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낙동정맥[완]

[낙동정맥 - 4] 주객 구분이 안 된다

산안코 2012. 8. 21. 07:27

□ 언           제 : 2012. 8. 18 ~ 8. 19 (1박 2일)
□ 어    디     를 : 낙동정맥 4구간(한티재~작은삼승령) – 왕릉봉, 검마산
□ 누            가 : 삼성중공업 산악회원 34명과 고집통
□ 날            씨 : 8/18 맑음, 8/19 흐린 뒤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52시간 27분(4구간: 13시간 43분)
                        5일차 한티재(12:15)→검마산휴양림 갈림길(17:35) 5시간 20분
                        6일차 검마산휴양림 갈림길(6:00)→아랫삼승령(14:23) 8시간 23분
□ 정맥 산행거리 : 110.6Km (4구간: 30.7Km) 5일차: 14.0Km, 6일차: 16.7Km
           접근거리: 5일차 검마산휴양림 갈림길→휴양림 매표소→신원리: 4.5Km
           6일차 휴양림매표소→검마산휴양림 갈림길 1.5Km, 아랫삼승령→기산리 6.2Km
□ 총     산행거리 : 한티재→추령→왕릉봉→덕재→검마산휴양림 갈림길→신원리(1박)
→휴양림 매표소→검마산휴양림갈림길→갈미산→검마산→윗삼승령→굴아우봉→아랫삼승령→기산리 무창삼거리(약 43.7Km)
 
정맥길 30.7Km 산행에 접근거리 12.2Km라면 충분히 주객전도라 할 수 있겠고 버스 운임이 공짜가 아닐 진데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버스기사의 쌍욕에도 고객 우리들은 눈치만 보고 있었으니 이 또한 주객전도가 맞을 겁니다. 네이버 백과사전은 주인과 손님의 입장이 뒤바뀐 것을 주객전도라 일러줍니다.
경북 영양은 육지속의 섬이라 했듯이 산 넘고 계곡을 건너고 가도 가도 버스는 계속 산속으로 파고 들어갑니다. 온 몸이 뒤틀리고 허리가 꼬여 거의 녹초가 되어갈 즈음 수비면의 별미식당 앞에 도착합니다. 점심식사를 한 후 정맥으로 가기 위해서입니다.

  

□ 한티재 전경 - 낙동정맥 네 번째 첫째 날 산행 들머리

 
  

한티재(12:03)의 정오는 올 여름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운 듯 무자비한 땡볕을 내리쬐고 있으며 바람 한 점 주질 않습니다. 네 번째 낙동정맥 길 나서는 우리 일행들에게 고맙게도 막바지 더위 선물을 선사해 주려나 봅니다. 영양 땅에 고추 농사가 잘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이런 날은 고추 말리기에 아주 좋은 날씨입니다.
산행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바가지로 물을 퍼붓듯이 땀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8월의 더위가 맹위를 떨치며 절정을 이룬다고 해야겠습니다. 하늘 저 멀리에서 대포인지 천둥인지 구분되지 않는 쾅쾅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이곳에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산마을 고갯길(13:30)을 지나고 추령(14:25)도 지납니다. 특별히 기념할 것도 기록할 것도 없고 그냥 더우면서 힘들기만 한 산행입니다.

  

□ 추령 가는 길에 잠깐 쉬는 고집통

 

□ 우산마을 고갯길로 내려가는 일행들

 

□ 추령

 
   

벌목지를 가로지르는 임도(14:40)가 나오고 낡은 트럭 한대가 한가운데를 떡 허니 버티고 있습니다만 시동이 걸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왕릉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왕릉봉(16:13) 이름을 가진 산봉우리에 올라섭니다. 왕릉봉에서 덕재(16:47)까지는 철망으로 울타리를 쳐놓았으며 일반적인 경고문이라면 보통 『외부인 출입금지』정도인데 반해 이곳은 『외부인 침입금지』라는 과격한 용어와 산 중에 『 CCTV  작동 중』이라고 공갈까지 쳐 놓았습니다. 도대체 뭔 중요한 것이 들어앉았길래 정맥꾼들을 무장공비 취급하는지 참말로 궁금합니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지만 정오에 시작하여 오후 내내 무더위와 싸워가며 검마산 휴양림 갈림길(17:35)에 도착함으로써 오늘 목표로 한 정맥길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 벌목지에 이런 고물 트럭이 있음

 

□ 버섯이 특이함

 

□ 왕릉봉의 고집통

 

□ 외부인 출입금지가 아닌 침입금지라니 - 누굴 무장공비로 아나?

