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2008. 6. 01(당일)
● 어 디 를: 거창 미녀산(930m), 합천 오도산(1,134 m)
● 누 가: 고집통, 창식, 만수, 기동
● 날 씨: 맑음
● 산행 거리: 약 10.5Km
● 산행 시간: 5시간 40분
● 산행 여정: 거제→오도산 자연휴양림→미녀봉→오도산→오도산 자연휴양림→가조온천→거제
올해 초 덕유산 겨울 눈산행을 마치고 가조온천의 노천탕에서 내리는 함박눈 사이로 희미한 미녀산의 실루엣을 감상하며 언제 우리 시간내서 저 산 한번 가보자고 만수와 약속했었습니다.
지난주 거제지맥 종주를 마무리했으니 이번에는 거제를 벗어나 원정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바로 그곳이 신비스러우면서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미녀산입니다.
이번 산행 일행 역시 거제지맥의 그 멤버이고 산행 준비는 기동의 손을 빌렸습니다.
거제에서 출발(6:45)할 때는 시간이 빠를것으로 생각했는데 해가 중천에 올라있습니다. 너무 늦게 도착할까 걱정스러웠으나 합천 오도산자연휴양림에 도착(9:10)하니 생각한 것보다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해가 얼마나 올라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시간이 몇 시냐가 중요하니까? 매표소에는 일요일이기에 공무원이 게으름을 피우는가 봅니다. 공짜 입성입니다.
이제 몇 차례 산행을 같이하니까 일행들의 생리현상도 닮아가는 모양입니다. 일제히 큰 놈을 비우고 휴양림 매점 바로 아래에 있는 등산로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등산로 주변의 아름다운 꽃 감상을 하며 완만한 길을 걷길 잠깐 말목재(9:30)입니다. 산 모양이말 목과 같이 생겼다고 말목재일까?
그리고 숙성산과 미녀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9:45)가 있고 잠시동안 이왕 원정 오는것이니까 코스 선정을 숙성산에서 시작할걸 하는 후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까운 산을 하나 놓쳐버린 셈입니다.
미녀산 개념도에는 여러 개의 전망대가 표시되어 있고 유방봉, 눈썹바위가 순서대로 표기되어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유방봉에 올라보겠다고 한참 경사가 가파른 길을 쉼 없이 걸었는데 갑자기 큰 바위가 나타나며 눈썹바위(10:10)라는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가고자 하는 유방봉을 스쳐지나 가버린 것입니다. 도대체 유방봉은 어디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올라올 때 시그널이 양쪽 길 모두 있는 세갈래 길을 만났는데 잠시 망설이다가 직진길에는 나무로 길을 막아 놓아 우회를 택했었는데 아마도 그 직진 길이었나 봅니다.
아침부터 흠씬 땀을 흘린 관계로 짊어지고 가는 것 보다 마시고 가는 것이 좋겠다며 맥주 한 통씩을 비웠습니다.
이곳이 미녀의 코인가? 아니면 입술인가? 유격훈련을 방불케 하는 험난한 바위산입니다.
아무렴 미녀가 함부로 몸을 쉽게 내어줄 리가 없습니다.
미녀산 산속에서는 도저히 미녀의 몸매를 느낄 수 없습니다. 여기쯤이 입이겠지, 가슴이겠지. 내 추측으로 아무래도 가슴일것 같습니다. 숙성산을 뒤로하고 오른쪽은 오도산휴양림, 앞으로는 두 번째 목적지 오도산이고 왼쪽은 보기만해도 가슴이 확 열리는 넓디넓은 가조 들판입니다. 산중에 엄청 넓은 들판이 있습니다.
살아 생전에 아주 좋은 일을 많이 했는가 봅니다. 아니면 이생을 떠나서라도 후손을 끝까지 책임져 주기 위함인가 산꼭대기 명당자리에 두 사람이 누워있습니다.
