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2. 3. 01 (당일)
◈ 어 디 를 : 호남정맥 11구간( 돗재~개기재) – 태악산, 두봉산
◈ 누 가 : 후종(감자바우), 종근(고고), 만수(산타나) 그리고 나(고집통)
◈ 날 씨 : 13일차: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137시간 03분(11구간: 8시간 00분)
13 일차 : 돗재(6:30)→개기재(14:30) 8시간 00분
◈ 정맥 산행거리 : 228.8Km (11구간: 14.8Km)
13 일차 : 14.8 Km
◈ 총 산행거리 : 돗재→태악산→노인봉→성재봉→말머리재→촛대봉→두봉산→개기재(약 14.8Km)
옛말에 경칩이 지나야만 땅 속 개구리가 세상구경을 나온다고 했습니다. 경칩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건만 내 사는 거제도는 계절이고 절기고 모두 무시하고 제 마음대로 튀어나와 날씨 춥다고 깨르륵 거립니다. 감각 없는 개구리 탓도 있겠지만 벌써 몇 일째 봄을 재촉하는 봄비의 영향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삼일절인 오늘도 우린 열한 번째 호남정맥 길을 찾아 나섭니다.
새벽 일찍 운전해오던 감자바우 앞으로 철모르는 개구리 같은 놈들이 저들이 무슨 애국자인 냥 삼일절 새벽을 가르며 폭주하는 오토바이들이 위협하며 지나갔답니다. 원래 일본이 뿌린 잔재라던데 이것들은 천지도 모르고 삼일절, 광복절 새벽을 누빈다고 하니 답답합니다. 이번에는 오래간만에 고고도 동참하여 4명의 대원이 모였습니다. 앞 차수와 같은 시간에 거제를 나섰는데도 출발지 개기재(6:30)는 헤드랜턴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미 날은 밝았으며 출발과 동시에 이내 동녘 하늘에 해가 솟아오릅니다.
가뿐하게 태악산(7:30)을 올라서고 윗옷 한 꺼풀을 벗습니다. 그리고 노인봉(8:35)에 올라 또 한 꺼풀 벗습니다. 바깥공기가 훈훈한 것이 소리 소문 없이 봄은 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와 있습니다. 다음번에는 반팔 티를 입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넘어야 할 산들은 지도상 고도차가 크지 않고 갈 거리 또한 다른 차수에 비해 짧아 편안한 하루가 예상됩니다.
우리가 가는 진행 방향으로 올망졸망 산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높이가 500m급이기에 그다지 낮은 산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오르내림이 작은 밋밋한 산 능선을 따라 진행하기에 별다른 이슈거리 없이 성재봉(8:54)과 매봉(9:26)도 쉽게 지납니다.
말머리재(9:35)가 있습니다. 그런데 산타나는 한사코 말대가리재라고 합니다. 왜냐면 사람의 머리는 머리라 하지만 동물의 머리는 대가리라 하기에 그렇답니다. 오래간만에 옳은 소리를 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말대가리재는 조금 이상합니다. 네이버가 이렇게 말합니다.
『대가리』란? 1. 동물의 머리(돼지대가리, 명태대가리) 2. 사람의 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대가리 쳐 박아) 3. 길쭉하게 생긴 물건의 앞부분(콩나물 대가리, 기차 대가리)
촛대봉(10:43)을 지나고 보니 남은 거리가 그다지 남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좀 이르지만 아무래도 점심식사를 해야 할 것 같아 자리를 펴는데 겨우 두 번 밖에 사용하지 않은 새 의자가 내 엉덩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그냥 작살납니다. 아이고~~. 새것인데 아깝습니다. 약 1시간 반 남짓의 시간을 할애하며 먹는 식사는 쇠고기에서부터 라면까지 양이나 질 면에서 정말 대단한 잔칫상입니다.
오늘 최고로 힘든 두봉산(12:55)을 오릅니다. 태양광 발전으로 산불감시 카메라를 작동하는 시설물이 정상에 버티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오늘 처음으로 호남정맥 하시는 아주머니 두 분, 아저씨 한 분의 산님을 만납니다. 서울에서 온 부부와 산 벗이 되어주기 위해 광주에서 합류한 친구랍니다. 예재에서 출발하여 돗재까지가 목적지이며 여태 걸어온 거리도 장난이 아닌데 남은 거리를 이야기 해주니 광주 아주머니가 괜히 따라 나섰다 후회합니다. 마실 물이 필요하다기에 가진 것 홀랑 다 내어주고 그냥 개기재(14:30)로 하산합니다.
개기재에는 봄의 전령사 버들강아지가 하늘거립니다. 오늘 어쩐지 날씨가 따뜻하다 했더니 봄 그것이 우리 몰래 와 있었던 것입니다. 개구리 나오고 안 나오고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사평택시 불러놓고 개기재 옆 과수원 지하수를 시원하게 뒤집어 써 봅니다. 정신이 번쩍 듭니다. 오늘은 시간 여유가 있어 주암의 별미집으로 이동하여 생전 처음 꿩 지리탕을 맛봅니다.
'백두산·백두대간·정맥 > 호남정맥[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남정맥 - 13] 12년 4월도 내겐 잔인했다 (0) | 2012.04.11 |
---|---|
[호남정맥 - 12] 고뿔 그것 정말 무섭다 (0) | 2012.03.19 |
[호남정맥 - 10] 호남 제일봉 무등산 두 번 오르다 (0) | 2012.02.15 |
[호남정맥 - 9] 호남정맥 절반을 걷다 (0) | 2012.01.30 |
[호남정맥 - 8] 光風霽月 (0) | 2012.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