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1. 11. 13 (무박 2일)
◈ 어 디 를 : 호남정맥 5구간(개운치~중평용산길) – 내장산, 백암산
◈ 누 가 : 후종(감자바우), 만수(산타나), 동천 그리고 나(고집통)
◈ 날 씨 : 흐렸다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56시간 16분(5구간: 13시간 53분)
5일차 개운치(7:58)→중평용산길(18:06) 13시간 53분
◈ 정맥 산행거리 : 100.1Km(5구간: 22.4Km)
5일차 정맥 거리: 22.4Km
◈ 총 산행거리 : 개운치→망대봉→추령→유군치→장군봉→신선봉→순창새재→상왕봉→중평용산길
호남정맥 내장산 구간은 당초 1박 2일이 계획이었으나 잘난 고집통 내가 총무 일을 맡고 있는 상생회가 끼어드는 바람에 무박 2일로 일정을 조정하였습니다. 네 시간에 걸친 망산 산행에 이어 낮술 거나하게 취한 채 집에 들어오니 오후 다섯 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11시면 정맥길 나서야 하기에 채비 챙겨두고 짧은 시간이나마 눈을 붙여보려 해도 정신은 오히려 점점 맑아집니다.
밤새 진행할 산행에 대비하여 먹는 섬진강휴게소 짬뽕은 손가락만한 우동사리 때문에 지난 차수 재첩국 마냥 맛탱가리가 전혀 없습니다. 살려니 먹어야겠고 그렇다고 막상 먹을 건 없고 휴게소를 옮기던지 수를 내야겠습니다.
적막강산 새벽의 개운치(2:08)가 개 짖는 소리로 요란해졌습니다. 우리 일행 네 명이 호남정맥 5 구간을 하겠다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잠자는 개들을 깨웠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정맥길에는 젊고 참신한 새 멤버를 충원하였습니다. 감자바우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강동천이며 애기가 둘씩이나 있으면서 내달에 늦깎이 결혼식을 올린답니다. 그다지 말은 없지만 듬직함이 있어 보이고 20대에 산을 좋아한다는 요즘세상의 젊은이로써는 이해가 잘 안 되는 특이 스타일이지만 이번 정맥길의 길 친구가 되어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찹찹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이슬 머금은 산죽 밭을 헤치고 산속으로 진입해 들어갑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해보는 야간산행입니다. 거대한 통신탑을 머리에 이고 있는 망대산이 오늘 첫 번째로 공략하는 산입니다. 가쁜 숨이 토해져 나오고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배낭 속에 꾸깃꾸깃 집어넣습니다. 11월의 밤 날씨치고는 너무 온화합니다.
정맥길 가장자리에 철조망이 쳐져있어 개구멍을 통과합니다. 대인지뢰『크레모아 설치 되어있음』이라는 팻말이 후래쉬 불빛에 비쳐 섬뜩하지만 민간인이 출입하는 호남정맥에 설마하니 이런 무시무시한 것을 심어 놓았겠나 싶어 그냥 지나칩니다. 망대산(2:50) 꼭대기 시멘트광장에 올라서게 되고 희미한 실루엣의 거대한 통신탑이 우릴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통신탑엔 지기가 살고 있는지 안에서 목청껏 짖어대는 개소리에 주눅이 들어 겁먹고 근처 접근할 엄두를 못 내어보고 그냥 시멘트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한참을 걸어 내려가다 공사 중인 비포장 임도길이 있는 두들재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며 막걸리 한 사발로 시원하게 갈증을 풀어봅니다. 통신탑에서 느지막하게 개를 풀어 우릴 뒤쫓는지 개 짓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오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야 있겠습니까만은 그래도 사람 앞일은 모르는 일이니 정맥길을 따라 산속으로 바로 들어갑니다. 한참을 지나서야 개 짖는 소리가 멈추었습니다.
여시목(3:58)일 꺼라 생각되는 곳에는 과수원을 만드는지 나무를 자르고 산을 온통 까뒤집어 놓아 정맥길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한참을 헤맨 후에야 간신이 선답자의 시그널 하나를 찾아내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야간산행의 어려움이 여실히 들어났습니다. 아마도 송곳바위가 맞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추령 가는 길이 가공 산악회가 알바로 인해 고생했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사전공부를 너무 많이 한 것이 탈이 생겼습니다. 산타나가 입수한 정보는 출입통제 간판을 두고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이고 고집통 바로 내가 공부한 바로는 정황으로 보나 매달린 시그널을 보나 무조건 왼쪽이다 이기에 상호 의견조율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봉래씨에게 전화를 걸어보고 나서야 내 의견을 따르기로 하고 진행을 하게 되었지만 금방 나올 것 같은 추령은 나오지 않고 발아래에는 추령 넘어가는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만 보이니까 산타나의 걱정은 한이 없습니다. 고집 관철시킨 나도 덩달아 걱정이 살짝 됩니다만 이제 와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추령(6:40)의 포장마차 식당 불빛을 보고서야 걱정이 기우임을 알았고 대형 알바 모면함을 천만다행으로 여겼습니다.
