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호남정맥[완]

[호남정맥 - 8] 光風霽月

산안코 2012. 1. 8. 23:38

◈ 언            제 : 2012. 1. 07 (당일)
◈ 어    디     를 : 호남정맥 8구간 (방축재~방아재) – 서암산, 괘일산, 연산
◈ 누            가 : 후종(감자바우), 만수(산타나) 그리고 나(고집통)
◈ 날            씨 : 아주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90시간 34분(8구간: 10시간 43분)
                         9일차 방축재(6:00)→방아재(16:43) 10시간 43분
◈ 정맥 산행거리 : 162.2Km(8구간: 18.8Km)
                         9일차: 18.8Km, 설산삼거리→설산(왕복 1.6Km)
◈ 총   산행거리 : 방축재→88고속도로→고지산→서암재→서암산→설산삼거리→설산
→괘일산→과치재(호남고속도로)→연산(505.4m)→방아재(20.4km)
 

순창의 24시 김밥 집에서는 막걸리를 팔지 않습니다. 인근 마트에서 사가지고 와도 결코 마실 수 없습니다. 뚜껑을 열지 않은 채로 식탁 위에 올려두어도 안 된다는 아주머니 쇳소리에 제법 한 성질 하는 감자바우가 막걸리 통을 쓰레기통으로 홱 던집니다. 먹는 음식인데 어디 그래서야 쓰겠습니까? 잘 챙겨 배낭에 주워 담았습니다. 꼭두새벽에 뭔들 입맛이 있겠습니까만 그러고 나니 이집 청국장도 맛탱가리 없기는 매한가집니다. 지난번에는 그런대로 맛있었는데 말입니다.
12년1월 첫 호남정맥 들머리인 방축재(6:00)에 우리 세 사람이 섰습니다. 잠자는 강아지를 우리가 깨워버렸습니다. 온 동네가 떠나갈듯이 짖어대니 동네 주민들께 미안합니다. 농로 길에는 몇 일전 내린 눈이 녹지 않았으며 사람 지나간 흔적은 없고 몇몇 동물 발자국만 찍혀 있습니다. 

  

◈ 방축재 - 호남정맥 여덟 번째 산행 들머리

 

  
컨테이너가 있는 세갈래 길에서 왼쪽으로 그리고 또 다른 세갈래 길에서 또 왼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그리고 고속도로 같잖은 88올림픽고속도로(6:20)에 내려섭니다.
고속도로 변을 걷는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고속도로에 웬 사람이 가느냐며 지나는 차량들이 빵빵거리며 달립니다. 이 또한 미안한 일입니다만 그러지 않으면 호남정맥을 갈수 없습니다. 약 1Km를 그렇게 가다 안개주의 표지판지점에서 고속도로와 이별하여 산속으로 파고듭니다. 고지산(7:00)이며 제법 숨이 찹니다.
다시 한 번 88올림픽고속도로(7:35)를 만나게 되고 이번에는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건너뛰어야 하나 위험천만이라 도로 아래 배수로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배수로는 얼음이 꽁꽁 얼어 아주 미끄럽습니다. 

  

◈ 88올림픽고속도로 변을 걸어야 되는 호남정맥길

 

◈ 88올림픽고속도로를 따라 가다 안개 잦은 지역 간판에서 고지산으로

 

◈ 고지산 정상의 고집통

 

◈ 88올림픽고속도로 아래 꽁꽁 언 배수로

 

  

아침 태양이 솟아오릅니다. 요즘 일출 볼일이 많아져 카메라에 담아는 보지만 예전처럼 감동 먹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김밥 집에서 챙겨 온 막걸리로 에너지 보충을 하니 버리지 않고 챙겨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봉황산(8:26)을 지나고 소나무들과 공생하는 대나무밭을 지나 서암재에 내려서니 일목마을에서 할머니 한분이 걸어오십니다. 병원을 가시는데 마을까지 버스가 오지 않아 신작로까지 힘들게 나가셔야 한답니다.
서암산 가는 팻말을 지나 상신기마을(9:00) 어귀에 도착했습니다. 빨간 스레트집 할머님께서 장독대로 나오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추운데 뭐 하러 등산하누?~ 」「좋으니까요. 그래도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둘러 가지 말고 이리로 가래이~ 」하시면서 장독대를 통해 마당으로 대문을 열고 가길 권하십니다. 「감사합니다」.
『光風霽月』이라는 현판이 집 마루에 걸려 있습니다. 비가 갠 뒤의 맑게 부는 바람과 밝은 달로써 마음이 넓고 쾌활하여 아무 거리낌이 없는 인품이라는 뜻으로 할머님 성품과 잘 맞아 떨어지는 문구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믿지 않으려 하지만 고집통 인품도 광풍제월이나 똑같습니다. 

