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호남정맥[완]

[호남정맥 - 6] 추월이가 나를 반기다

산안코 2011. 12. 14. 07:29

◈ 언            제 :  2011. 12. 10 ~ 12. 11 (1박 2일)
◈ 어    디     를 :  호남정맥  6구간(중평용산길~오정자재) 추월산, 치재산
◈ 누            가 :  후종(감자바우), 만수(산타나) 그리고 나(고집통)
◈ 날            씨 :  6 일차: 흐렸다 맑음, 7일차: 흐림
◈ 정맥 산행시간 :  70시간 51분(6구간: 14시간 35분)
                         6일차 중평용산길(6:43)→천치재(16:43) 10시간 00분
                         7일차 천치재(7:06)→오정자재(11:41) 4시간 35분
◈ 정맥 산행거리 :  127.0Km (6구간: 26.9Km)
                         정맥 거리 6일차: 20.0Km, 7일차: 6.9Km
◈ 총    산행거리 :  중평용산길→감상굴재→대각산→밀재→추월산→천치재(1박)→치재산
→용추봉→오정자재(26.9 Km)
   

백두대간 끝자락 향로봉에 무려 1m의 눈이 내렸다는 TV뉴스가 나옵니다. 타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거제에는 이 새벽 비가 치적치적 내리고 있습니다.
호남정맥 여섯 번째 찾아가는 캄캄한 남해고속도로 상에도 보슬비가 뿌리고 있어 겨울날 우중산행이 진행 될 것에 염려가 밀려옵니다. 한편으론 올 첫눈을 호남정맥에서 만났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봅니다. 순창의『 24 시 김밥』집이 다슬기 국으로 새벽 민생고를 해결해줍니다.
중평용산길 입구 『하늘을 벗 삼아』마당에 주차를 합니다. 지난 정맥길에 감상굴재로 착각하여 내려 오던 중 눈 찜을 하였으며 오늘 저녁 하룻밤을 이곳에서 머물 작정이기 때문입니다. 
친절한 산타나가 신기한 기술을 한 가지 터득해 왔습니다. 감자바우 무르팍에 성심껏 테이프를 발라 주고 있는 모습이 한때 내가 즐겼던 스포츠 테이프요법을 익혔나 봅니다. 장담컨대 저것 오래 가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아주 귀찮은 일이니까요.

  

◈ 『하늘을 벗 삼아』 마당에서 산타나가 감자바우에게 스포츠 테이프 시술을

 

◈ 중평용산길 - 호남정맥 여섯 번째 산행 들머리

 
   

중평용산길(6:43) 간판이 헤드랜턴 불빛을 받아 반짝거립니다. 하늘이 도와주심에 비는 오지 않아 상큼하게 호남정맥 여섯 번째 길로 접어듭니다. 벌목 한다는 표지판이 있고 벌목 차량바퀴 자국으로 길바닥이 진흙투성이가 나오지만 그냥 진행하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좌회전하여 마을로 향합니다. 곶감 말리는 집이 있는 강선마을을 지나 애타도록 기다리던 49번 지방도 감상굴재(7:10)에 도착합니다.
바짝 마른 오미자나무에는 새까만 열매가 매달려 있습니다. 감자바우가 다섯 가지 맛이 날것이라며 먹어보길 권하지만 그러고 싶진 않습니다. 철조망 안에는 복분자 줄기도 있습니다. 대각산(7:38) 오르기는 그다지 힘들지 않습니다. 칠립재를 지나고 거대한 느티나무가 있는 어은재(8:55)에 도착합니다. 300년을 전남, 북 경계로 내려 보고 있으며 번영을 상징하는 여섯 갈래 가지를 가진 보호수입니다. 

