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1. 10. 01 (당일)
□ 어 디 를 : 호남정맥 3구간(영암부락재~소리개재)–오봉산, 묵방산
□ 누 가 : 동수(만리향), 만수(산타나) 그리고 나(고집통)
□ 날 씨 : 아주 맑고 상쾌함
□ 정맥 산행시간 : 32시간15분(3구간: 10시간 00분)
3일차 영암부락재(8:15)→소리개재(18:15) 10시간 00분
□ 정맥 산행거리 : 58.8Km (3구간: 16.6Km)
3일차 정맥 거리: 17.6Km, 알바 거리: 여우치→749번 도로 1Km
□ 총 산행거리: 영암부락재→오봉산→운암삼거리→묵방산→여우치→749번 도로→여우치→가는정이→성옥산→소리개재(17.6Km)
물안개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 옥정호에 매료됩니다. 한가운데에 붕어섬이 있어 그 아름다움을 더해줍니다. 전망 좋은 레스토랑 설리(雪利) 마당의 활짝 핀 코스모스가 카메라 앵글상의 붕어섬과 조화가 멋들어지게 잘 어울립니다. 아침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것 같습니다만 기분만으론 살수 없기에 한술 뜨기로 하였습니다. 설리 내부에 들어서니 10년 전 귀농하여 소 키우며 고추농사에 빠져 여태껏 옥정호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았다는 닭띠아저씨라는 주민 한분이 새삼 그 아름다움에 홀로 감탄하고 있습니다.
갓 지은 밥그릇에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백반에 따른 정갈한 나물반찬들이 먹음직스럽게 올라옵니다. 아침부터 막걸리 한통이 눈앞에서 사라집니다. 소리개재서 영암부락재까지는 칠보택시 한재삼기사(011-679-3435)님에게 신세를 지기로 했습니다. 3만원입니다.
옥정호에서 시간을 너무 빼앗겼나 봅니다. 영암부락재(8:15)에서의 출발시간이 계획대비 약간 지체되어 산타나의 단체사진 요청을 무시하고 곧바로 출발합니다. 시월의 첫날, 청명한 하늘은 영락없는 가을하늘이며 숲속 산들바람은 가슴속 깊이 상쾌하게 정화시켜 줍니다.
노란머리띠 두른 이정목이 있는 2봉(9:25)에 올라서고 나서야 오봉산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인근에 봉우리 다섯 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중 최고 우두머리 봉우리가 오봉산이었습니다. 1봉은 호남정맥길에서 약 1.1Km 벗어난 거리에 있어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가기를 포기하고 바로3봉을 향했습니다. 3봉은 아무런 표식이 없는 그런 밋밋한 봉우리이고 오봉산과 국사봉으로 나뉘는 삼거리 이정목이 있는 4봉(10:15)도 이마에 4봉이란 노란머리띠를 두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호남정맥 시작한 이래 등산하는 산님 한분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그냥 옥정호를 구경하기 위해 오신 분이며 국사봉으로 사라집니다.
오봉산 오르는 길은 내내 옥정호 속 붕어섬을 바라보며 걷습니다. 한 마리 금붕어가 큰 어항 속에 노니는 장면과 흡사합니다. 어찌 보면 프라이팬 속 계란의 노른자위 모습이기도 합니다. 사진 찍기에 너무 좋은 경치인지라 속도가 잘 나지 않습니다. 오봉산(10:33)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풍광이 좋아서인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올라 왔다가 어디론가 가버립니다. 여기서 또 막걸리 한통을 비웁니다.
벧엘기도원 간판이 있는 749번 지방도(11:22)를 지나고 다시 한 번 749번 지방도를 지납니다. 뚜렷하지 않은 산길을 따라 줄줄 내려오니 옥정호를 가로지르는 초당골의 새 운암대교(12:34) 앞749번 지방도에 또 내려섭니다. 도로를 따라 약간 이동하니 운암삼거리(12:40)가 나오고 오늘 점심식사를 예약한 『어부집』이 나옵니다. 빠가사리탕 국물에 또 막걸리 한통을 자빠뜨립니다. 빠가사리가 귀해서인지 가격은 메기보다 약간 비싼데 맛이 아주 일품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습니다.