 

□ 덕재에서 잠깐 휴식

 

□ 검마산 휴양림 갈림길의 고집통 - 낙동정맥 네 번째 첫째 날 산행 날머리

 
    
휴양림 매표소(18:09)까지 1.5Km를 걸어 내려가면 신원리 이장님의 트럭이 기다리고 있다가 버스 있는 검마산 휴게소(18:34)까지 태워준다 했으나 휴게소에 도착할 때까지 트럭은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선두그룹은 3Km 거리를 걸어서 내려왔고 후미 그룹은 이장님 트럭을 이용했다 합니다. 나도 제법 걸을 줄 알아 선두 부류에 속는가 봅니다.
수비면 발리리에 기막히게 멋진 체육공원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대경이 기사님이 오늘밤 야영지로 안내 했습니다. 시골 면소재지에 이런 멋진 시설이 있을 거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일입니다.

  

□ 검마산 휴양림까지 걷고 - 1.5 Km

 

□ 고추 농사 잘 되었네

 

□ 사과 농사도 잘 되었네

 

□ 대추농사도 참 잘 되었네

 

□ 옥수수 농사도 엄청 잘 되었네

 

□ 신원리까지 또 죽으라 걸어 첫째 날 산행 마무리 - 3 Km

 

  

텐트위로 비가 투둑 투둑 떨어집니다. 아직 잠에서 깰 시간은 아니지만 비가오니 어쩔 수 없이 그냥 털고 일어나기로 합니다. 다행이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아 누룽지 끓이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검마산 휴게소에서 첫 번째 일행들과 함께 이장님 트럭으로 곧바로 휴양림 매표소(5:20) 앞에 내려섭니다. 트럭은 두 번째 일행을 태우러 떠나고 우린 임도를 따라 검마산 휴양림 삼거리(5:40)로 올라갑니다. 일행들이 휴양림 삼거리(6:00)에 모두 도착했을 때는 이런 저런 사유로 다섯 명이 빠졌고 또 두 명은 검마산 너머까지 임도를 따라 오겠다는데 선택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능선을 타고 넘는 것 보다 임도가 두 배 정도의 거리가 되기에 오히려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 됩니다.
거의 직각 수준인 비탈길을 새벽부터 죽을 힘을 다해 올라갑니다. 갈미봉(6:36)입니다. 다시 한 번 죽을힘을 다해 올라 검마산(7:19) 정상에 올라섭니다. 아니 영양군 어르신들은 왜 이러십니까? 검마산 아래 휴양림 만들어 돈 벌어 챙길 줄만 알았지 이렇게 멋진 명산 검마산 정상에 옳은 정상석 하나 없이 낡은 철판대기만 달랑 서 있다는 것을 왜 모르신단 말입니까? 산이 높아 오지만 탓할게 아니라 산이 주는 자연을 잘 이용하면 아주 멋진 관광자원이 될 것인데 노력이 아주 많이 부족합니다. 언제까지 고추 농사만 지을 건지 모르겠습니다.

  

□ 검마산 휴양림에서 휴양림 갈림길까지 1.5 Km - 낙동정맥 네 번째 둘째 날 산행 들머리

 

□ 갈미산 오르다 본 옛날식 안테나

 

□ 갈미산 정상

 

□ 검마산 정상의 고집통

 

□ 안개 낀 검마산 정상

 
   