  

◈ 감상굴재 (강선마을)

 

◈ 감상굴재 복분자 밭

 

◈ 벌목지대 - 부러진 소나무

 

◈ 오미자 밭의 오미자열매들

 

◈ 300년도 넘은 느티나무

 

   

경남과 전북을 경계로 시작하는 금남호남정맥 시작점 영취산을 출발하여 전라북도 안에서만 뱅뱅 돌았지만 이제 도장봉(9:06)에 올라섬으로써 전라남도 담양군과 전라북도 순창을 가르는 도경계가 시작됩니다. 희한합니다. 정확하게 도를 경계로 전북에는 쭉쭉 빵빵 낙엽송이요 전남은 느낌 좋은 토종 소나무가 늘어져 있습니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는 몰라도 기분은 약간 묘합니다.
산죽이 아닌 대나무 밭을 지나고 다시 한 번 그 자태가 너무 웅장하여 경이롭기까지 한 느티나무를 만납니다. 병풍지맥 분기점(10:38)에 지날 즈음은 여태까지 찌푸리고 있던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멀리 담양의 아름다운 들판들이 조망됩니다. 추월이가 나를 반길 준비를 하고 있나봅니다. 아무래도 항목탕재 이정표는 아무렇게나 방치된 것을 보아하니 제 자리를 못 찾은 것 같습니다. 

   

◈ 도장봉에서의 고집통

 

◈ 호남정맥 길을 기준으로 순창군은 낙엽송, 담양군은 소나무

 

◈ 300년 넘은 칡넝쿨

 

◈ 또 300년 넘은 느티나무

 

◈ 병풍지맥 갈림길의 고집통

 

◈ 호남정맥 지천에 깔린 참나무 잎

 

◈ 밀재 가던 중 열린 하늘

 

    

얼마 지나지 않아 792번 지방도 밀재(11:56)에 내려섭니다. 처음으로 사람이라는 생명체를 구경합니다. 단체로 왔다가 길을 잘못 하산해버린 네 사람의 산님을 만났습니다. 고집통처럼 홀로 산행을 즐기는 산님 한분이 우리보다 앞서 추월산을 향합니다. 당연히 추월산을 오르는 길이니 그 산님을 우리가 추월을 했습니다. 추월바위봉(12:40)까지 참말로 빡십니다. 몇 년 전 지인들과 마눌님도 함께 월계리에서 보리암으로 올라본 적이 있는 추월산(12:53)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때 담양호의 경치가 너무 좋아 한참을 황홀함에 빠져 있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보리암봉이 호남정맥에서 약간 벗어나있어 그 경치를 못 봄에 약간 아쉽지만 추월의 하늘은 청명한 날씨를 보장해주고 수리봉(13:59), 깃대봉으로 이어지는 기암봉들의 향연이 그 아쉬움을 대신 해줍니다.
아슬아슬한 암봉이 나오고 위험천만한 길이 이어집니다. 사법연수원(15:17)까지 슬슬 기다시피 하여 도착합니다. 까만 삽살이 한 마리 사람이 그리운지 엄청 반가워하며 호남정맥길을 앞서 안내합니다. 고맙긴 하지만 너무 멀리까지 따라 오는 것 같아 잘 타일러서 돌려보내긴 하였지만 삽사리가 많이 아쉬워하는 눈초리였습니다. 

  

◈ 밀재에서의 고집통

 

◈ 토선생 얼굴형 나무

 

◈ 추월산 정상의 고집통

 

◈ 추월산 정상에서 본 담양호

 

◈ 추월산 능선의 악어바위

 

◈ 수리봉에서 담양호를 배경으로 선 고집통

 

◈ 수리봉 정상

 

◈ 사법연수원 - 가인연수원

 

◈ 사법 연수원 삽살이 - 자꾸 따라 오기에 꼬셔서 연수원으로 돌려보냄

 

    