어부집에서 모퉁이를 돌았습니다만 산으로 오르는 길이 없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언덕배기로 그냥 치고 오릅니다. 아마도 어부집에서 오른쪽으로 돌았어야 했는데 우린 왼쪽으로 돌았나 봅니다. 모악지맥 갈림길(14:03)을 지나고 벌목지대를 지납니다. 벌목으로 인해 키 큰 나무가 없으니 막 자란 도깨비풀과 가시넝쿨이 길을 막습니다. 묵방산 오르는 길을 또 놓쳐버렸습니다만 가파른 언덕배기를 그냥 치고 올랐습니다. 묵방산(14:55) 정상의 돌무더기위에 잘 생긴 돌멩이 하나 얹어 놓았습니다.
급경사길 내려오니 여우치(15:20)마을이 나옵니다. 시끄럽게 짖어대는 똥개가 있어 삥 돌아 내려 왔습니다. 괜히 객기 부리다가 자칫 물리는 날엔 큰일이 나니까요. 시그널이 없어 그냥 옥정호를 따라 도는 749번 도로변까지 내려갔습니다. 또 뭔가 잘못된 것 같아 이번에도 산언덕배기를 치고 오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습니다. 가시넝쿨로 팔과 다리에 회를 치고 나서야 여우치(16:00)마을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여우치마을을 가로질러 엄청나게 큰 두 그루의 은행나무 밑을 지나고 묘지 터 뒤로 올라가니 한참을 찾아 헤매던 정맥길이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아무래도 여우에게 살짝 홀린 것 같은 느낌입니다. 노란 열매들이 길바닥에 떨어져 쫙 깔려 발에 밟히고 나무에는 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빽빽이 매달려 있어 난 그것이 귀염나무인줄 알았는데 은행나무였습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귀염나무를 모르고 은행나무라고 생각했으니 촌놈 자격이 없습니다.
283.5m봉을 지나고 커다란 물통을 지나고 가는정이마을(16:18)에 도착합니다. 왜 가는정이인지 몰라도 차라리 오는정이가 훨씬 낫지 않을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여우치에서 약간 헤매지 않았다면 아마도 옥정호 산장에 들러 막걸리 병을 하나 더 자빠뜨렸을 겁니다. 마음이 바쁜 관계로 옥정호 산장 옆을 그냥 스쳐 지나갑니다.
여기도 여우치에서처럼 무덤 뒤쪽으로 돌아가니 길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언제나처럼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양입니다.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은 산봉우리지만 많이 힘듭니다. 어쩐 일인지 산 능선에 뚝 부러진 전봇대가 넘어져 있습니다. 전봇대가 있어야 될 이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더구나 부러진 채로 방치해 놓아도 안 될 그런 물건입니다. 성옥산(17:27)엔 별도의 표시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굴러가도 내려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하며 길가에 떨어진 밤송이를 발로 벌려가며 가는데 또 길이 이상합니다. 약간 길을 잘못 들어 두월리 윗마을 골목길을 통과하여 소리개재(18:15) 삼거리까지 찾아갔습니다.
오늘 정맥길은 이상했었습니다. 점심식사 전까지는 정말 무리 없이 편안한 산행을 했습니다만 점심식사 이후 긴장이 풀렸었나 봅니다. 무려 네 번씩이나 시그널을 놓쳐 정맥길을 잘못 들어 산길을 헤매는 일이 생겼습니다. 나지막한 능선들이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심심산골 첩첩산중이었다면 큰 일이 날 일이었습니다.
또 다른 즐거움이 오늘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근 정읍의 산외면 한우마을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굳이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쇠고기로 주린 배를 꽉 채웠습니다. 비거세황소 갈빗살 한 근을 집으로 끊어 오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읍에는 암소, 거세황소, 비거세황소 육우가 있답니다.
이번 정맥길은 명품식사 길이었습니다. 아침은 옥정호전망대 설리에서의 나물 백반, 점심은 운암 삼거리 어부집의 빠가사리탕, 저녁은 정읍 산외 한우마을의 한우 모듬세트 구이였으니 산행하며 이 이상 뭣이 있겠습니까? 돈이 좀 많이 죽어났다는 것 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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