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호남정맥[완]

[호남정맥 - 3] 붕어섬을 품은 옥정호가 아름답다

산안코 2011. 10. 3. 00:57

□ 언            제 : 2011. 10. 01 (당일)
□ 어    디     를 : 호남정맥  3구간(영암부락재~소리개재)–오봉산, 묵방산
□ 누            가 : 동수(만리향), 만수(산타나) 그리고 나(고집통)
□ 날            씨 : 아주 맑고 상쾌함
□ 정맥 산행시간 : 32시간15분(3구간: 10시간 00분)
                        3일차 영암부락재(8:15)→소리개재(18:15) 10시간 00분
□ 정맥 산행거리 : 58.8Km (3구간: 16.6Km)
                        3일차 정맥 거리: 17.6Km, 알바 거리: 여우치→749번 도로 1Km
□ 총   산행거리: 영암부락재→오봉산→운암삼거리→묵방산→여우치→749번 도로
→여우치→가는정이→성옥산→소리개재(17.6Km)
 

물안개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 옥정호에 매료됩니다. 한가운데에 붕어섬이 있어 그 아름다움을 더해줍니다. 전망 좋은 레스토랑 설리(雪利) 마당의 활짝 핀 코스모스가 카메라 앵글상의 붕어섬과 조화가 멋들어지게 잘 어울립니다. 아침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것 같습니다만 기분만으론 살수 없기에 한술 뜨기로 하였습니다. 설리 내부에 들어서니 10년 전 귀농하여 소 키우며 고추농사에 빠져 여태껏 옥정호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았다는 닭띠아저씨라는 주민 한분이 새삼 그 아름다움에 홀로 감탄하고 있습니다.
지은 밥그릇에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백반에 따른 정갈한 나물반찬들이 먹음직스럽게 올라옵니다. 아침부터 막걸리 한통이 눈앞에서 사라집니다. 소리개재서 영암부락재까지는 칠보택시 한재삼기사(011-679-3435)님에게 신세를 지기로 했습니다. 3만원입니다.

  

□ 설리(雪利)의 코스모스와 옥정호 붕어섬

 

  

옥정호에서 시간을 너무 빼앗겼나 봅니다. 영암부락재(8:15)에서의 출발시간이 계획대비 약간 지체되어 산타나의 단체사진 요청을 무시하고 곧바로 출발합니다. 시월의 첫날, 청명한 하늘은 영락없는 가을하늘이며 숲속 산들바람은 가슴속 깊이 상쾌하게 정화시켜 줍니다.
노란머리띠 두른 이정목이 있는 2봉(9:25)에 올라서고 나서야 오봉산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인근에 봉우리 다섯 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중 최고 우두머리 봉우리가 오봉산이었습니다. 1봉은 호남정맥길에서 약 1.1Km 벗어난 거리에 있어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가기를 포기하고 바로3봉을 향했습니다. 3봉은 아무런 표식이 없는 그런 밋밋한 봉우리이고 오봉산과 국사봉으로 나뉘는 삼거리 이정목이 있는 4봉(10:15)도 이마에 4봉이란 노란머리띠를 두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호남정맥 시작한 이래 등산하는 산님 한분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그냥 옥정호를 구경하기 위해 오신 분이며 국사봉으로 사라집니다. 

  

□ 영암부락재 - 호남정맥 세 번째 구간 산행 들머리

 

□ 오봉산 가는 길에서 바라 본 모악산

 

□ 오봉산 가다 돌아 본 두 번째 구간의 치마산

 

□ 2봉 - 1봉은 정맥길 1.1Km 벗어나 있음

 

□ 4봉에서의 고집통 - 3봉은 표시 없음

 

       
오봉산 오르는 길은 내내 옥정호 속 붕어섬을 바라보며 걷습니다. 한 마리 금붕어가 큰 어항 속에 노니는 장면과 흡사합니다. 어찌 보면 프라이팬 속 계란의 노른자위 모습이기도 합니다. 사진 찍기에 너무 좋은 경치인지라 속도가 잘 나지 않습니다. 오봉산(10:33)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풍광이 좋아서인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올라 왔다가 어디론가 가버립니다. 여기서 또 막걸리 한통을 비웁니다. 

  

□ 오봉산 도착하기 전에 본 옥정호

 

□ 오봉산 정상 - 513.2m

 

□ 오봉산 정상에서의 고집통

 

□ 옥정호 붕어섬을 배경으로 선 고집통

 

□ 오봉산에 본 운암대교가 있는 옥정호

 

      

벧엘기도원 간판이 있는 749번 지방도(11:22)를 지나고 다시 한 번 749번 지방도를 지납니다. 뚜렷하지 않은 산길을 따라 줄줄 내려오니 옥정호를 가로지르는 초당골의 새 운암대교(12:34) 앞749번 지방도에 또 내려섭니다. 도로를 따라 약간 이동하니 운암삼거리(12:40)가 나오고 오늘 점심식사를 예약한 『어부집』이 나옵니다. 빠가사리탕 국물에 또 막걸리 한통을 자빠뜨립니다. 빠가사리가 귀해서인지 가격은 메기보다 약간 비싼데 맛이 아주 일품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습니다. 