북추월산(15:50)이라 해놓았는데 지도상엔 없습니다. 거대한 대문자 『 U 자』형 길이 조망됩니다. 그리고 산신산(16:30)도 나옵니다만 이 또한 지도상엔 없습니다. 그냥 쭈욱 내려갑니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천치재(16:43)에 내려섭니다. 천치재에서 감상굴재까지 복흥택시비는 10,000 원 입니다.
하늘을 벗삼아가며 호남정맥을 걸었고 『하늘을 벗 삼아』에 들러 참이슬과 닭볶음탕으로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절절 끓는 황토방바닥에 몸을 눕혔습니다.  옹기지붕 『하늘을 벗 삼아』는 차와 음악 그리고 맛난 음식이 있고 황토방으로 숙박까지 가능해 호남정맥꾼들에 인기 만땅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안사장님 인심이 후해 직접 재배하였다는 군고구마와 내일 산행을 위한 찐 고구마까지 서비스해줍니다. 정맥꾼들이 많이 지나갔음인지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잘도 알아서 챙겨줍니다. 
친절하게도 새벽에 출발할 것을 대비해 안사장님이 황태콩나물국까지 미리 준비해줍니다.

  

◈ U자형 도로

 

◈ 천치재에서의 고집통 - 호남정맥 여섯 번째 첫째 날 산행 날머리

 

◈ 『 하늘을 벗 삼아』 - 1박 (저녁, 아침식사 해결)

 
   

2일차 출발선에 돌아온 천치재(7:06)는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천치재를 출발하여 임도를 만나고 능선으로 오르고 또 임도를 만나고 또 능선을 타고 걷던 중 오래간만에 일출을 만납니다. 그리고 치재산(8:34)정상에 오릅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추월산의 보리암봉은 사람얼굴 형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담양호를 가운데 두고 어제 오후부터 한 바퀴 삥 돌고 있습니다. 용추봉(9:38)도 지납니다.

  

◈ 천치재의 아침 - 호남정맥 여섯 번째 둘째 날 산행 들머리

 

◈ 치재산 오르다 본 일출

 

◈ 검은 머리 고집통

 

◈ 치재산 정상의 고집통

 

◈ 정광사 근처 부처 닮은 돌탑

 

◈ 정광사 삼거리

 

◈ 용추봉 정상의 고집통

 

◈ 바위 능선 지대

 

  

참나무 낙엽 속에서 계절에 맞지 않게 색깔 고운 버섯 하나가 자라고 있습니다. 어젠 진달래꽃이 핀 것을 보았는데 지구의 이상기온으로 식물들마저 계절감각을 잊어버렸습니다. 정맥길 가는 중간 중간에도 잘려 나가는 나무들을 보니 인간들이 자연에게 큰 죄를 짓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밤나무 밭이 나오고 산 능선을 따라 전기울타리가 쳐졌고 감전주의 표지판이 설치되어있습니다. 진짜로 전기를 흘리는지 몰라도 위험천만입니다. 틀림없이 짐승들은 글자를 못 읽을 것이고 사람들을 의식한 전기울타리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호남정맥길 통행로까지 가로질러 놓았으니 야간산행을 한다면 백발백중 걸릴 것 같습니다.
산내들 21만평에 염소들을 방목하고 있다니 엄청난 규모의 농장입니다. 아마도 10년도 더 전에 철사로 울타리를 쳤었나 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철사를 몸속으로 받아들여 절반정도 잘린 소나무를 바라보고는 마음이 참 많이도 아픕니다. 이번에는 목련나무가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 겨울버섯 - 이름 모름

 

◈ 염소 방목장 전기울타리

 

◈ 소나무를 잡아먹은 울타리

 

◈ 새싹을 틔운 목련나무

 

   
오정자재(11:42)는 왜 오정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옛날에 오정자씨가 근처에 살았나 봅니다. 아니면 오동나무로 만든 정자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1박 2일의 호남정맥 여섯 번째인 추월산구간을 안전하게 마무리하였습니다. 

  

◈ 오정자재의 고집통 - 호남정맥 여섯 번째 산행 날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