 지낼 숙소가 문제됩니다. 일단 하카다(博多)역으로 이동하여 일행들이 저녁꺼리를 장만하는 동안 또 다른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역 인근에 저렴한 숙소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하루 저녁2,500엔으로 딱 우리 수준에 알맞은 일본 다다미식 여관입니다. 집으로 돌아갈 꿈을 꾸며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코골이 속에서도 용케 살아남아 날은 밝아왔고 간단이 샌드위치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후쿠오카국제항에서 후쿠오카발 부산행 카멜리아호에 몸을 실었습니다.
밤새 15호 태풍은 위력을 더해 대한해협 파고의 높이는 7m를 육박합니다. 바닷물 속으로 처박혔다 올라오는 카멜리아호의 뱃머리 하얀 파도는 보기엔 장관이지만 바라보는 내 자신은 죽을 지경입니다. 방바닥에 누워 조용이 눈을 감았습니다.
어젯밤 꿈속에서도 그리던 부산항 불빛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다들 이구동성으로 우리나라가 너무 좋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소에도 애국자이지만 외국을 나가봐야 진정한 애국자가 되어 돌아옵니다.
1박 2일이 2박 3일이 되고 경비 또한 배 보다 배꼽이 더 커버렸지만 누구 하나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습니다. 평생에 잊지 못할 추억 한 장을 대마도에서 그려왔습니다. 그렇게도 심하게 흔들리던 배 위에서는 용케도 잘 버텼었는데 사흘이 지난 지금도 땅 멀미로 인해 정신이 어찔어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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