추령에서 국밥과 동동주, 커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나니 날이 밝아졌습니다. 추령 주차장 옆 철조망 문을 통과하여 본격적인 내장산 산행에 접어듭니다. 장군봉의 위용에 숨이 멎을 것 같습니다. 발걸음이 자꾸 무거워집니다. 도저히 세 사람을 따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수요일 급체로 죽다가 살아난 이후 아직 제대로 시원하게 볼일을 못 본 것 같습니다. 나흘치의 분량을 보듬고 있으니 당연히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비탈진 언덕배기에 짝 다리로 쪼그리고 앉아 다리에 쥐 날 때까지 힘을 써보았지만 그다지 상쾌하지를 못합니다. 일행들이 유군치(7:55)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후 장군봉(8:43)에 올라설 때까지 무지막지한 까꼬막에서 나는 초죽음이었습니다. 정상에는 부지런한 몇몇의 산님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내장산 산행시 내장사로 하산한 연자봉(9:09)까지는 안개로 조망이 전혀 없습니다. 신선봉(10:08) 올라서는 까꼬막도 아주 죽여줍니다.
광주대불산악회 소속 순진해 보이는 아저씨 한분이 담근 과실주 한 병으로 우리 족발에 눈에 꽂혀 있습니다. 정년 이후 투자는 많이 해놓았는데 거둘 줄 몰라 소득이 별로 없다고 하시는데 참말로 넉넉해 보이는 분입니다. 지난주에 이어 같은 길을 방향만 바꾸어 걷고 있습니다. 까치봉(11:10) 바로 아래 삼거리에서 소죽엄재로 빠집니다. 이 길은 물론 호남정맥길이면서 백암산으로 연결되는 길이기도 합니다.
한 없이 내려갑니다. 소죽엄재(12:12)에서 물 없는 작은 계곡을 건넙니다. 그리고 순창새재 올라가는 완만한 길을 따라 몇 번을 더 계곡을 건너뜁니다. 대간과 정맥은 절대로 물을 건너는 경우가 없다고 들었는데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 호남정맥의 줄은 내가 그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길을 따라 가기는 간다지만 작은 의문이 남습니다.
순창새재(12:30)에서 상왕봉 올라가는 길은 또 왜 이리 빡십니까? 또 한 번 숨이 꼴까닥 넘어갑니다. 오늘 제대로 걸렸습니다. 최근 상왕봉(13:37) 정상에 가본 사람 있는지 모르겠는데 가서 보았다면 아마도 가관이었을 겁니다. 무슨 사람이 그리도 많은지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다는 말을 실감하였으며 사진 한 장 찍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웠습니다. 상왕봉에서 도집봉 사이 길 언저리에는 삼삼오오 모여 음식 잔치판이 벌어졌습니다. 급기야는 근처 무덤 꼭대기까지 점령하고 앉아 있습니다.
도집봉(14:20)을 근처에 멋진 소나무가 있습니다. 사진 찍겠다는 사람들로 이곳 또한 말 그대로 인산인해입니다. 이들은 모두 백양사에 올라온 사람들이었으며 헬기장에서 우리와 길이 갈렸습니다. 달랑 네 사람만이 구암사 갈림길(14:37)에 도착하게 되고 이곳이 곡두재라 믿었습니다.
착각은 자유지만 착각으로 인한 고통은 너무 크게 다가왔습니다. 로프 없는 암벽 타기도 그렇고 올 가을 떨어진 참나무 낙엽이 쫙쫙 미끄러집니다. 우리의 감자바우 관절의 고통을 호소합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오리지널 곡두재(15:25)에 도착했지만 우린 여기가 곡두재인줄 모르고 감상골재 1Km 전이라고 생각하며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웬걸? 가도 가도 감상골재가 나오지 않습니다. 거의 반 녹초가 되고 나서야 시멘트길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복흥택시 신창식님에게 전화를 돌렸습니다. 감상골재로 와 주십사고.
생각했던 국도길이 아닌 시멘트길이 의심스럽더니 감상골재가 아니고 중평용산길(16:03) 간판이 있습니다. 여기가 지도상 감상골재 1Km 전 그 길이었습니다. 오늘은 이미 심신이 지쳐버렸고 택시 또한 불러 놓은 상태라 여기에서 산행을 접고 다음에 이곳에서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미터기를 꺾어 26,000원으로 개운치에 내려주는 신창식님은 근래 보기 드문 엄청 양심가였습니다.
마무리는 순창읍내 『새집』이었습니다. 전날 다른 행사로 인해 심신이 피로한 상태인 채 최장거리에 대꼬박꼬가 가장 심한구간을 야간산행으로 강행하며 장장 14시간을 산에서 보냈습니다. 다리가 말을 잘 안 들어 고생은 하였지만 나름 야간산행에 대한 짭짤한 맛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일행들도 이어가는 정맥산행에 제대로 맛을 붙인 것 같습니다. 이번 무박에 맛을 들여 다음은 1박 2일 산행을 하잡니다. 나야 뭐 Very Good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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