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호남정맥[완]

[호남정맥 - 2] 헐! 그것 장난 아닐세!

산안코 2011. 9. 5. 23:14

□ 언            제 : 2011. 9. 3 (당일)
□ 어    디     를 : 호남정맥  2구간(슬치~영암부락재)–옥녀봉, 경각산, 치마산
□ 누            가 : 동수, 종근, 만수(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아주 맑고 더움
□ 정맥 산행시간 : 22시간 15분(2구간: 11시간 35분)
                        2일차 슬치(7:40)→영암부락재(19:15) 11시간 35분
□ 정맥 산행거리 : 42.2Km(2구간: 21.2Km)
                        2일차: 21.2Km, 옥녀봉: 왕복 0.1Km
□ 총    산행거리 : 슬치→갈미봉→쑥재→옥녀봉→효간치→경각산→불재
→치마산(도솔산)→작은불재→영암부락재(21.3Km)
 

호남정맥 두 번째구간 21Km라면 시속 2Km로 10시간이면 충분할 줄 알았습니다. 막상 산행 후에는 세상에나. 허어~ㄹ 입니다.
2011년의 가을은 어느덧 우리 곁에 살포시 파고들어 밤낮의 일교차를 제법 심하게 보입니다. 주인 잘못 만난 목구멍은 감기 끼가 있는지 헛기침과 함께 따끔거려 고생합니다.
내비게이션 아가씨도 잘 모르는 영암부락재에 주차하고 슬치까지 이동은 지난번 이용 경험이 있는 관촌택시 이학봉 기사님에게 한 번 더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2만원입니다. 슬치휴게소의 기사님 식당은 아침 손님으로 꽤나 붐빕니다. 늘 이용하던 고속도로 휴게소식당을 이용하지 않고   한방에 달려온 이유는 지난번 이곳에서 맛본 다슬기탕 맛을 못 잊어서입니다. 시원한 다슬기탕 국물이 속을 확 풀어줍니다.

  

□ 슬치 휴게소 - 호남정맥 두 번째 산행 들머리

 
  

17번국도 횡단보도를 건너니 슬치마을회관(7:40)이 있습니다. 우리의 기자 산타나가 서운해 할까 봐 단체사진의 모델이 되어줍니다. 마을회관 오른쪽 골목길로 올라가는 우릴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개와 닭, 소들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습니다. 감자골로 유명한 강원도 태생이면서 낼, 모레면 오십 줄이 다된 고고가 길가 콩밭의 콩잎을 감자 이파리라 합니다. 그 연세에 감자 모르고 콩 모르면 안 되는데...  허허 웃습니다.
임도를 따라 오르다 실치재에서 가시넝쿨 우거진 숲속을 헤쳐 들어갑니다. 무수히 많은 선답자의 산행기에 돌아가야 하는 정맥길을 예사로 지나쳐버려 알바 하였다는 곳을 요행이 찾아 오른쪽방향으로 90도를 직각으로 꺾어 내려갑니다. 후손들이 약간 있어 보이는 집안의 산소 앞을 지나고 745지방도 위 무궁화 꽃이 많이 핀 동물 이동통로(8:15)를 지나 줄곧 임도를 따라 진행합니다. 임도에는 가시넝쿨과 거미줄이 가는 길을 붙잡고 사람이 지나간 흔적조차 희미하고 그 많던 시그널마저 보이지 않아 이 길이 과연 정맥길이 맞나 의심스러워 집니다. 산딸기줄기 아니면 찔레가시일 것이리라 생각되는 가시가 바지를 뚫고 허벅지에 팍팍 꽂히는 느낌이 많이도 전해옵니다. 가던 길 멈추고 바지를 내려 보니 이건 뭐 허벅지의 살갗이 울퉁불퉁 부어오르고 도루코 칼로 난도질을 해놓은 것 같습니다.

  

□ 슬치 마을회관 - 우측 골목으로 진입

 

□ 슬치 동물 이동 통로 위 - 무궁화 꽃이 많이 피었음

 

□ 군부대 철조망 - 갈미봉 너머 쭉 이어짐

 
   

머나먼 임도길이 끝나고 폭발물 처리장이라는 군부대 경고판이 나오고 기나긴 철조망이 나옵니다. 철조망을 따라 오르면 헬기장이 있고 갈미봉(10:00)이라는 작은 간판이 나무에 매달려있습니다. 이젠 철조망을 따라 내려가는 길입니다. 만리향과 고고는 대명(代名)에 걸맞게 앞서 고고씽 입니다. 앞서가던 두 사람에게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만리향 앞에 가고 있던 고고가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합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거미줄이 만리향 얼굴에 걸리는 일이 없었는데 두 번이나 걸렸다는 것입니다. 세 사람이 산이 떠나가도록 불러 봐도 전화기를 돌려봐도 고고로부터 메아리가 없습니다. 더 이상 찾기를 포기하고 잠시 쉬고 있으니 지친 모습의 고고가 뒤에서 나타납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남관초등학교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 돌아온 것 같습니다. 이후로 고고가 절대로 앞서가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 갈미봉의 고집통 - 아직 생기가 철철 넘침

 

□ 쑥재의 시그널들

 

□ 옥녀봉 가다 만난 나무

 

□ 옥녀봉 오르다 바라본 금남호남정맥

 
   

쑥재는 누군가 매달아 놓은 하얀 시그널만이 쑥재(10:55)임을 알려줍니다. 옥녀봉 오르는 길이 무척 힘듭니다. 옥녀봉 갈림길(11:53)에서도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산타나와 고집통만이 옥녀봉(11:58)을 찾기로 하였습니다. 약 50m 근처에 옥녀가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거제도에만 옥녀봉이 네 곳이고 인근 통영에도 한산도, 사량도등에 있듯이 우리나라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옥녀봉이 많이 있는데 나름 그 이름을 갖기까지는 여러 가지 사연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지도상에는 한오봉(12:22)이라는 산은 없지만 정상 표지 목은 있습니다. 첫 번째 편백나무밭(12:30)을 지납니다. 두 번째 편백나무 밭에서는 피톤치드 마셔가며 점심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옛 속담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주둥아리가 삐뚤어진다고 했거늘 이곳 모기는 어째 이리도 다리며 팔을 물어뜯는지 모르겠습니다. 속담을 전혀 모르는 신세대 모기들인가 봅니다.