  

□ 749번 지방도 벧엘기도원 안내판

 

□ 호남정맥의 가을 1

 

□ 초당골 - 새로 짓고 있는 운암대교

 

□ 운암삼거리 - 어부집에서 빠가사리탕으로 점심식사

 

    

어부집에서 모퉁이를 돌았습니다만 산으로 오르는 길이 없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언덕배기로 그냥 치고 오릅니다. 아마도 어부집에서 오른쪽으로 돌았어야 했는데 우린 왼쪽으로 돌았나 봅니다. 모악지맥 갈림길(14:03)을 지나고 벌목지대를 지납니다. 벌목으로 인해 키 큰 나무가 없으니 막 자란 도깨비풀과 가시넝쿨이 길을 막습니다. 묵방산 오르는 길을 또 놓쳐버렸습니다만 가파른 언덕배기를 그냥 치고 올랐습니다. 묵방산(14:55) 정상의 돌무더기위 생긴 돌멩이 하나 얹어 놓았습니다.
급경사길 내려오니 여우치(15:20)마을이 나옵니다. 시끄럽게 짖어대는 똥개가 있어 삥 돌아 내려 왔습니다. 괜히 객기 부리다가 자칫 물리는 날엔 큰일이 나니까요. 시그널이 없어 그냥 옥정호를 따라 도는 749번 도로변까지 내려갔습니다. 또 뭔가 잘못된 것 같아 이번에도 산언덕배기를 치고 오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습니다. 가시넝쿨로 팔과 다리에 회를 치고 나서야 여우치(16:00)마을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했습니다. 

  

□ 모악산 분기점에서의 고집통

 

□ 호남정맥의 가을 2

 

□ 묵방산 가다 본 옥정호 운암대교

 

□ 묵방산 정상에서의 고집통

 

□ 여우치의 너와지붕 정자

 

      
여우치마을을 가로질러 엄청나게 큰 두 그루의 은행나무 밑을 지나고 묘지 터 뒤로 올라가니 한참을 찾아 헤매던 정맥길이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아무래도 여우에게 살짝 홀린 것 같은 느낌입니다. 노란 열매들이 길바닥에 떨어져 쫙 깔려 발에 밟히고 나무에는 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빽빽이 매달려 있어 난 그것이 귀염나무인줄 알았는데 은행나무였습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귀염나무를 모르고 은행나무라고 생각했으니 촌놈 자격이 없습니다.
283.5m봉을 지나고 커다란 물통을 지나고 가는정이마을(16:18)에 도착합니다. 왜 가는정이인지 몰라도 차라리 오는정이가 훨씬 낫지 않을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여우치에서 약간 헤매지 않았다면 아마도 옥정호 산장에 들러 막걸리 병을 하나 더 자빠뜨렸을 겁니다. 마음이 바쁜 관계로 옥정호 산장 옆을 그냥 스쳐 지나갑니다. 

  

□ 여우치의 거대한 은행나무

 

□ 가는정이 마을

 

     
여기도 여우치에서처럼 무덤 뒤쪽으로 돌아가니 길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언제나처럼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양입니다.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은 산봉우리지만 많이 힘듭니다. 어쩐 일인지 산 능선에 뚝 부러진 전봇대가 넘어져 있습니다. 전봇대가 있어야 될 이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더구나 부러진 채로 방치해 놓아도 안 될 그런 물건입니다. 성옥산(17:27)엔 별도의 표시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굴러가도 내려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하며 길가에 떨어진 밤송이를 발로 벌려가며 가는데 또 길이 이상합니다. 약간 길을 잘못 들어 두월리 윗마을 골목길을 통과하여 소리개재(18:15) 삼거리까지 찾아갔습니다.
오늘 정맥길은 이상했었습니다. 점심식사 전까지는 정말 무리 없이 편안한 산행을 했습니다만 점심식사 이후 긴장이 풀렸었나 봅니다. 무려 네 번씩이나 시그널을 놓쳐 정맥길을 잘못 들어 산길을 헤매는 일이 생겼습니다. 나지막한 능선들이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심심산골 첩첩산중이었다면 큰 일이 날 일이었습니다. 

  

□ 호남정맥 능선에 부러진 전봇대 - 왜 여기에 이런 것이?

 

□ 두월리 윗마을

 

□ 정맥길에서 주운 밤알 2개

 

□ 소리개재 - 호남정맥 세 번째 구간 산행 날머리

 

     
또 다른 즐거움이 오늘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근 정읍의 산외면 한우마을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굳이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쇠고기로 주린 배를 꽉 채웠습니다. 비거세황소 갈빗살 한 근을 집으로 끊어 오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읍에는 암소, 거세황소, 비거세황소 육우가 있답니다.
이번 정맥길은 명품식사 길이었습니다. 아침은 옥정호전망대 설리에서의 나물 백반, 점심은 운암 삼거리 어부집의 빠가사리탕, 저녁은 정읍 산외 한우마을의 한우 모듬세트 구이였으니 산행하며 이 이상 뭣이 있겠습니까? 돈이 좀 많이 죽어났다는 것 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