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2. 2. 04 (당일)
□ 어 디 를 : 덕유산 중봉, 향적봉
□ 누 가 : 차장석모, 임원석태, 임원태현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진눈깨비 날리고 흐림
□ 어 떻 게 : 삼공리→백련사→오수자굴→중봉→향적봉→설천봉
고집통의 몸뚱아리는 아직까지 그런대로 참신한 편이며 살살 아껴가며 잘만 다룬다면 제법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괜찮은 체력의 소유자임을 알았습니다.
금번 사무실 간부님들 야유회를 덕유산으로 간답니다. 어떠한 성격의 야유회든 간에 야유회라 함은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재충전하는 재미가 쏠쏠하기에 정말 가슴 두근거리는 일입니다. 더구나 얼어 죽을 수도 있는 추운 계절에 덕유산을 찾는다는 것은 눈꽃산행을 겸비한 회원님들 상호간의 친목도모를 한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어 더욱 기다려지는 일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친 금요일 저녁 6시 장평오거리에는 덩치 큰 간부님들 12명이 올라타기에는 너무 비좁은 식빵차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먹거리를 명당자리에 앉혀놓고 배낭 올리고 간부님들을 꾸깃꾸깃 접어 넣으니 아쉬운 대로 출발준비는 됩니다만 시쳇말로 궁자가 답답합니다.
제 아무리 밟아도 시속 100Km를 넘지 않는 똥빵차 속에는 「좋은데이」란놈이 철모를 벗고 뻐드렁 자빠지기 시작하고 족발 안주가 게 눈 감추듯 휙휙 사라집니다.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훌라 패는 돌아야만 된다는 것을 이번에도 우리 간부님들이 여지없이 보여줍니다.
전라도에 와서 경상도식 닭도리탕을 먹었습니다. 한마디로 맛이 별로라는 이야기입니다. 주인 할매의 장사수단이 탁월해 닭도리탕 맛없음을 거의 입으로 때워냅니다.
누군가가 한 시간만이라도 시켰으면 난리법구장을 부렸을 겁니다. 아침 식사시간까지 꼬빡 날밤을 새가며 패를 돌리고 또 돌렸건만 승자는 없고 온통 잃은 사람만 있었습니다. 그나마 몇 장 손에 쥐고 일어난 나 고집통이 대견스럽지만 내 몸뚱이에게는 몹쓸 짓을 해버렸습니다. 아침식사는 할매가 오리지널 전주식 콩나물국밥이라는데 이 또한 아마도 전주가 아닌 진주식일겁니다.
달랑 네 사람이 구천동계곡으로 들어갑니다. 젊은 간부들은 방바닥에 등짝을 붙였고 몇 일전 정년 하신 두 분의 임원들만 앞서 걷고 있는 양이 이번 야유회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이제 또렷이 드러났습니다.
백련사까지 7Km의 눈 덮인 평지 길을 지루하게 걸어갑니다. 만약 계절이 가을이었다면 물소리 새소리가 끝내줬을 그럴만한 곳입니다. 백련사에서는 오수자굴을 통해 중봉을 오르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가끔 기분 좋은 진눈깨비가 나릅니다. 오수자굴에서 잠시 휴식을 갖고 땀을 씻기로 합니다. 오수자굴 속에는 신기하게도 빙순이 자라고 있고 구석기시대부터 자란 동굴의 석순 모습과 아주 흡사합니다.
중봉 오르는 길에는 사슴뿔 닮은 상고대가 나뭇가지에 매달렸습니다. 하얀 매화꽃도 피어올랐습니다. 잔잔한 물결이 밀려옵니다. 중봉에 올라서고부터는 고집통의 가슴속에 감동의 물결이 파도친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세찬 눈보라가 환상의 설국을 만들어 덕유산을 찾은 모든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몇 일전 마눌님과왔던 그 덕유산이 아닌 완전 색다른 덕유산으로 탈바꿈시켜 놓았습니다.
향적봉 정상은 언제나처럼 인산인해입니다. 정상석 어깨에 손 걸치고 멋쩍게 인정 사진 한 장 남겨 봅니다. 곤돌라 타는 간부님들 왜 안 오시나 전화하니 두 시간 기다리다 이제 차례가 다가오고 있답니다. 설천봉 휴게소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곤돌라 탄 간부님들은 코끼리의 코를 만졌을까요? 꼬리를 만졌을까요? 아니면 다리를 만졌을까요? 코끼리가 얼마나 큰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 간부님들은 도대체 뭘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애들 마냥 그저 좋아라 합니다.
꼬빡 밤을 새고 단 1분의 휴식 없이 바로 향적봉에 올라서도 고집통의 체력은 잘도 받쳐줍니다. 함부로 다루지 않고 잘만 사용해준다면 나「心」이랑 또 다른 나「身」이 조화롭게 제법 오랫동안 함께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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