   

◈ 호남정맥 일출- 하나

 

◈ 호남정맥 일출 - 둘

 

◈ 봉황산 정상

 

◈ 일목마을 도착 전 대나무 밭

 

◈ 서암산 가는 표지판

 

◈ 상신기마을 아침 전경

 

◈ 상신기마을 광풍제월이 있는 빨간 스래트집 할머님 배려로 대문 열고 통과

 

   

복숭아밭을 가로질러 서암산으로 오르는 길은 거의 직각이나 다름없는 까꼬막입니다. 숨이 거의 꼴까닥 넘어갈 즈음 시야가 확 트이는 산불감시초소가 나오고 눈을 하얗게 뒤집어쓴 강천산과 추월산 모습을 조망해 봅니다. 잠시 후 서암산(9:40) 정상에 올라섭니다. 

  

◈ 서암산 아래 산불감시 초소

 

◈ 햇살 받은 눈 입자

 

◈ 서암산에서 본 추월산과 강천산

 

◈ 서암산 정상

 

◈ 독수리 바위? 또는 비둘기 바위?

 

◈ 사람과 산돼지 동행

 

 

서흥고개를 지나고 철탑이 있는 밀재(11:10)도 지납니다. 설산삼거리에서는 설산을 가느냐 마느냐의 망설임 끝에 감자바우와 배낭을 두고 갔다 오기로 했습니다. 800m 거리를 예사로 생각했습니다만 오르막길 장난이 아닙니다. 설산(11:38) 정상에는 한 떼거리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라면을 끓이고 술판이 벌어져있습니다. 멀리 지리산 반야봉도 조망됩니다. 막걸리 한잔 얻어 마시고 달리다시피 하여 내려오니 30분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 버렸습니다. 아슬아슬 암봉을 타고 넘어 경관이 멋진 괘일산(12:28) 정상에 올랐습니다. 돼지껍데기와 주물럭을 배 터지도록 먹었습니다. 무이산(14:13)등 나지막한 봉우리들을 부지런히 넘어가다 29번국도 과치재(14:55)에 도달하니   앞으로 가야할 거리와 해 넘어갈 시간이 걱정되어 마음이 바빠집니다. 

  

◈ 설산 정상의 고집통

 

◈ 설산 정상에서 본 지리산 반야봉

 

◈ 괘일산을 배경으로 고집통

 

◈ 괘일산 정상의 고집통

 

◈ 무이산 정상

 

◈ 과치재 - 호남고속도로

 

   

건너편 연산 가는 길은 호남고속도로가 가로막아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약 500m를 이동하다 이번에도 고속도로 배수로를 통과하고 철계단을 타고 올라갑니다. 연산은 오늘 마지막으로 힘을 써야하는 구간으로써 제법 높이가 있는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람 혼을 쏙 빼놓는 산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다지 가파른 경사 길은 아니지만 아무리 가도 호락호락하게 정상을 보여주지 않는 그런 산이었습니다. 서암산에 이어 오늘 두 번째로 숨이 꼴까닥 넘어갈 즈음 연산(16:20)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와 모후지맥(통명지맥) 분기점이라고 휘갈겨진 표지판이 있습니다.
이제 방아재로 하산입니다. 다음구간의 무등산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맥길목에 호남정맥하시는 분들을 위해 힘을 실어주는 문구가 매달려 있습니다. 힘이 팍팍 납니다. 방아재가 보이고 대덕택시로 전화하니 5분 내로 도착하겠답니다. 방아재(16:43)에 도착하고 등산화 흙을 털기도 전에 택시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오늘 산행은 힘든 하루였지만 나름 재미 그것 참 쏠쏠했습니다. 

  

◈ 이번에는 호남고속도로 배수로 통과

 

◈ 호남고속도로에서 철 계단 타고 올라 연산으로

 

◈ 연산 정상(통영지맥 분기점)

 

◈ 호남정맥 종주 격려 문구 - 감솨 감솨

 

◈ 연산 하산하다 본 무등산

 

◈ 방아재의 고집통 - 호남정맥 여덟 번째 산행 날머리

 

  

대덕택시 기사님 정말 재미있습니다. 만약 곡성으로 들어올 생각이 있으면 자기를 찾아와서 야산을 통째로 사잡니다. 그리고 그 산에 산삼 씨앗을 뿌리고 은행나무를 심으랍니다. 영 생뚱맞은 생각은 아닌가 같기에 다음에 그럴 필요를 느꼈을 때 그러기로 하였습니다. 일단 참고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오늘 산행하면서 좋은 것 한 가지 배웠습니다. 바로 광풍제월입니다. 비가 갠 뒤의 맑게 부는 바람과 밝은 달로써 마음이 넓고 쾌활하여 아무 거리낌이 없는 인품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