헬기장을 지나고 893봉(10:55)을 지나 미녀봉 정상(11:15)에 올랐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올라온 한 무리의 산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정상은 완만한 육산이며 A4 용지 두 장 정도 크기의 정상석이 있고 나무가 우거진 숲 속이어서 경치는 관망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가 미녀의 임신한 배 부분일 것이라는 추측만 또 해봅니다. 산행기자 만수가 포즈를 요구해 응해주고 다음 목적지인 오도산을 향해 한참을 걷고 있는데 만수의 장난기가 발동합니다. 갑자기 바지 앞 부분을 가리키며 미녀가 무슨 계시를 준다는데 신기하게도 바지가 탱탱하게 텐트를 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장소가 그 곳인가 봅니다.
다시 세 갈래길이 나타나 잠시 망설이게 만듭니다. 지도에는 표기되지 않은 길인데 느낌으로 직진이 맞는것 같습니다.
오도재(11:50)까지 내려가는 길은 무척 가파릅니다. 눈 앞 맞은편 다시 올라가야 할 오도산은 정말 깎아 지른 듯이 높아 숨을 막히게 만듭니다.
오도재의 높이가 730m이고 오도산 높이는 1,134m이니 눈 앞이 까마득합니다. 지금부터 약 400m 를 수직으로 치고 올라가야 합니다.
바위산이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급 봉우리를 하나만 덩그러니 빚어 놓았을까 궁금합니다.
가다 쉬기를 여러번 갑자기 시야가 확 틔면서 자동차소리가 들립니다. 임도(12:40)가 나타나고 산꼭대기에 놀러 온 여러 대의 승용차와 행락 아주머니들이 보입니다.
오도산 정상에 엄청나게 큰 송신탑이 떡 하니 버티고 있고 여기에 필요한 각종 자재를 대어 주려니 이 임도가 필요 했었나 봅니다. 우리나라 유명 산들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임도에서 샛길을 통해 오도산 정상을 향했습니다. 송신탑을 만들기 위해 산꼭대기의 돌을 깎아 내린 바위들이 등산길을 막고 마지막으로 정상(12:50)에는 철제 울타리로 막아놓아 들어갈 수가 없게 되어있고 정면에는 무인 카메라마저 버티고 있습니다. 정말로 아쉬운 순간입니다.
김제 모악산, 대구 앞산등 오늘 또 한번 정상 없는 산을 올라 온 것입니다.
내 고향 합천의 명물인 넓은 합천댐이 보입니다. 그리고 가야산도 보이고 지리산 천왕봉도 멀리 있습니다.
하산은 왔던 길로 돌아가야 될 것 같습니다. 달리 다른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임도 바로 밑에 자리를 잡고 조금 늦은 점심식사(13:05)를 하고 내려오는 길에는 많은 인파의 산님들을 만났는데 한결같이 더위와 급경사로 인한 지침으로 괴로워합니다. 오도재에 도착(14:05)하니 급경사는 끝나고 계곡을 따라 오도산 자연휴양림까지는 완만한 길입니다.
일부 산님들은 우리가 헷갈렸던 세갈래 길에서 길을 잘못들어 오도산을 오르지 못하고 휴양림 방향으로 내려오고 있기도 했습니다.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시원한 바람이 있어 더위를 식혀주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물속에 발을 담가보기로 했습니다(14:30). 발이 엄청 시립니다.
깨끗하게 잘 정돈된 오도산 휴양림에는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휴양림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주차장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 이내 도착(15:30)하여 오늘 목표로 한 미녀산과 연계한 오도산 산행을 6시간 20분만에 마무리했습니다.
지척의 가조온천을 향하여 가다 보니 신비스럽게도 애기를 가진 미녀가 머리를 풀고 하늘을 향해 누운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근처에는 양기마을, 음기마을도 있습니다.
물 좋기로 유명한 가조온천은 비누칠을 하지 않아도 미끄러운 강 알칼리성으로써 몸과 기분을 상쾌하게 해줍니다. 한번쯤 가족과 함께 들러 볼만한 유명 온천입니다.
마지막으로 산청 생비랑 소재 물장구식당에 들러 소주 한잔으로 피로를 싹 정리함으로써 무척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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