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낙동정맥[완]

[낙동정맥 - 2] 『육지 속의 섬』 영양에 서다

산안코 2012. 7. 25. 05:33

□ 언            제 : 2012. 7. 21 ~ 22 (1박 2일) 

□ 어    디     를 : 낙동정맥 3구간(답운치~한티재) – 통고산, 고비산
□ 누            가 : 삼성중공업 산악회원 34명과 그리고 나(고집통)
□ 날            씨 : 21일(흐림), 22일(안개비)
□ 정맥 산행시간 : 24시간 43분(3구간 :12시간 48분) 소천초등교 남회룡분교 접근: 11분
                        2일차 답운치(11:45)→애미랑재(16:43) 4시간 48분
                        3일차 애미랑재(5:25)→한티재(13:25) 8시간 00분
□ 정맥 산행거리 : 54.6Km(3구간: 30.6Km)
                        2일차: 12.1Km, 3일차: 18.5Km, 접근거리: 2.5Km
□ 총    산행거리 : 답운치→고비산→애미랑재→소천초등학교 남회룡분교(1박)
→애미랑재→칠보산→길등재→한티재→수비면(약 33.1Km)
 
영양에 고추가 유명하다는 소리는 익히 들은 바는 있지만 그 영양 땅을 밟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북 봉화와 울진, 청송 그리고 안동 등으로 감싸져 있어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릴 정도로 외진 고장이며 가끔 영양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한다는 매스컴 보도를 접하기도 합니다만 영양에 대해 알고 있는 상식은 딱히 없습니다.
며칠 전 태풍 카눈이 장마전선을 데리고 가버려 기상청에서는 불볕더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모처럼만에 야영을 곁들인 1박 2일 산행공지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준비물이 산더미 마냥 불어납니다.
고현시장의 족발 할머니께서는 환한 얼굴로 맞이하시며 어제 저녁 주문한 족발을 썰어 주십니다. 아침 6시 반에 고현을 출발한 버스는 첩첩 산중 꼬부랑길을 달려 봉화군 소천의 회룡천휴게소식당 앞에 데려다 놓습니다. 경상북도에 먹거리가 빈곤하다는 것을 오늘 새삼 한 번 더 느끼게 해줍니다.

  

□ 답운재 - 낙동정맥 3구간 첫날 산행 들머리

 
   

답운재에는 버스 한대가 또 다른 정맥꾼을 무료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린 낙동정맥 3구간   산행 들머리인 답운재(11:47)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통고산으로 향합니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준, 희님의 정맥 하시는 분들에게 힘내시라는 문구가 나무에 걸려있습니다. 참말로 고마우신 분입니다.
처음으로 나타나는 폐 헬기장(12:31)에서 막걸리 한잔으로 갈증을 해소하고 가파른 비탈길을 치고 오르니 멋들어진 금강송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임도(13:20)를 만납니다. 참나무 시들음병 방제안내 문구와 함께 끈끈이 롤 테이프를 참나무 몸통에 돌돌 말아놓은 모습이 눈에 띕니다. 남부지방에는 소나무가 잎마름병으로 수난을 당하는데 이곳에는 참나무 시들음 병이 있나 봅니다. 그곳에는 별의별 나방들이 끈끈이 롤에 달라붙어 사망해 있습니다.

  

□ 통고산 오르다 잠깐 휴식하는 고집통

 

□ 통고산 오름길의 멋들어 진 금강송

 

□ 참나무 시들음병 방재 안내문구

 

□ 참나무 시들음 병을 예방하는 끈끈이롤 트랩 설치 모습

 

□ 통고산 오름길의 멋들어진 참나무

 
   

통고산휴양림 삼거리(13:55)에서부터는 등산객의 발걸음이 잦았었는지 길이 많이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은 곳에 거대한 정상석을 이고 있는 통고산 정상(14:25)이 있습니다. 오늘 오를 수 있는 최고봉이며 정상석 외 산불감시 초소와 거대한 송신탑도 함께 있습니다.
통고산이라면 고대국가 생성기의 실직국 안일왕이 다른 부족에 쫓기어 이 산을 넘을 때 산이 하도 높아 통곡을 하며 넘었다 하여 통곡산(通谷山)이라 부르다가 통고산(通高山)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있으며 통고산에서 시작되는 물줄기는 동쪽으로 불영계곡과 왕피천의 주요 수맥이 되며 서쪽으로는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상류천이 되고 있습니다. 이 오늘 가장 높은 곳을 올랐으니 내려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 통고산 정상의 고집통

 

□ 왕피리로 연결되는 임도

 

□ 소나무에 뭣이 있기에 사진을

 
   

왕피리로 갈 수 있다는 표지판을 지나고 새로운 임도(14:55)를 건넜습니다. 가끔 오르는 일도 있지만 그다지 고도가 높지 않아 편안한 산행이 이어지고 급경사의 절개지로 정맥줄기를 잘라 놓은 애미랑재(16:43)에 내려섭니다. 이곳 또한 왜정시절 때 태백산맥의 정기를 끊어 놓기 위해 정맥의 줄기를 싹둑 잘라 놓았다 합니다. 돈은 좀 들더라도 동물이동 통로쯤은 복구를 해야겠습니다. 이 곳 지명은 왕이 피난 온 곳이라 하여 왕피리이고 강릉의 예국이 침입해 왔으니 애들의 울음 마저도 그치라 하여 애미랑재란 이름으로 유래 되었다고 전합니다.

