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호남정맥[완]

[호남정맥 - 9] 호남정맥 절반을 걷다

산안코 2012. 1. 30. 02:40

◈ 언            제 : 2012. 1. 28 (당일) 

◈ 어    디     를 : 호남정맥  9구간 (방아재~유둔재) 만덕산, 국수봉
◈ 누            가 : 후종(감자바우), 만수(산타나) 그리고 나(고집통)
◈ 날            씨 : 아주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99시간 44분(9구간: 9시간 10분)
                        10일차 방아재(6:18)→유둔재(15:28) 9시간 10분
◈ 정맥 산행거리 : 181.2Km (9구간: 19.0Km)
                       10일차: 19.0Km
◈ 총    산행거리 : 방아재→만덕산→호남정맥 중간지점→수양산→국수봉→노가리재
→최고봉→유둔재(19.2Km)
 

담양 땅에는 방아재가 둘 있습니다. 우리가 찾아가야 할 방아재는 대덕 방아재이나 네비게이션은 엉뚱하게도 남면 방아재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호남정맥의 방아재일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었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께름칙하여 확인해보길 참 잘하였습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을 뻔 했습니다. 나중에 택시기사에게 알아본 결과 대덕 방아재가 오리지널이랍니다.
날씨가 추울 것을 예상하여 두꺼운 패딩을 준비하였건만 방아재(6:18)의 새벽날씨는 봄날이나 다름없습니다. 호남정맥 아홉 번째 구간 출근길에 산토끼 한 마리 후다닥 놀라 문안인사 올립니다. 방아재에서 만덕산 오르는 길이 아주 힘듭니다. 호남정맥 첫 구간에서 만덕산이 있었는데 호남정맥에서 두 번째로 만덕산을 만납니다. 만인에게 덕을 베푼다는 산이어서 만덕산이라하고 만덕산 아래 마을 사람들은 만덕산의 석간수를 마셔 예부터 병 없이 장수하는 마을로 알려져 있다 합니다.

  

◈ 방아재의 새벽 - 호남정맥 아홉 번째 산행 들머리

  


만덕산 할미봉(7:22)에 올라서니 어슴푸레 날은 밝아오고 지난번 산행 때 멀리만 느껴졌던 무등산이 한층 가까이에 다가와 있고 뒤로는 추월산도 희미하게 조망됩니다. 산타나(만수)의 친동생이 만덕이라기에 그렇다면 만덕이 할매가 산타나의 할매이기도 하다고 무지 시시콜콜한 조크도 한번 날려가며 웃어봅니다. 등로변 신선바위는 창평 들판을 굽어보며 세상 인간들이 아옹다옹 살아가는 모습을 즐기고 있어 그래서 신선바위가 되었나 봅니다.

  

◈ 만덕산 할미봉에서의 고집통

 

◈ 만덕산 정상에서 본 무등산

 

◈ 만덕산 능선의 신선바위

 

◈ 만덕산의 멋진 전경

 
  
청운마을 임도길 사거리(7:55)에서 산타나가 보온밥통 속 삶은 계란을 끄집어내는데 아주 뜨끈뜨끈 죽여줍니다. 막걸리 한통이 후딱 사라집니다. 잠시 후 호남정맥 중간지점 231Km 표지판(8:29)이 나옵니다. 영취산에서 출발하여 백운산에 이르는 462Km의 중간지점을 표시하였으니 금남호남정맥을 포함한 거리입니다. 지난 6월에 금남호남정맥에 첫발을 올린이후로 호남의 명산 줄기들을 거침없이 부지런히도 달렸습니다.
수양산 삼거리에서는 수양산 정상가기를 포기했습니다. 선돌마을이라고도 하는 입석마을(8:59)에는 마을을 지키는 350년 된 느티나무가 있고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표지석도 있습니다. 향후로도 그 범죄가 계속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월봉산도 정맥길 0.9Km를 벗어나있어 갔다 오기를 포기하고 바로 국수봉(9:42)으로 올랐습니다. 녹색 산불감시 초소가 있으나 감시원은 보이지 않습니다.

