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낙동정맥[완]

[낙동정맥 - 5] 낙동길 열기가 사그라 든다

산안코 2012. 9. 16. 01:42

▣ 언            제 : 2012. 9. 15 (당일)
▣ 어    디     를 : 낙동정맥 5구간(작은삼승령~울치재 당집) – 독경산
▣ 누            가 : 삼성중공업 산악회원 24명과 고집통
▣ 날            씨 : 비온 후 갬
▣ 정맥 산행시간 : 52시간27분(5구간: 6시간 10분) 접근구간: 10분
                        7일차 아랫삼승령(5:25)→울치재 당집(11:35) 6시간 10분
▣ 정맥 산행거리 : 125.4Km (5구간: 14.8Km) 7일차: 14.8Km
                        접근거리: 7일차 당집→양구리 지방도: 1Km
▣ 총    산행거리 : 아랫삼승령→학산봉→독경산→창수령→울치재→당집→양구리(15.8Km)
 

때는 바야흐로 벌초 시즌이 도래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매미 급 크기의 태풍인 「산바」가 남해안을 관통할 것이라는 예보가 있으며 가을비는 하루도 쉬지 않고 치적치적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낙동길 열기가 식어버린 것인지 다섯 번째 낙동길에는 스물다섯 명으로 인원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어차피 마음먹고 결심하여 시작한 일인데 힘들지만 개인의 일정을 약간 조절하더라도 같이 했으면 좋으련만 몇 번 불참하다 보면 낙동길 가기를 그만두기 십상인데 모처럼의 기회를 놓칠까 걱정스럽습니다. 낙동길 완주했다고 표창장 받을 일은 아니기에 땜방까지 해가면서 못 다한 구간을 채워 넣기가 더 더욱 어려우므로 웬만하며 함께 하면 좋을 것인데 말입니다.
새벽 4시도 되기 전에 영양읍의 『알코올 충전소』라는 골목식당에서 선지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합니다. 낙동정맥 하면서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아침밥상을 받아 봅니다. 단번에 보아도 많이 취해 보이는 초뺑이 아저씨가 홀로 이 시간에 알코올을 충전하러 찾아 왔다가 우리 일행들을 보고는 아쉬운 얼굴의 발걸음을 돌립니다. 저렇게 나이를 먹지는 말아야 될 것인데...

  

▣ 무창삼거리에서 트럭에 올라 아랫삼승령까지 이동(25분소요)

 

   
캄캄한 새벽 기산리(4:55)까지 들어가는 길은 대형버스로서는 곡예운전 수준이며 정말이지 운전의 달인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지난 구간 대경이 최기사님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 이유가 약간 이해되기도 하지만 그 순간에는 보기에 여러모로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그런대로 괜찮아 보입니다.
기산리 이장님 포터를 이용하여 아랫삼승령까지 이동하기로 합니다. 무려 20여분 동안 포터 짐칸에 쪼그려 앉아 버티려니 다리가 아파 미칠 지경입니다. 너무 힘들어 퍼질러 앉고 싶지만 짐칸 바닥에 빗물이 흥건합니다. 일어서려니 사정없이 꽁무니를 흔들며 쏜살같이 내달리는 포터의 짐칸에서 떨어짐이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버팁니다. 참는 것이 한계점에 다다를 즈음 트럭은 아랫삼승령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는 빗방울이 토닥토닥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태풍 오면 비가 따름을 모르고 길 나선 것은 아니지만 막상 머리에 빗방울을 맞고 보니 떨어지는 비가 참으로 야속합니다. 도대체 뭘 구하려고 이 새벽에 비 맞아가며 이곳에 왔느냐며 오늘 또 한 번 내게 자문해 봅니다. 정답 구하기가 어려운 질문입니다.

  

▣ 비 내리는 아랫삼승령 - 호남정맥 다섯번째 구간 산행 들머리

 

   
대간과 정맥길에서 항상 내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었던 일행들이 오늘은 모조리 불참해버려 이번 낙동정맥 구간은 본의 아니게 고집통이 막차로 아랫삼승령(5:25)을 출발하게 됩니다.
비가 오면 발걸음이 무조건 빨라지는 법입니다. 순식간에 학산봉(6:11)에 올라섭니다. 

