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1. 10. 19 (당일)
□ 어 디 를 : 호남정맥 4구간(소리개재~개운치) – 왕자산, 고당산
□ 누 가 : 후종(감자바우), 만수(산타나) 그리고 나(고집통 )
□ 날 씨 : 전형적인 가을 하늘
□ 정맥 산행시간 : 42시간 23분(4구간: 10시간 08분)
4일차 소리개재(7:58)→개운치(18:06) 10시간 08분
□ 정맥 산행거리 : 77.7Km (4구간: 18.9Km)
4일차 정맥 거리: 18.9Km
□ 총 산행거리 : 소리개재→왕자산→구절재→사적골재→굴재→고당산→개운치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매년 그날이 다가오면 생일이라 하여 기념을 합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체가 무엇이든 생일은 정말 기쁜 날인 모양입니다. 나로서는 하루 휴무를 하는 날이며 때를 맞추어 호남정맥 네 번째길 나서는 날이기에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생일 전날 회사에서 자축연이 벌어지고 모범과 근속사원들에게는 말 그대로 금값인 묵직한 순금(24K)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사진 찍고 축하인사 오고가고 마무리는 공짜 술판이 성대하게 벌어집니다.
공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만은 내가 공짜 앞에 눈이 너무 많이 어두웠나 봅니다. 야심한 밤 1시에 집에 들어가서는 눈을 붙였는지 말았는지도 모르게 새벽 3시 반에 집을 나섭니다. 채비는 다되었는지 어쨌는지 대충 눈곱 떼고 출발을 했는데 어째 뭘 빠뜨린 것 같은 조짐이 있습니다. 등산화 없이 등산가는 경우는 없어야겠기에 감자바우와 산타나에게 산행준비가 잘 되었는지 물어 보기도 했습니다.
새벽 섬진강휴게소 재첩국은 정말 맛없습니다. 중국산 재첩을 사용했는지는 몰라도 재첩 알맹이가 꼬막 알맹이만 합니다. 다시는 휴게소 재첩국 안 먹을 겁니다.
순천에서 남원 가는 새 고속도로는 시원스럽습니다. 칠보택시 한재삼 기사님은 예약한 7시 25분에 정확하게 개운치에 나타납니다. 답답할 정도로 안전하게 운전하여 소리개재에 내려줍니다. 호남정맥의 택시비는 전 구간 확정가격 3만원으로 통일시켜 놓은 모양입니다.
등산화 갈아 신으려고 보니 늘 신고 다니던 신발이 아니고 낡은 옛날 신발이 자동차 트렁크에 들어있습니다. 느낌이 안 좋더니만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조금 낡았지만 등산화는 등산화니까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호남정맥 네 번째 출발지인 소리개재(7:58)의 가녀린 감나무에 정맥꾼들의 시그널들이 참 많이도 매달려 있습니다. 나지막한 뒷동산을 넘을 때 약간의 헷갈림이 있었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게 방성골(8:30) 마을에 들어섭니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 알바로 무던히도 고생을 했다는 거대한 느티나무와 아담한 소나무가 있습니다. 파란지붕 뒤를 돌아가면 된다고 했지만 세상사 만사튼튼 이라고 동네어르신께 왕자산 오르는 길목을 물었습니다. 왕자산이 저것이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키지만 정작 올라가는 길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파란집 골목 샛길로 등산객이 많이 가더라고 하시면서 올라가는 길 표시가 있을 거라고만 말씀하십니다.
아니었습니다. 그 길은 방성골 뒷동산 밭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밭으로 치고 올라가니 나락밭이 나옵니다. 논에서 자라야 할 쌀 나무가 물 없는 밭에서도 잘 익어 수확을 기다립니다. 나락밭 옆에 경운기가 올라올 수 있는 임도가 있고 거대한 물통(8:40)이 있는 호남정맥길이 나옵니다.
왕의 아들이 왕자입니다. 사연은 몰라도 그 이름 멋진 왕자산(9:20)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날씨는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었지만 아직 단풍은 이곳 남녘땅까지 내려오지는 않았습니다. 10월말이면 절정기가 올 것 같습니다.
이번 산행은 천연기념물급 수준의 보호수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거대한 느티나무가 있는 예덕리고개(10:27)를 지나고 439봉 오르는 길목에 까치밥 홍시가 매달려 있어 산타나와 감자바우 너무 좋아라 합니다. 나야 뭐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홍시이기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달고 맛있을 수가 없답니다.
빨간 구찌뽕 열매가 등로길변에 지천으로 깔렸습니다. 감자바우는 그냥 두고 감에 많이 아쉬워하나 이런 것들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아마도 한약재나 약술 담글 때 많이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로서는 처음 보는 열매입니다.
굽이굽이 아홉 구비의 구절재(11:55)에 내려서니 차량들은 쌩쌩 내달리고 도로변에는 음력 9월에 꺾는다하여 구절초가 된 구절초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구절초는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꽃말과 같이 특히 여성들의 부인병에 약효가 좋다고 합니다. 정읍에 구절재가 있고 구절초축제가 벌어진다는 구절초 공원도 있으니 꽃과 지명 간에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산정에서 바라보는 칠보들판은 황금빛으로 변해있고 철없는 단풍나무 몇 그루는 남들보다 빨리 색동옷을 갈아입고 한껏 맵시를 뽐내고 있습니다. 석탄사 오르는 임도가 있는 사적골재(14:30)에서 밤나무 밭을 통해 바로 치고 올라가니 임도를 만나고 또 올라가니 또 임도를 만나기에 그냥 임도를 따라 석탄사까지 오르기로 했습니다.
석탄사(15:00)가 있는 곳은 500봉의 8부 능선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전망 좋고 아늑한 곳에 위치하였으며 종각과 5층 석탑 그리고 관세음보살상이 있고 스님은 출타중이신지 모습은 보이지 않고 큰 개 두 마리만 불청객을 맞이합니다. 석탄사 마당에서 내려 보는 단풍들이며 칠보면의 들판 경관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높은 봉우리 두개를 힘겹게 넘었습니다. 굴재(16:45)가 나옵니다. 이제 오늘도 힘든 곳은 한고비만 남은 것 같습니다. 눈앞의 거대한 고당산 위용은 맥을 풀리게 하지만 막상 출발하고 나니 이곳 주민들이 잘 정돈한 완만한 임도길 덕분에 오르는데 큰 무리가 따르지 않습니다. 단지 내 체력이 고갈되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헬기장이 있는 고당산(17:20) 정상에는 스테인리스 표지판이 있고 무슨 열매인지 몰라도 빨간 열매가 근처에 쫙 깔렸습니다. 때깔은 아주 예쁩니다. 호남정맥길도 이제 본격적으로 가을로 접어들려나 봅니다. 온 산들이 빨갛고 노랑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으며 알을 머금은 밤송이가 길바닥에 널려 있으며 홍시 감들은 「빨리 날 따 잡수세요」하고 기다리고 있고 정맥길 주위로는 알지 못하는 각종의 열매들이 내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하산입니다. 어둠이 몰려오기에 인정사정없이 그냥 아래로 내달립니다. 급경사길이 나오지만 개의치 않고 더 빨리 달립니다. 대나무밭을 통과하고 개운치(18:05)에 내려섰을 때는 해가 서산에 이미 넘어 가버렸고 어느 정도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순창이라면 한정식으로 유명한곳입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하였으니 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옥천골 한정식식당에서 단돈 1만원에 상다리가 휘어지는 후한 대접을 받고 감동받았습니다.
다음 구간은 내장산 구간입니다. 11월의 내장산 단풍은 죽여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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