  

◈ 청운마을 임도 사거리에서의 아침 햇님

 

◈ 청운사거리 임도에서 당겨 본 무등산

 

◈ 호남정맥 중간지점에서 고집통 - 금남호남정맥과 호남정맥(영취산~백운산)을 더한 중간지점

 

◈ 범죄 없는 마을 입석마을

 

◈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국수봉

 
  
하늘은 점점 맑아지고 시계는 좋아 무등산이 잡힐 듯이 바로 눈앞에 나타나고 아주 넓은 창평 들판이 선명하게 조망됩니다. 폐쇄된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지나고 헬기장이 잘 조성된 쌈빡한 새 활공장(11:05)에서 잠깐의 여유를 가져봅니다. 패러글라이딩 좋아하는 아들래미 생각이 납니다.
명태새끼가 노가리인데 고개이름이 노가리재(11:10)인 꼬불꼬불 고개가 나옵니다. 노가리재는 사슴을 닮아 녹치라고 했으며 높은 또는 너른의 변음에서 노가리재가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며 섬진강과 영산강의 분수령이기도 합니다. 동물 이동통로가 조성되어 있으나 동물이 지나간 흔적은 어느 곳을 찾아봐도 없습니다.

  

◈ 국수봉 능선에서 본 창평 들판

 

◈ 꼬불꼬불 노가리재 고개 길

 

◈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의 고집통

 

◈ 동물이동 통로 위에서 노가리재를 내려다보고

 
  
성리학자 하서 김인후선생의 오언절구로 읊은 시 소쇄원 48영 중에서 제5영[석경반위(石逕攀危) -  위험한 돌길을 더위잡아 오르며]가 등로변(12:55)에 있습니다. 바로 아래 내가 옛날에 한번 가본 적이 있는 소쇄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문과 주석 그리고 현대역이 같이 표기되어 있으나 무지한 나로서는 도저히 그 깊이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네이버에게 물었습니다만 그래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피차일반입니다.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 一逕連三益 ]  일경연삼익  (길은 하나련만 삼익우가 잇달아)
 [ 攀閑不見危 ]  반한불견위  (더위 잡기 손 쉬워 위태롭지 않아)
 [ 塵元自絶 ]  진사원자절  (속세의 인간은 본래 근접을 못 하는 곳)
 [ 苔色踐還滋 ]  태색천환자  (이끼는 밟을 수록 한결 파랗네) 

  

◈ 소쇄원 48영중 하나인 석경반위 ( 石逕攀危 )

 
  
돌탑이 있는 최고봉(13:00)에서 오늘 처음으로 연식이 약간 있어 보이는 남녀 산님을 만났습니다. 보기에 약간 사연 있는 관계로 여겨지나 그렇다고 그런 사이냐고 물어 볼 수는 없었습니다. 단체사진 한 장을 부탁하고 바로 까치봉(13:14)으로 향했습니다. 새목이재를 지났는지 몰랐습니다. 유둔봉(14:31)을 지나고 또 어산이재가 어딘지도 모르고 휑하게 지나갔습니다. 
대나무가 많은 임도를 따라 내려가니 따뜻한 날씨로 인해 얼었던 길바닥이 녹아 신발에 진흙투성이가 되고 이내 유둔재(15:36)에 내려서게 됩니다.

  

◈ 최고봉 아닌 이름만 최고봉

 

◈ 유둔봉에서의 고집통

 

◈ 어둔이재일 것이라 추측되는 대나무 길에서의 산타나

 

◈ 유둔재 - 호남정맥 아홉 번째 산행 날머리

 
  
담양 남면 선일개인택시 기사님께 이 지역에서 간단하게 식사가 가능한곳을 물어보니 창평시장 내 원조 시장국밥집을 추천합니다. 지난번 대덕택시기사님도 같은 곳을 추천해 주셨기에 이번엔 가보 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 입맛이란 것이 참 희한합니다. 시골의 작은 시장 통 국밥집에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이집으로만 계속 몰려듭니다. 주위에 다른 집도 엄청나게 많은데 말입니다.
뚝딱 하다 보니 벌써 호남정맥을 절반 건넜습니다. 어제아레 시작한 것 같은데 무지 빠르게 걸었나 봅니다. 앞으로는 즐겨가며 여유도 좀 부려가며 걸어야겠습니다. 다음은 무시무시하게 높은 무등산이 하얀 옷을 입고 우리가 와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2주 뒤에는 1박 2일로 찾아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