  

▣ 아랫삼승령 정자

 

▣ 학산봉 정상

 

  
거의 수직 경삿길은 최근 내린 비로 인해 쫀득쫀득한 흙탕길이 되어 마지막으로 따라가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길이 아니고 거의 미끄럼틀 수준입니다. 줄줄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이런 길에서 넘어지는 날에는 험한 꼴 당하기 십상이니 슬슬 기다시피 내려가야 합니다. 쉰섬재를 지나고부터는 고도 차이가 거의 없는 산 능선을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걸어갑니다. 비가 내려 약간 불편할 뿐이지 산행하기에는 그만입니다. 고개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임도(8:35)가 산 능선을 관통하여 지나갑니다. 가구 아닌 과학이라는 침대 매트리스가 어떻게 이런 산꼭대기에 올라 나뒹굴고 있는지 불가사의합니다. 언젠가 거제 계룡산 임도 변에서 냉장고와 세탁기를 만난 적은 있지만 침대는 처음입니다. 분리수거 스티커 구입비용을 아끼려는 우리민족의 절약정신은 정말 눈물겹습니다.

  

▣ 비에 젖은 고집통

 

▣ 고목나무에 핀 새 생명들 - 버섯들

 

▣ 독경산 도착하기 전 임도 변에서 휴식 중

 
  
헬기장이 나옵니다. 산불감시용 카메라가 있는 송신 안테나가 있으며 독경산 정상이라는 표지가 나무에 걸려 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독경산(9:25) 정상인 이곳에서 낙동정맥의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갖기로 하였으나 많은 회원들의 산행 불참으로 다음구간으로 연기하였습니다.
빗방울이 그쳤습니다. 건너편 산 멀리 엄청난 규모의 풍력발전 단지가 조망됩니다. 틀림없이 다음 차수에 지나갈 OK목장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카메라에 담으려고 당겨보았지만 성능이 턱없이 부족한 내 카메라는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자래목이라고도 하는 창수령(10:03)에 도착합니다. 경북 영양과 영덕을 이어주는 지방도이며 시골 지방도 치고는 잠깐 지나가는 사이에 차량 통행량이 제법 많이 눈에 띕니다.

  

▣ 독경산 정상의 고집통

 

▣ 독경산에서 본 다음 차수에 갈 정맥길

 

▣ 안개 속에 묻힌 정맥길

 
  
이제 남은 거리가 얼마 남지 않은 듯 일행들이 여유가 생겼습니다. 싸리버섯을 채취하는 일행이 있는데 그 독성이 염려스럽습니다. 믿어도 될는지 잘 모르겠지만 위장에 산삼보다 효능이 좋다는 동삼을 채취하는 일행도 있습니다. 어쨌든 집으로 채취해 가져갔으니 별 탈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율치재? 을치재? 울치재? 선답자들의 산행기와 지도 등에 여러 이름들이 난립되어 진짜 이름이 모호합니다. 옛날 이 고개를 울며 넘었다 하여 울치재라 한다는 그 유래를 존중하기로 하고 나는 울치재(11:25)로 하겠습니다.
울치재에서 오늘 일정의 산행을 마무리하지 않고 조금 더 진행하여 울치산을 넘어서고 문짝에 태극문양 선명한 당집 삼거리(11:35)에서 낙동정맥 다섯 번째 구간 산행을 종료합니다. 당집이라 함은 민간신앙에서 신을 모셔놓고 제사를 올리는 신당이라 그 당집 안이 궁금하지만 겁이 나서 굳게 닫힌 문을 열어볼 수 없었습니다.

  

▣ 영양과 영덕을 잇는 창수령

 

▣ 정맥길의 야생화

 

▣ 송이? 아니면 독버섯?

 

▣ 같은 뿌리 두 줄기 한 몸통

 

▣ 기관지에 산삼보다 효능이 좋다는 동삼

 

▣ 울치재

 

▣ 울치봉 정상

 

▣ 울치재 당집 - 낙동정맥 다섯 번째 산행 날머리

 

▣ 임도 따라 내려오다 고압 전깃줄 통과하는 산타나

 

  
애초 구간을 이렇게 짤막하게 정하고 왔기에 별 불만은 없지만 버스 타고 왕복 10시간을 투자하여 산행시간 대여섯 시간이면 이동 거리에 투자한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팅 이라는 말로 힘을 실어주는 용어가 있듯이 중국에도 찌아여우(加油)라며 기름을 더하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어째 삼중산악회의 낙동정맥 회원님들의 열기가 살살 식어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기름을 부어서 라도 이팅을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언제 이런 날이 또 있겠습니까? 

삼중이 아저씨들 힘들 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