  

□ 옥녀봉 갈림길

 

□ 옥녀봉 정상의 고집통

 

□ 한오봉 정상

 

□ 편백나무 숲 - 이런 곳을 두 번 지나감

 

  

헝겊 쪼가리가 효간치(13:50)임을 알려줍니다. 경각산 오르는 길은 로프까지 매달려 있는 힘든 길입니다. 경각산(14:50) 정상도 헬기장이 있고 컨테이너 송신탑과 철제로 된 산불 감시초소까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내리막길이 참 멀다고 생각하며 터덜터덜 내려서는 길에 멋진 작품 소나무 한그루가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망이 확 트이는 전망암이 있고 멀리 전주시내와 인근 구이저수지 그리고 오늘 가야할 길의 불재가 시야에 펼쳐져 있습니다.

  

□ 효관치

 

□ 경각산 오르다 본 마이산

 

□ 경각산 오르다 휴식 중인 산타나와 고집통

 

□ 경각산 로프 길의 만리향

 

□ 경각산의 고집통

 

□ 경각산에서 불재로 내려가다 만난 예술품 소나무

 

□ 전망 바위에서 바라 본 전주시

 

□ 전망 바위에서 본 구이저수지

 
   

불재(15:30) 참숯 가마 사장님의 허락을 받아 마당의 수도로 식수를 보충하고 세수도 하였습니다. 인근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어 여럿의 패러글라이딩이 잠자리 마냥 하늘을 수놓고 있습니다. 오후 한때 따가운 햇볕은 절정을 달리고 있습니다. 바닥까지 내려갔다 다시 치고 올라가는 치마산 자락이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지도상 치마산은 분명 정맥길에 있는 것이 아니고 살짝 벗어났는데 완주군에서 구이면 둘레길을 조성하면서 607봉(17:12)을 치마산이라 칭해 놓았습니다.  작은불재 또한 1Km 밖에 있음에 불구하고도 3.8Km 밖에 있는 영암부락재를 작은불재라 해놓았습니다. 지명을 관청에서 함부로 바꾸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지도와 다른 이정표를 보고 산행을 하는 우리는 많이 헷갈립니다. 본래대로 빨리 돌려놓았으면 좋겠습니다.

  

□ 불재 - 불재의 참숯 가마로 진입

 

□ 치마산(도솔산) 정상의 고집통

 
  

작은불재를 지나고 440봉(18:33)을 지날 즈음에는 건너 모악산으로 해가 늬엿늬엿 넘어가고 있습니다. 야간산행을 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벌써 예상시간 10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는 것입니다. 호남정맥을 시작하면서 주간 산행만을 생각하고 계획하였었는데 이렇게 되면 향후 일정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520봉(18:50) 정상 바위에 올라앉아 또 눈앞의 삼각뿔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일행들의 체력은 고갈되고 내 오른쪽 무릎관절에 없던 통증이 생기고 어스름은 내려앉기에 정말 걱정이 됩니다. 그런데 유심이 바라보니 우리가 앉아 쉬고 있는 바로 아래 꾸불꾸불 차도가 보입니다. 오늘 넘지 않아도 되는 삼각뿔인 것입니다. 희망을 가지고 약간을 이동하니 전망암이 나오고 영암부락재로 올라오는 꼬부랑 차도가 확연히 들어납니다. 안도의 한숨을 돌렸습니다. 전망암에서 내려가는 길이 아주 위험합니다. 이미 해는 넘어가고 랜턴 불빛에 의존하지 않고 내려갈 수가 없습니다. 임실군 신덕면 간판이 기다리는 영암부락재(19:15)에 파김치가 된 채 도착했습니다. 이번구간은 구간 마지막에 유난히 삼각뿔 형상의 높은 산들이 많았기에 더 힘든 산행을 한 것 같습니다.

  

□ 모악산 방향으로 넘어가는 해

 

□ 정맥길 더위에 지쳐 눈 풀린 고집통

 

□ 전망암에서 바라 본 완주에서 영암부락재 오르는 꼬부랑길

 

□ 어둠에 쌓인 영암부락재 - 호남정맥 두 번째 산행 날머리

 
   

놀며 즐기자고 시작한 호남정맥길인데 군사훈련을 방불케 하는 이런 극기 훈련으로 취지가 많이 변색해 가고 있습니다. 그냥 살방살방 걸어가면 언젠가 광양의 외망포구에 도착해 있을 거라는  내 생각이 잘못된 것입니다. 이러면 곤란한데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 앞으로의 일정이 걱정으로 다가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해가 점점 빨리 떨어질 것이고 그러면 같이할 손님도 떨어질 것이고 말입니다.
그래도 다음구간 딱 한번만 더 바짝 당겨보고 후일을 도모하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