  

□ 애미랑재에 내려선 고집통 - 낙동정맥 3구간 첫날 산행 날머리

 
     
야영을 하기로 한 봉화군 소천초등학교 남회룡분교(16:55)가 1Km 거리의 지척에 있어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산악회에서 학교 측과 사전 약속이 되어 있었고 수도 및 화장실 시설이 깔끔하여 야영지로서는 최상의 조건이었습니다.
곤히 잠든 밤에 누군가 텐트를 흔들고 있습니다. 학성이가 비 온다며 우리에게 자리를 조금만 양보하랍니다. 이런 된장. 겨우 11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잠자기는 글러 버렸습니다. 엎치락뒤치락 하다 보니 새벽닭이 울어 재낍니다.
누룽지 먹자는 산타나의 의견을 무시하고 시락국을 끓였습니다. 산타나는 시락국의 미원 냄새로 밥을 못 먹겠다며 몇 숟갈 떠다가 숟가락을 놓습니다. 성질머리하고는...  좀 먹어 둬야 산행을 할 건데....

  

□ 봉화군 소천초등학교 남회룡분교 - 야영지

 

□ 야영을 마치고 둘째 날 만반의 준비가 끝난 고집통

 
   

어제 내려온 애미랑재(5:25)에서 산행이 시작되고 깎아지른 절개지를 치고 오릅니다. 이번 정맥길은 지난 차수와는 달리 등로가 아주 깔끔한 편이고 아름드리 금강송이 유난히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어제 고도를 많이 나췄으니 당연히 오늘 많이 올라야 합니다. 기상청에서 불볕더위 올 것이라 예보했지만 이곳은 워낙 고지대여서인지 온 산이 안개 속에 갇혀 버렸고 칠보산(6:40) 정상에 올랐으나 조망은 전혀 없습니다. 새신고개(7:16)에서 잠시 휴식을 갖고 내가 태어나서 본 최고로 아름다운 소나무 10지 춘양목(8:17)이 있는 곳까지 거의 마라톤 수준으로 달립니다. 나무 가지가 10지라서 이름 붙여진 모양인데 가지가 그 보다 훨씬 많아 보입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 애미랑재의 절개지를 오르는 모습 - 낙동정맥 3구간 둘째 날 산행 들머리

 

□ 칠보산 정상

 

□ 낙동정맥의 금강송

 

□ 새신고개

 

□ 아름다운 10지 춘양목

 
   

능선의 높낮이는 아주 완만하나 전체 고도는 대체적으로 고지대인 800m급입니다. 이곳에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산정의 습지대(10:54)가 있습니다. 나 고집통이야 습지 전문가가 아니기에 그냥 스쳐 지나지만 누군가가 관심 가지고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장정 두 명이 안아도 넘치는 크기의 금강송들이 온 산에 즐비하게 널렸건만 일본이 망해 가던 그 시절 송진 체취를 위해 온몸에 상처를 입고 구부정하게 자라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때의 상처를 안고 사는 금강송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힘 없는 백성을 둔 나라에서는 나무 마저도 이런 수모를 당하고 살고 있습니다.

  

□ 왜정 시대때 송진 체취를 위해 금강송에 입힌 상처

 

□ 낙동정맥 산정의 습지대

 

  

금강송으로 옛날 궁궐과 거대 사찰들을 짓는다고 했는데 오늘 내가 스쳐 지나간 금강송만 해도 경복궁을 100채도 더 지을 수 있겠습니다. 참나무 군락지가 있지만 지난번 호남정맥에서처럼 영지버섯은 없습니다. 아마도 고도차이가 있어 그런가 봅니다.
새로 깔끔하게 포장한 길등재(12:34)를 훌쩍 건너뜁니다. 이젠 목적지가 가까워져서 일까요?  먹고 마시는 조차 귀찮아졌습니다.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립니다. 드디어 파란색 대경이가 얌전히 기다리는 경북 영양군 수비면의 88번국도 한티재(13:25)에 내려서게 됩니다. 배낭을 풀어놓고 약 1.5Km의 거리를 더 걸어 수비면의 발리 개천에 풍덩 뛰어 들었습니다. 땀범벅이었던 이상한 몰골이 이제 사람 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로써 낙동정맥 두 번째 행차이면서 세 번째 구간을 1박 2일의 여정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 낙동정맥의 멋진 참나무

 

□ 길등재

 

□ 경북 영양땅의 한티재 - 낙동정맥 3구간 둘째 날 산행 날머리

 

□ 한티재에서의 고집통

 
   

서두에서 말했듯이 난 영양이 이곳에 있는 줄을 몰랐고 이렇게 오지일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군 전체가 산림지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교통사정이 많이도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산 좋고 물 맑은 고장이기에 후일 그 가치 상승에 타고장의 부러움을 많이도 살 것입니다. 다음 차수부터 본격적으로 영양군을 탐색하게 될 것이기에 영양가가 철철 넘치는 산행이 되리라 믿습니다.