날씨가 어제와는 달리 바람이 많이 불어줍니다. 임도(8:43)를 타고 오는 두 명의 일행과 합류하고 백암산을 향해 가쁜 숨을 내쉽니다. 도대체 벌목공이 몇 명이나 올라왔는지 온 산에 기계톱 돌아가는 소리가 벌떼처럼 웽웽거립니다. 지도상 백암산이 정맥길에 걸쳐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고 살짝 비켜 앉았습니다. 아쉽다고 말은 해보지만 내심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백암산 삼거리(10:21)를 통과하고 벌목공들의 트럭이 지나가는 임도(10:40)를 지나고 점심 식사를 위해 식수삼거리를 찾아 열심히 걸었습니다.
식수삼거리를 찾아야 물을 구해 라면을 끓일 것인데 지도에 표기된 곳을 찾아 아무리 달려가도 식수 삼거리는 나오지 않고 급기야 돌멩이에 매봉산(11:50)이라 적힌 산봉우리에 올라섭니다. 그 놈의 식수 삼거리는 애당초 없었나 봅니다. 생라면 먹을 수 없는 노릇이고 빵을 입에 넣어보니 껌 씹는 느낌이라 확 뱉어 버렸습니다. 끼니는 때가 있는 법인데 때를 놓치고 나니 뭣이든 맛이 없습니다. 윗삼승령(12:52)에서 휴식을 취하고 이름도 참 요상한 굴아우봉(13:43)을 지납니다. 그리고 몇 개의 능선을 더 넘어 낙동정맥 네 번째 목적지인 아랫삼승령(14:23)에 내려섭니다.

  

□ 백암산 삼거리에 걸린 삼성중공업 산악회 시그널
□ 정맥길 가다 본 백암산

 

□ 임도 길로 달리는 트럭 - 이 근처가 식수 삼거리인데?

 

□ 이런 정상석도 - 매봉산 정상이라나?

 

□ 윗삼승령

 

□ 굴아우봉 정상

 

□ 아랫삼승령의 고집통 - 낙동정맥 네 번째 둘째 날 산행 날머리

 
   

아랫삼승령 또한 임도길이라 버스가 올라올 수 없으니 기산리 저시마을 방향으로 1.2Km의 접근거리를 걸어내려 갑니다. 저시마을까지 버스가 와 주십사 부탁하니 버스를 돌릴 수 없어 들어올 수 없다 합니다. 인근 밭에서 일하시는 동네 주민에게 물어보니 트레일러도 들어오고 관광버스도 들어오는데 뭔 소리냐고 말씀하시는데 대경이 버스는 못 들어온다 하니 별수가 없습니다. 버스타기를 포기하고 강렬한 땡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후끈 달아오른 시멘트 길을 걸어 내려갑니다. 길옆 계곡에 물이 너무 좋아 보여 뛰어들고 싶지만 어차피 내려가면 땀범벅이 될 것이니 그냥 희망사항으로 간직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걸어야 기다리는 버스가 있을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지리산 대원사 계곡 내려가는 기분으로 하염없이 걸어 내려갑니다. 내가 걸을 수 있는 최고 속도로 걸어 5Km 거리에 1시간이 걸렸어야 대경이가 있는 기산리 무창삼거리(15:40)에 도착했습니다. 눈치 볼 것 없이 바로 계곡으로 홀랑 벗고 뛰어 들었습니다.

  

□ 기산리 시멘트 길로 내려오다 볼록거울 앞에서

 

□ 저시 마을에서 기산리 무창삼거리로 내려가는 일행들 - 5Km 를 1시간 동안 시멘트 길을

 

□ 기산리 보호수 느티나무

 

□ 기산리 무창삼거리 정자에 올라앉은 삼중이 아저씨들 - 낙동정맥 네 번째 둘째 날 마무리

 

  

사전에 예견한 일이었지만 1박 2일에 걸쳐 정맥길 30.7Km를 걷기 위해 접근거리 12.2Km를 걸어 까딱 잘못했다간 주객이 전도될 뻔 했습니다.  

버스기사님은 최선을 다했고 사유가 정당하다 했어도 영문을 모른 채 한 시간을 넘게 땡볕과 싸움하며 시멘트 길을 걸어 내려온 서른 명의 일행들은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불만들이 버스기사님 귀에는 다소 거슬릴 수 있다 해도 계곡이 떠나가도록 불특정 다수를 향해 욕설을 퍼붓는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처사라 할 수 있겠습니다. 기사님과 일행들은 백두대간 시작할 때부터 3년여를 같이 해왔기에 제법 믿음이 쌓인 사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운임을 주지 않는 공짜 버스가 아니라면 틀림없이 우린 우수고객이고 더구나 일행들 중에는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많으신데 말입니다. 앞으로 기사님 눈치가 보여서 나머지 구간을 어떻게 같이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주객이 구분되지 않으며 안 되는데 걱정입니다. 산악회 운영진에서는 운영진의 잘못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그것이고 이건 아닙니다.
나야 뭐 숨죽이고 입 콱 다물고 하라는 대로 하면 그만인데...
(主)가 뭐고 객(客)이 뭣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