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낙동정맥[완]

[낙동정맥 - 6] 맹동산 바람 정말 맵다

산안코 2012. 11. 19. 21:43

■  언            :  2012. 11. 17 (당일)

■  어        :  낙동정맥 6구간 (울치재 당집~황장재)–맹동산, 명동산

■  누            삼성중공업 산악회원 22명과 고집통

■  날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52시간 27(6구간:12시간 03) 접근구간:12

                          8일차 울치재 당집(00:30)→황장재(12:33) 12시간 03

■  정맥 산행거리 : 151.6Km (6구간:26.2Km) 8일차:26.2Km

                         접근거리 : 8일차 양구리 지방도→울치재 당집:1Km

      산행거리 : 양구리→당집→맹동산→봉화산→명동산→화매재→시루봉→황장재( 27.2Km)

 

 

낙동정맥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지난 차수 산신제 계획을 취소시켰고 10월에는 인원수 미달의 사유로 산행 자체를 취소시켰습니다. 그래야만 할 운영진의 사연이야 있겠지만 주말인 토요일을 접어두고 굳이 일요일 새벽 00시 야간산행을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토요일 온종일 TV 앞에 앉아 하릴없이 무료한 시간만 보내다가 저녁 7시가 되어서야 집을 나서 고현시장 똘이네 족발집에 들렀습니다. 산행 중 지쳤을 때 체력 보강용에 제격이며 간단한 소주 안주로 는 족발 만한 것이 없으니까요.

언제쯤이면 낙동길 영양 땅을 벗어날지 첩첩 산중 꼬부랑길의 흔들리는 버스로 어지름 증이 생깁니다. 캄캄한 버스 속 머리가 아파 잠은 오질 않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딸래미에게 카톡을 날리니 이내 답장이 날아옵니다. 회사에서 밤새어가며 컴퓨터서븐가 뭔가를 점검하는 일을 하고 있답니다. 입사한지 몇 일되지도 않았는데 누구 딸래미인지 참 대단한 인물 났습니다. 철없는 아빠는 산중을 헤맨다고 밤새고 장한 딸래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밤새고…. ㅋㅋㅋ.

  

■ 양구리 낙동정맥 여섯 번째 출발전의 고집통

 

 

   무려 네 시간을 달려서 버스는 양구리(12:18)에 멈췄고 일행들은 간단한 스트래칭으로 몸을 푼 후 당집이 있는 울치재로 향합니다. 당집(12:30)이라면 성황당을 모신 사당이기에 야심한 밤중 당집 옆을 지나며 밟는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신경에 거슬립니다. 도시의 별 보다 시골하늘의 별이 훨씬 빛난다는 것과 우리 선조들이 겨울철 오리온자리를 보고 시간을 가늠했다는 상식을 알았습니다.

넙적 넙적한 참나무 이파리가 낙엽 되어 정맥길을 뒤덮어 걸음걸이가 아주 힘들지만 일행들은 엄청 빠른 속도로 진행해 나갑니다. 산행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불빛들의 번쩍임과 함께 괴성을 지르며 돌아가는 풍력발전단지가 있는 맹동산 능선의 임도(1:10)에 올라서게 됩니다. 맹동산은 워낙 바람세기가 강해 나무는 자랄 수 없고 풀만이 있어 민둥산에서 맨둥산으로 그리고 맹동산으로 바뀌었다 하는데 한자 뜻으로 그 이름을 유추해보면 맏맹()에 겨울동()을 사용했으니 겨울의 맏이가 되므로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람 많은 이곳에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했을 것이고 과연 오늘 맹동산 그 이름값을 합니다. 수태 산행을 다녔어도 2012년의 겨울이 왔음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귀때기가 떨어져 나가고 손가락이 얼어 터지는듯한 바람을 맞으며 끝없는 시멘트 임도길을 뛰다시피 달렸습니다. 맹동산 바람 정말이지 맵습니다. 백두대간 시절 선자령 풍력단지를 지날 때는 안개비의 방해로 멋진 경관을 놓쳐 아쉬워했는데 이번 낙동길 맹동산 풍력단지를 캄캄절벽인 오밤중에 지나게 되어 지난번 보다 아쉬움이 백배로 더 큽니다.

  

■ 울치재 당집 앞을 지나는 산타나 - 낙동정맥 여섯 번째 산행 들머리

 

■ 맹동산 풍력발전 단지 앞을 지나는 일행들

 

■ 풍력발전기 몸체 - 날개는 어두워서 사진을 찍을 수 없음

 

■ 맹동산 풍력단지 절반을 지나며 - 맹동산 바람 정말 맵다

 

■ 맹동산 풍력 발전기 끝자락 - I-37이면 거의 끝자락인데 아직도 어두워서 영 보이지 않음

 

 

시멘트 임도길(2:39) 변 시그널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되돌아와 시그널을 따라 산길을 따라 갔건만 조금 전 그 임도길이 나와 허무합니다. 정말이지 엄청나게 많은 팔랑개비들을 스쳤건만 어두워서 사진 한 장 제대로 남기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풍력단지 끝 부분이었을 겁니다. 또 다시 산중으로 안내하는 시그널이 있지만 한번 속은 경험도 있고 해서 그냥 비포장 임도길을 따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약간 이상한 징후가 보이는 것이 제법 많은 시간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맥님들이 지나간 흔적이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잘못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정맥길에서 많이 벗어나버려 되돌아가기에는 아픔이 심할 것 같아 그냥 정맥길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산 능선을 향해 길 없는 산비탈을 치고 올랐습니다. 워낙 산행 전문가들이라 약 30여분의 알바 끝에 용케도 봉화산(3:41) 정상을 찾아내면서 낙동정맥길에 재진입 했습니다. 봉화산 바로 옆에 돌무더기 봉수대가 있습니다.

