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2010. 2. 01
◈ 어 디 를: 덕유산 향적봉
◈ 누 가: 고집통 홀로
◈ 날 씨: 흐림
◈ 산행 코스: 원추리캐빈→백련사→향적봉 정상→중봉→오수자굴→백련사→원추리캐빈
회사에서 연차휴가 이틀을 신청하니 연휴 4일이 손아귀에 떨어졌습니다. 덕유산 캐빈 예약을 하러가니 평일이라 쉽게 연결됩니다. 이번에는 원추리입니다.
1월 31일 미리 도착한 원추리가 너무 깔끔하고 아늑합니다. 선택을 아주 잘한 것 같습니다. 눈 산행을 예상하고 이곳 구천동에 왔건만 근처에는 아예 눈을 구경할 수가 없습니다.
아침 복국으로 뜨뜻하게 해장하고 홀로 원추리를 출발(8:00)합니다. 인월암 들머리(8:10)에서는 어차피 혼자인데 인월암으로 해서 칠봉으로 올라갈까 생각하다 스키장을 통과해야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 먹고 백련사로 직진합니다. 내일 모레면 입춘이라서 인지 백련사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금방 봄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앞서가는 두 산님이 흘린 고깔모자 챙겨주는 착한 일도 해보고 내려오는 자동차를 비켜주다 얼음 길에 사정없이 넘어 지기도 합니다.
멀고 먼 백련사(9:05)계곡을 따라 올라오는 동안 전혀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애당초 향적봉의 아름다운 상고대는 기대를 말아야 될 것 같습니다.
백련사 약수터에서 물 한 통 채우고 단숨에 절반 정도 올라 갑니다. 여기도 물론 눈 없습니다. 나무 꼭대기에 겨우살이는 엄청 많습니다.
숨가쁘게 올라가다 하산하는 5명 1가족 산객을 만나고 얼어붙은 길 바닥으로 인하여 아이젠을 착용합니다. 향적봉 정상에 다을 즈음에는 얼마 전 내린 눈으로 인하여 눈이 부셔 선글라스도 착용해봅니다.
향적봉 정상(10:42)입니다. 스키장에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온 아저씨와 아지매들 향적봉 정상석 보듬고 사진 찍는다고 도통 비켜 줄 생각을 않습니다. 나도 사진 한 장 찍어 볼까 생각하다 결국에는 포기하고 멀찌감치서 대충 한판 박고 돌아섰습니다.
향적봉 대피소(10:50)에서 라면 끓여 먹고 내려 올 심산이었었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버려 그냥 중봉으로 향합니다. 덕유산에는 환상의 주목과 구상나무에 상고대나 설화가 있는 곳이 향적봉과 중봉 사이의 이 곳인데 옷 벗은 고사목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어 예상치 않은 것은 아니지만 못내 아쉽습니다.
그나마 중봉에 도착하니 구름이 몰고 온 습기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얼음꽃을 약간 피우고 있어 위안이 됩니다. 백련사까지는 햇볕을 보았는데 중봉(11:10)에는 구름이 몰려 다녀 시계가 좋지 않아 작년 여름 나를 무던히도 고생시킨 대간길이 지척인데 보이지 않습니다.
오수자굴(11:40) 속에 새로운 세상이 있습니다. 난 작은 불상을 누가 가져다 쫙 깔아 놓은 줄 알았는데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동굴바닥에서 얼어 오래된 동굴의 석순 마냥 빙순(?)이 살금살금 위로 커가고 있습니다.
한참을 졸졸 흐르는 물 소리 들어가며 계곡 따라 내려가니 역시 대한민국의 힘은 아줌마입니다. 30여명의 아줌마 부대들이 왁자지껄 용감하게 올라옵니다. 스틱이 말을 안 듣는다기에 손 좀 봐 주었습니다.
다시 백련사 앞 삼거리(12:30)에 도착되고 유유자적 계곡을 따라 원추리(13:30)까지 내려오니 5시간 30분만에 한 바퀴 돈 셈입니다. 뭐 이렇게 간단해? 어째 계룡산 갔다 온 기분입니다.남들은 조국의 미래 선진국을 위해 산업전선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혼자 덕유산 눈 구경 갔다와 미안한 감도 없진 않지만 난 눈 제대로 구경 못했습니다.
누가 시기를 했는가 봅니다. 그냥 리프레쉬 잘 했다 생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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