감자바우,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이 진행하는 호남정맥길에서는 스무 번이 넘는 산행을 하였으나 세 사람이 돌다리도 두들기는 심정으로 상호 의논하며 진행하였기에 단 한번의 알바가 없었지만 산악회에서 주관하는 단체 산행은 전적으로 리더 혼자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기에 자칫 잘못하면 오늘처럼 대형 알바를 당할 수가 있어 만사 조심 해야겠습니다.

  

■ 임도 옆에 이런 이정표가 있지만 무슨 뜻인지?

 

■ 알바 끝에 되찾은 봉화산 정상

 

■ 봉화산 근처에 이런 것이 - 아마도 봉화대

 

 

낙엽풍년 들었습니다. 바람에 밀린 낙엽들이 무르팍 이상을 덮어 길바닥의 나무등걸이나 돌 뿌리가 보이지 않아 많은 조심이 요구되고 결정적으로 내리막길이 너무도 미끄럽습니다. 부회장님이 갯장어 탕을 준비해왔습니다. 명동산(5:02) 조금 지나 자리를 펴고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받아가며 훌륭한 아침식사를 합니다. 그렇게도 맹렬하게 불던 바람은 아침이 되니 고요하게 잠들었습니다.

포도산 삼거리를 지나고서는 나지막한 뒷동산 수준의 산들로 이어지고 장구메기부터는 정맥 길가로 사과나무 과수원이 있고 임도를 따라 배추, 무 등을 재배하는 고랭지채소밭(8:13)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농민들이 무 수확을 포기해 버렸습니다. 허름한 당집(8:53)을 지나고 화매재(10:18)에 내려서니 아직도 영양군이란 입간판이 도로변에 있습니다. 아마도 여길 통과함으로써 멀고도 먼 영양군과의 마지막 이별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 사진이 요상스럽지만 바람에 밀려와 쌓인 참나무 낙엽들

 

■ 이번에는 명동산 - 낙동정맥 여섯 번째 최고봉

 

■ 명동산 지나 바람이 약간 잠들고 여기서 아침 식사하면서 일출도 맞이하고

 

■ 설거지 끝내고 사진도 한 장 찍어보고

 

■ 날이 새고 가야 할 능선을 향해 사진 한 장 남기고

 

■ 사과 농원의 까치밥에 욕심 내는 산타나

 

■ 꼬이고 또 꼬이다 결국은 생을 마감한 소나무

 

■ 또 만난 허름한 당집

 

■ 정맥길까지 올라 온 고랭지 채소밭

 

■ 낙동길에서 폼 잡아 본 고집통

 

■ 화매재 풍경 - 오늘 처음으로 얼굴 보인 병무씨가 앵글에 들어왔음

 

 

잘 뻗은 낙엽송이 노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철 모르는 진달래가 꽃을 피웠습니다. 전국에 시루봉은 도대체 몇 개나 되는지? 이곳에도 어김없이 고깔모자가 연상되는 시루봉(11:51)이 앞을 막아섭니다. 청송군에서 금연 문구의 안내판(12:01)을 세운 것으로 보아 내가 드디어 청송군으로 들어온 모양입니다. 황장재 가는 화살표 표지판을 따라 가니 엉뚱하게도 황장재보다 한참 아래지점의 13번 국도 상에 내려서게 됩니다. 절개지인 황장재로 내려서는 길이 위험하므로 안내판을 이용하여 우회를 시켜놓았습니다.

황장재 휴게소가 있는 황장재(12:33)는 경북 청송과 영덕의 경계지역이고 다음 정맥길에는 경북의 유명산인 국립공원 주왕산권을 통과하게 됩니다.

  

■ 잘 조림된 낙엽송 군락지

 

■ 이러면 안 되는데 - 철 모르는 진달래

 

■ 시루봉 정상의 지친 고집통

 

■ 시루봉 정상의 자세 고친 고집통

 

■ 낙동정맥 트레일 간판 - 황장재 한참 아래 자리잡고 있음

 

■ 13번 국도에서 황장재를 뒤로 하고 선 고집통

 

■ 황장재 철조망 앞에서 고집통 - 설정임

 

■ 황장재에서의 고집통 - 낙동정맥 여섯 번째 산행 날머리

 

 

맹동산의 겨울바람은 정말 매서웠습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길을 그냥 걸었습니다. 기왕 매서운 찬바람 맞아가며 고생하는 것인데 밝은 날 두루두루 세상 구경해가며 걸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입니다만 뒤따르는 입장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